[한국 속 경남-경남 스포츠인]근성·기질

경상도 사람 하면 곧잘 '화끈함', '무뚝뚝함' 이런 이미지로 연결된다. 지역 출신 스포츠인들에게도 근성·기질 면에서 특징되는 부분이 있을 법하다.

도내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수 개개인 스타일에 따라 당연히 다르죠. 굳이 찾아보자면 이런 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라도 출신 선수들은 독하게 하는 면이 있는데, 오히려 경상도는 좀 퍼석한 면이 있습니다. 정이 많아서 상대방을 적당히 배려하려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충청도는 정치권에서 '캐스팅보트'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체육계에서도 그런 면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실력이 있으면 여유도 뒤따르는 법이다. 이 관계자는 씨름을 예로 들었다.

"김성률 장사는 절대 샅바 싸움을 안 했습니다. 기량이 워낙 빼어나니 '너 잡고 싶은 대로 잡으라'는 겁니다. 그 밑에서 후배들도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아 샅바 싸움은 적게 하는 편입니다. 물론 승부 근성은 또 다른 부분이고요."

이와 관련해 한 씨름인은 이렇게 보충했다.

"마산에 와서 씨름하는 타지 학생도 많은데요, 확실히 여기보다는 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후천적으로 불어넣으려 노력하기도 하죠."

바다 낀 지역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통영 사람들은 기질이 억센 편이다. 하지만 빼어난 바다 경관은 여기 사람들 감수성을 키우기도 했다. 이러한 통영에서 많은 축구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호(71)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상대방과 뒹굴고 부딪치는 운동입니다. 투쟁력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통영 자체의 거센 기질은 운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어릴 때 배 타고 몇 시간씩 바다를 왔다갔다 했는데, 바다를 보면서 거대한 꿈과 욕망을 키웠습니다. 예술인들은 거센 파도를 보며 감수성을 키웠다면 저는 강한 마음을 다진 거죠."

스포츠 역시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다. 이에 지역 출신은 은근한 멸시를 감내하기도 한다. 김호 감독은 이렇게 전했다.

"서울과 이북, 연·고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을 때라 저는 돌연변이에 가까웠어요. 지역과 연관된 선후배들이 없다 보니 혼자일 때가 많았죠. 내 마음속에 외로운 투쟁심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결국 실력으로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요. 타지로 떠날 때 부모님한테 '앞으로 자주 뵙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말했어요. 실제로 운동하는 내내 휴가가 거의 없었어요. 그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 빈 숙소에 혼자 남아 연습할 수밖에 없었죠."

경남도체육회 박소둘(63) 사무처장은 마산 출신 수영인이다. 그는 1975·1976년 전국체전 수영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명성을 날렸다. 현역 시절 전남 해남 출신 조오련과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서울서 괄시를 받다 보니 경상도·전라도 출신 둘은 자연스레 의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