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관절 전문의에게 듣는 건강 관리 비법

"건강을 위해 중요한 건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적절히 휴식하는 겁니다. 무리한 운동으로 인대나 관절에 손상을 입는 젊은 사람이 많은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고생합니다."

보통 비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궂으면 병원을 찾는 환자도 줄어들곤 한다. 안옥균(56) 병원장을 만나기 위해 김해 갑을장유병원을 찾은 날. 종일 비가 내렸지만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병원 대기실 환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진료실 밖 모니터엔 대기 환자 이름이 계속 올라갔다.

점심때가 다 돼서야 마주 앉은 안 병원장은 '반월상연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월상연골이란 무엇일까. 무릎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정형외과 전문의인 안 병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쪼그려 앉기와 무릎 건강

반월상연골(Meniscus)이란 사람의 무릎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 조직이다. 위쪽 무릎뼈와 아래쪽 무릎뼈 사이에 있다. 무릎의 원활한 움직임을 돕는 완충 작용을 한다.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 액을 골고루 배분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월상연골보다 관절 연골이 더 부드럽기 때문에 반월상연골이 손상되면 무릎뼈와 반월상 연골 사이에 있는 관절 연골이 깨진다고 한다. 그러면 무릎뼈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무릎은 굽혔다 폈다 하는 움직임을 하는데 완전히 굽히거나 펼 때 위쪽 무릎뼈와 아래쪽 무릎뼈가 약간 틀어집니다. 반월상연골이 그 사이에 끼어서 손상이 옵니다. 즉 너무 쪼그려 앉는 것이 무릎 건강에 치명적이죠. 스포츠 손상으로 인한 환자가 오히려 더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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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옥균 김해갑을장유병원장./김구연 기자

방바닥에서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습관이 무릎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안 병원장은 반월상연골 손상과 퇴행성 관절염이 연관 있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을 내시경으로 살펴보면 반월상연골이 말짱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농촌지역 주민들 중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다 인공관절 수술까지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논밭에서 쪼그려 앉아 일을 하는 평소 생활환경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병이든 발생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다 무릎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 중에는 MRI 등을 찍어야 한다고 하면 그냥 가는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있다 무릎이 많이 망가져서 다시 오죠. 그때는 치료 효과가 낮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고질병'이 되면 마지막 수술밖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아요. 초기 치료로 쉽게 고칠 수 있는 게 결국 인공관절 수술까지 가는 거죠. 반월상연골이 다 깨지면 수술해도 통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젊은 사람뿐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나이로 인한 당연한 현상이라고 체념하며 통증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죽을 때 다 됐는데 고쳐서 뭘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칠 수 있으면 고쳐서 살아야 합니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죠. 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는 관절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즘 성인병이 많은데 보통 성인병 환자에게는 운동을 하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노인들은 무릎이 아프고 여기저기 아파서 운동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도 관절을 치료해야 합니다."

파일럿이 꿈이었던 소년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안 병원장의 어머니였다. 안 병원장의 부모님은 80세가 넘었지만 두 분 모두 정정하시다.

하지만 지난해 저녁 외식을 하러 나가는 데 어머니의 걸음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잘 걷지 못하시는 것이다.

안 병원장은 바로 다음 날 병원에서 검사하고 수술했다.

"어머니는 '이 나이에 수술은 무슨'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여생이 얼마인지보다는 어떻게 사느냐, 즉 삶의 질이 중요합니다."

3남 1녀 중 장남인 안 병원장에게 부모는 평생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품고 사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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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옥균 김해갑을장유병원장./김구연 기자

객지 생활을 하던 안 병원장이 갑을장유병원으로 온 것도 바로 부모님 때문이다.

진주시 지수면이 고향인 안 병원장은 4살 때 마산으로 왔다.

안 병원장은 어릴 때부터 의사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다.

선장이나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시력이 떨어졌다. 당시 규정으로 안 병원장의 시력으로는 파일럿이 될 수 없었다. 갑자기 꿈을 잃은 소년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그러한 시간이 고3까지 이어졌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공대에 가기를 원했다.

안 병원장이 의대에 진학하게 된 것은 12살 차이 나던 사촌 형의 영향이었다.

내과 교수를 지낸 사촌 형 안성훈 씨는 형제가 없어서인지 유독 안 병원장을 귀여워했다. 안 병원장이 어린 시절, 대학생이던 사촌 형은 방학 때면 마산으로 와서 음악도 들려주고 같이 시간을 보냈다. 장남으로 친형이 없던 안 병원장은 사촌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결국 꿈을 잃은 소년은 사촌 형의 제안으로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부모님 가까운 곳 찾아 김해로

서울 등 타지에서 한창 의사로 일하던 어느 날이었다.

마산에 살고 있던 부모님에게서 "몸이 아파 병원 응급실에 왔다"며 전화가 왔다. 전화로 아버지의 증상을 듣고 안 병원장이 내린 결론은 '근막동통증후군'.

"통증은 심하지만 병 자체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됐어요. 하지만 당시 담당의사는 MRI를 찍느니 하며 분주했습니다. 그래서 마산에 아는 후배가 많이 있으니 병원을 소개해 주겠다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여기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너는 전화를 끊으라고요."

장남이 바로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닌가. 그런 아들이 멀리서 전화만 하고 있으니 아버지는 화가 난 것이었다.

부모의 서운함을 직면한 안 병원장은 바로 객지 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 가까운 곳으로, 김해로 왔다.

"머릿속에 항상 부모님을 어떻게 모셔야 하나, 내가 부모님에게 받은 것을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걸 실천할 기회를 만난 거죠."

그렇게 안 병원장은 2006년 김해 장유갑을병원 병원장이 됐다.

의사는 언제나 환자 옆에

안 병원장은 의사가 된 후 항상 병원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살았다.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달려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수술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생길 우려가 있다.

지금은 병원 바로 앞에 살고 있으니 걸어서 5분도 안 걸린다. 안 병원장은 "뛰어오면 1분 거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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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옥균 김해갑을장유병원장./김구연 기자

"자기 환자는 응급 상황에서도 자기가 처치해야죠. 우리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실제로 한밤중에 달려나간 위급 상황도 많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 생기면 바로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 있는 데 노인 환자들은 수술 후 항상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바로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365일 비상대기 해야 하는 의사 생활이 고달프지 않을 리 없다.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있을 때 2달 만에 집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 80세 할머니가 수술을 하신 겁니다. 당시 딸이 막 기어 다닐 무렵이었습니다. 얼마나 딸이 보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집에 갈 수 없었죠. 의사니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의사들은 우리 때와는 좀 다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보람된 순간도 많았다. 손가락이 4개나 잘린 22세 환자의 손가락을 붙여줬을 때, 다리가 잘린 환자를 수술했을 때 환자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금연 예찬자가 된 헤비 스모커

병원장으로서의 안 병원장의 모습은 어떨까.

"환자가 오면 부담 주지 않고, 환자가 만족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병원 수익을 위해 과잉 진료 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호텔처럼 인테리어를 하는 병원들의 겉모습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와 함께 지역 환자들이 타 지역으로 진료받으러 가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인근에 병원 신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살짝 밝혔다.

평생 다른 사람의 건강을 살펴온 안 병원장. 자신의 건강은 어떻게 챙길지 궁금했다.

안 병원장은 특별한 건강관리법은 없다며 금연과 충분한 휴식, 그리고 적절한 운동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건강관리법은 단순해요.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저 충분히 휴식하고, 잘 자고, 잘 먹습니다. 음식은 아주 싱겁게 먹어요."

사실 안 병원장은 담배를 하루 5갑까지 피우는 무시무시한 헤비 스모커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피우지 않는다. 그때문에 병원 직원들이 곤혹스러워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금연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안 병원장이 담배를 끊은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다. 다만 불안해서 피울 수가 없었다고.

"담배는 정말 무서운 겁니다. 심한 흡연자 중 폐암으로 고생하다 사망한 사람 보세요. 담배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줍니다. 그걸 생각하면 불안해서 피우지 못하겠어요. 환자들에게 금연하라고 하면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기 때문에 쉽게 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얼마나 피우는지 물어봐요. 대부분 하루 2갑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말해요. 하루 5갑 피우던 나도 끊었는데 2갑을 왜 못 끊느냐고요."

안 병원장은 나이가 더 들어도 체력이 될 때까지는 계속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더 나이가 들어도 다른 것을 할 생각은 안 해 봤습니다. 어디 가서 봉사를 하더라도 끝까지 환자를 보고 싶습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이 일입니다. 사람은 제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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