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시장이 달라졌어요'

경남지역 전통시장들이 경쟁력을 갖추고자 뼈를 깎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진행하는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대형마트와는 다른 전통시장만의 고유성, 독창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 3년 차인 사천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은 별주부전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해 관광객이 60% 이상 늘었고 2년 차에 접어든 창원 '대끼리 상남시장'은 야시장을 만들어 하루 관광객 최대 7000여 명이라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원사업 성공 여부는 '상인들 의지'에 달렸다"고 당부했다.

경남지역 전통시장 187개

경남지역 전통시장은 187개다. 경남도에 따르면 2015년 1월 기준 창원시에 75개, 진주시에 18개, 거제시에 10개, 하동군에 8개, 사천·양산시, 산청·합천군에 7개, 김해·밀양시, 창녕군에 6개, 통영시, 남해·함양군에 5개, 함안·고성·거창군에 4개, 의령군에 3개로 나타났다. 창원시 구별로 살펴보면 마산합포구에 19개, 성산구에 18개, 마산회원구에 15개, 진해에 5개가 있다.

IMF보다 무서운 대형마트 습격

90년대 초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던 전통시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래도 힘을 합쳐 이 시기만 이겨내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어 괜찮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들어선 대형마트는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동네슈퍼 22개 역할을 한다는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을 쇠락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내 빅3 대형마트는 25개이다. 롯데마트가 10곳으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는 9곳, 이마트는 6곳이 있다. 올해 연말께 진주와 창원에 롯데마트 1곳씩과 김해에 이마트가 들어설 예정이라 28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70~80년대 마산 부림시장을 추억했다. 그는 "70년대 마산 부림시장에서 가게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젊은 사람들도 바글바글했다"며 "사람들이 몰려드니 나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장 자체가 죽어가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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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서동진 기자

전통시장에도 변화 바람

이유가 어찌 됐건 전통시장에서 소비자 마음이 떠난 지 오래다.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지연 씨는 "전통시장 상인이 어려운 것은 안 됐지만 소비자로서는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찾을 이유가 정말 많다"며 "시설도 깨끗하고 주차장 시설도 잘 돼 있다. 무엇보다 상인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이런 분위기를 인식하고 시설 개선, 상인 교육 등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차장 공간 확보, 카드 결제, 시설현대화 등 하드웨어적인 것부터 상인 교육, 스토리텔링, 각종 프로모션 등 소프트웨어적인 것까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초 노점 단속으로 곤욕을 치른 이천만 마산어시장 상인 회장은 노점 단속도 전통시장 살리기의 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쇼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과도기에 겪는 갈등은 감수해야 한다"며 "올해도 주차장 공간 확보, 각종 이벤트 진행, 관광객 유치 등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기관도 지원사격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돕고자 시장경영혁신, 시설현대화, 주차환경개선 등 각종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시장경영혁신지원사업에서는 특성화 시장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특성화 시장에는 2008년부터 시작한 문화관광형시장,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골목형 시장, 글로벌 시장이 있다.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된 시장에는 최대 3년까지 총 약 18억 원이, 골목형시장은 시장당 600만 원 이내, 글로벌 명품시장은 최대 3년간 50억 원이 국비 50%, 지방비 50%로 지원된다.

경남지역 문화관광형시장은 올해 선정된 통영중앙시장, 하동공설시장, 창원 명서시장을 포함해 총 10개 시장이 있다. 글로벌은 없고 골목형 시장에는 창원 성원그랜드쇼핑과 반송시장, 김해 장유중앙시장이 선정돼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올해 선정된 시장들은 5월 말 사업단을 꾸리고 6월부터 본격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 중인 시장은 2013년 선정돼 3년 차에 접어든 사천 '삼천포 용궁수산시장'과 지난해 선정돼 2년 차에 접어든 창원 상남시장, 남해 전통시장이 있다.

용궁수산시장 방문객 60% 증가

사천시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은 경남지역 문화관광형시장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78년 개장한 삼천포수산시장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을 추진했다.

문화관광형시장 승인 후 별주부전을 스토리텔링 해 '용궁'을 콘셉트로 시장명을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으로 바꾸고 온·오프라인 홍보, 상인 역량 강화, 각종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3년과 2014년 연평균 방문객 수가 140만 명 이상으로 사업 전보다 60% 이상 늘었다. 또 2014년 '지역경제활성화 우수사례 발표 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 2013·2014년 2회 연속 우수시장에 선정 등 성과도 이뤘다.

내부 변화도 있었다. 임형태 문화관광형시장 사업단장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상인들이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도 경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물건을 사지 않고 사진만 찍어 가면 관광객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등 지나치게 경계하는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 올린 사진이 시장 홍보와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상인회, 사업단, 지자체가 공통으로 지적한 것이 상인들이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상인회 관계자는 "대부분 상인들이 연세가 높다 보니 변화에 잘 따라오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많은 전통시장이 겪고 있는 성장통을 이겨낸 비결은 뭘까. 임 단장은 '눈에 보이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의 불신, 비협조, 무관심 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고 그것을 불식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과 매출이 늘어나고 상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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