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의 조선산업 1970년대 조선공업진흥계획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정부에 이끌려 거제서 첫발

우리나라 근대 조선산업 출발점은 1887년으로 본다. 부산 영도에 목선조선소가 만들어진 때다. 이후 1915년까지 국내 조선업체는 모두 16개였다. 그 가운데 경남에는 마산·통영에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목조어선이 동력어선으로 바뀐 건 1918년이었고,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러면서 조선업체 및 건조공장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1945년 해방 때에는 100t 이상 선박수리 공장이 전국에 36개 있었는데, 경남이 11개로 가장 많았다.

이후 1958년 조선공업 육성 및 해운·수산업 진흥을 위한 '조선장려법'이 만들어졌고, 1960년대에는 선박이 나무에서 강철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강국이 되는 출발점이다. 동시에 경남이 그 중심에 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라에서는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속에 중화학공업 육성에 나섰다. 우선하여 1972년 울산 현대조선소가 만들어졌다. 그래도 1973년 '장기 조선공업진흥계획'에 따라 대형 조선소가 더 필요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늘날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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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대한조선공사는 대형조선소를 만들기 위해 터 물색에 나섰는데, 1973년 거제 옥포만을 낙점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이순신 옥포대첩'이라는 상징성도 있거니와, 입지조건이 더없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가 육지 깊숙이 움푹 들어간 옥포만은 넓고 바람이 적으며, 대형 선박 만들기에 불편함 없는 해안선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 제1차 석유 파동'으로 대한조선공사가 손 놓게 된다. 1978년에야 지금의 대우조선해양이 이어받아 1981년 조선소를 준공하게 됐다. 애초 정부에서는 다른 대기업들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후, 대우 김우중 회장에게 재차 강권한 끝에 뜻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1974년에는 지금의 거제 신현읍에 고려죽도조선소가 들어섰는데 지금의 삼성중공업이 1977년 인수하였다. 삼성 또한 별도 조선업을 준비하고 있다가 정부에 의해 여기로 눈 돌렸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모두 스스로 뜻보다는 정부에 이끌려 발 들인 셈이다. 당시 나라에서 조선업에 공을 들인 이유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중화학공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여겼고,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군수산업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가 언급된다.

이랬든 저랬든 10년 전까지 전근대적 조선업에 머물던 한국은 1970년대 말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2위 조선강국에 올라서게 된다.

1990년대에는 IMF외환위기가 불어닥쳤지만 원화환율 상승은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를 낳았고, 선박 대금을 달러로 받으면서 환차익이 크게 발생했다고 한다. 거제 주민들이 지금도 "우린 IMF가 뭔지 몰랐다"고 내뱉는 말이 당시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경남은 부산을 제치고 국내 조선산업에서 탄탄한 자리를 구축하게 됐다.

요컨대 경남이 조선산업 메카가 된 것은 이렇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 차가 크다. 동해는 파도와 바람이 사납다. 그런 면에서 남해는 조선소 입지 면에서 나은 조건이었다. 특히 거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 가운데 중소형 조선소 등이 밀집하면서 원가절감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성장해 나간 것이다.

경남은 거제뿐만 아니라 창원·통영·고성·사천 같은 곳에도 조선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전신인 대동조선은 1994년 지금의 창원시 진해에 터전을 마련하면서 중형조선소 면모를 갖췄다. 고성은 2007년 조선산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통영에는 성동조선을 비롯해 크고 작은 조선소가 밀집해 있다.

오늘날 국내 7대 대형조선사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을 꼽는다. 이 가운데 두 곳이 거제, 한 곳이 창원시 진해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가입해 있는 중대형 조선소는 10개다. 거제를 기반으로 하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창원시 진해를 기반으로 하는 STX조선해양, 통영을 기반으로 하는 성동조선해양·신아sb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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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 전 세계 수주잔량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1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2위다. 성동조선해양은 전체 9위다.

중소형 조선소 회원들로 구성된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조선소는 68개다. 이 가운데 통영이 12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창원이 5곳이다. 하지만 최근 중소형 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14년 12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조선산업 및 국내 중소 조선산업 경쟁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만 t 이하 건조 조선사들 가운데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조선사는 6곳밖에 없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선박 수주량은 한국·중국·일본이 전 세계에서 85%를 차지하는데, 한국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지리적입지, 기술에서는 앞서지만 가격경쟁력, 정부 지원에서는 뒤처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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