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전교생 54명 남짓 되는 시골 작은 학교가 소란스럽습니다. 교실 뒤편 마당에 트럭이 멈추고 여러 개의 솥단지 취사도구들이 놓였습니다. 천막을 치고 물을 데우고 재료들을 씻습니다. 큰 솥단지에서는 금세 뜨거운 김이 숭숭 납니다.

4월 1일 무상급식 중단 첫날, 진주시 지수초등학교 건물 뒤편입니다.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새벽부터 몰려와 아이들 급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급식비를 내라카몬 우짭니꺼? 아이 둘 다 내면 12만 원이나 되는데…. 그것도 농촌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시내 아이들보다 더 비싼 급식을 해야 되는 기 말이 됩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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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식판에 학부모들이 준비한 점심을 받고 있다./권영란 기자

기쁨이 엄마도 예언이 엄마도 은결이 엄마도 솥단지를 가운데 두고 손놀림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할 말이 많았습니다. 봄 농사를 준비하다가 팔 걷어붙이고 몰려와 아이들 밥을 직접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어느새 신문사며 방송국에서 기자들이 몰려왔습니다. 학부모 숫자보다 취재기자들 숫자가 더 많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교실 창문으로 우리 엄마는 왔는지. 우리 엄마는 무얼 하고 있는지 봅니다. 그러다가 어떤 아이는 큰 소리로 "엄마"하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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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 뒤편 천막에서 학부모들이 준비한 급식을 먹고 있다./권영란 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교실에서 우르르 나와 교실 뒷마당 천막에서 엄마들이 준비한 백숙을 맛있게 먹습니다.

"내일도 우리 엄마가 밥하러 올 거라던데예."

운동장 한쪽에서는 아직 차가운 봄바람에 벚꽃이 이제 피기 시작합니다. 학교 앞 들에는 보리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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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보리밭./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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