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접하는 대중들은 보편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곡을 많이 들을 것이다. 대체로 좋아하는 음악은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는 추억과 어우러진 멜로디나 리듬에 저절로 이끌리게 된다. 또한 가사 내용이 자신의 감정과 절묘하게 이입된다면 더더욱 그 음악은 감동으로 전해질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음악가들은 내면적 정서와 시대상을 고려한 곡을 주옥같이 펼쳐내고, 대중들은 감동한다. 때론 음악가의 의도대로 대중이 쉽게 감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저 듣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음률과 가사의 내용이 좋다는 자체만으로 감동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참 좋은 음악이 된다.

이왕 좋은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그 음악의 창작배경과 숨어있는 이야기를 살펴보라 권하고 싶다. 아마 듣는 이들에겐 더 친밀하고 감동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우선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언제까지나 애타게 기다린다는 내용을 지닌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라는 곡을 소개해 본다. 이 곡은 SBS 드라마 '백야'의 주제곡으로 그리스의 성악가인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가 불러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jpg

이 노래는 그리스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겸 가수였던 미키스 데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라 전한다.

대충 그 내용을 살펴보면, 2차 세계대전 때 점령군인 독일(나치)에 대항하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을 유격대원으로 떠나 보낸다. 전쟁이 끝나면 꼭 고향으로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굳게 하고 헤어졌지만, 종전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고향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여인의 아픈 사연을 그려내고 있다. 그 막연하고 안타까운 기다림의 애절함이 전쟁의 비극을 대신 전하기 위해 곡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곡은 단순히 연인들의 애틋한 이별과 기다림을 노래한 가장 서정적인 노래로 불리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60년대 말 군부쿠데타로 인해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그리스 국민들에게 민주주의가 아직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처럼 감정이입되어 반독재 투쟁을 위해 불리는 민중가요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는 작곡가인 데오도라키스가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고초를 당한 정치적 이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요즘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세월호의 아픔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아린 가슴은 사랑하는 이들이 가족들에게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슬퍼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