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서점 수 35.5% 줄었는데 평균 면적은 2배

'도서는 단순히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상품만은 아니다. 인간 정신의 표현이며 사고의 매체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발전의 바탕이다. -도서헌장 중에서-'

60년 역사를 가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학문당 액자에 있는 글귀다. 안타깝게도 현재 출판산업은 점점 쇠퇴하고 책과 독자 '만남의 장'이었던 서점 수는 날로 줄고 있다.

도서 발행 부수·독자 감소

대한출판문화협회 2014년 출판 통계에 따르면 1998년 1억 9053만 5987부였던 도서 발행 부수는 2014년 9416만 5930부로 1억 부 가량 줄었다.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시기는 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으로 전년보다 40.9%가 줄었다. 이때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던 발행 부수는 2007년 17.1%가 늘었지만 이듬해 금융위기 영향으로 19.6%가 줄었고 2012년 또 한 번 20.7%가 줄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비슷한 기간 문구를 포함하지 않은 순수 서점도 크게 감소했다. 1998년 4897개였던 서점 수는 2013년 1625개로 3분의 2가 줄었다.

서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때는 발행 부수가 급감한 다음해인 2000년으로 전년보다 24.7%가 줄었다. 서점 수는 2000년 이후 큰 변화는 없었지만 꾸준하게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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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동안 온라인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무료·당일 배송, 각종 할인과 사은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은 2001년 1834억 400만 원 규모였던 서적 거래액이 2014년 1조 2794억 1300만 원으로 700% 이상 늘어났다.

독자도 크게 줄었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국 2인 1가구가 매달 책을 사는 데 쓴 돈은 1만 8154원으로 한 가정에서 한 달에 겨우 책 1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최고치를 찍었던 2003년 2만 6346원과 비교하면 31%가량 감소한 것이다. 작년 소득과 소비지출이 2003년보다 각각 61%, 66%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경남지역 서점 수 줄고 대형화

경남지역 서점 수도 전국 통계와 다르지 않다. 2013년 문구를 포함한 서점 수는 147개로 2003년 서점 수(228개)보다 35.5%가 줄었다.

2013년 기준 도내 시군별 서점 수를 살펴보면 창원시가 5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김해시가 24개, 진주시가 16개, 거제시가 10개, 양산시·창녕군 5개, 사천·밀양시 4개, 통영·함안·거창·남해·고성군 3개, 합천·하동군 2개, 함양·산청·의령군 1개로 나타났다. 1인당 서점 수는 비교적 인구가 적은 고성군이 0.01개, 창녕군이 0.008개로 많은 편이었다.

창원시 구별로 보면 성산구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의창구(13개), 마산합포구(13개), 마산회원구(11개), 진해구(6개) 순이었다. 1인당 서점수는 마산합포구(0.007개)가 가장 많았다.

평균 면적은 2003년 26평이었다가 꾸준히 늘어 2013년에는 49.2평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도내 서점 수가 81개 감소한 것과 달리 100평 이상 서점은 7개에서 17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봐도 50~100평, 100~500평, 500평 이상 서점 수는 완만하게나마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20~50평, 20평 미만 서점들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평 미만 서점 수는 2003년 2017개에서 2013년 787개로 60.9% 감소했다.

대형 자본을 앞세운 서점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공세에 못 이긴 작은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서정가제 "효과적"-"글쎄"

창원지역은 2004년 교보문고를 시작으로 지금은 사라진 반디앤루니스, 아직 운영 중인 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이 들어서면서 서점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까지 가세하면서 대형 서점이 들어온 지 10여 년 만에 동네서점은 황폐화됐고 80~90년대 옛 마산지역에만 50~60개가 있던 서점은 현재 24개만 남았다. 이마저도 문구를 포함한 서점이 대부분이고 순수 서점은 6개뿐이다.

이렇듯 어려움을 겪는 동네서점을 위해 시행한 것이 도서정가제다. 신·구간 구분 없이 할인율을 15%로 정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창원지역 동네서점 반응은 하락세가 멈췄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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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몇 년째 계속되던 매출 하락세가 멈춘 것만 해도 도서정가제는 큰 의미가 있다"며 "과도기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마산지역 서점 상인은 "지금처럼 온라인·대형서점과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의미가 없다"며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카드할인·사은품증정 등 각종 방법으로 15% 이상 할인하고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100% 정가제를 시행해야 그나마 동네서점이 숨을 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창원시서점조합장은 "아직 도서정가제 효과를 운운하기에 이르다"면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행되고 있는 각종 할인 꼼수들이 도서정가제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전국 서점 조합장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앞으로 수정·보완되면 동네서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서정가제와 함께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각종 지원도 필요하다"며 "서점은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저자와 만남' 등을 진행하며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아 몇몇 서점을 빼고는 행사를 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지원을 통해 독자들이 서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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