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자 삶 기록…"우리 사회 변화의 첫걸음"

이연실 씨가 함께했던 한국TC전자와 더불어 마창 여성노동운동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수미다전기 투쟁이다.

한국수미다전기는 1989년 10월 14일 일본인 사장이 팩스 한 장으로 450여 명 집단해고와 폐업을 통지했다. 이에 노조 대표 4명은 일본 원정 투쟁에 나섰다.

정현숙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대표 4명은 모두 20대 여성노동자였다. 폐업 철회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90여 명이 238일간 끝까지 함께하며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러한 마창 여성노동운동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자료는 없다고 하니 아쉬운 노릇이다.

20년 넘는 세월 속에서 사람의 기억은 잊혀가고, 또 관련 자료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마창여성노동자회에서 관련 작업을 시작했다.

이옥선 마창여성노동자회 회장 설명이다.

마창여성노동자회는 1980년대 마창 여성노동자 삶을 기록하는 '언니들에게 듣는다'를 진행 중이다. /경남도민일보 DB

"마산수출자유지역을 중심으로 여성노동자가 그리 많았는데도, 참 희한한 게 구축된 자료가 없어요. 그래서 2012년 마창여성노동자회 20주년 때 자료를 모아 정리해 보자고 한 거죠. 예산·인력 문제 때문에 지난해에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성들 주축의 노동조합 투쟁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 또한 사진 자료, 당시 사용했던 머리띠·손수건·유인물 같은 것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언니들에게 듣는다'라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1980년대 여성노동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후 구술자료집으로 낼 계획이다.

현재 10명 가운데 8명 인터뷰 작업을 마쳤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영상 기록도 함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작업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한다.

"인터뷰한 여성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투쟁한 것에 대해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이러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그 당시 여성노동자 투쟁을 통해 사회가 조금씩 변했고, 또 그들 삶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우리만 힘든 것이 아니다'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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