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라고 불러주세요"

석훈이(본명 최석훈)를 기억하시나요? 2011년 즈음 <경남도민일보>가 '트로트에 도전하는 18세 창원 소년'인 석훈이를 지역민에게 몇 차례 소개했었습니다. 당시 신세대 트로트 가수라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2015년 현재 석훈이가 아이돌 그룹 '루커스(LU:KUS)' 멤버 '초이'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민에게 새로운 이름으로 인사하겠다는 그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서면과 전화통화로 진행됐습니다.

석훈이는 누구?

1993년 창원 동읍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부터 동네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꿈이 소년의 가슴에 피어올랐다.

그는 2009년 동읍을 떠나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리라아트고등학교 실용음악과 과정에 입학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섰다.

학창시절 그는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었다. 중학교 때부터 '유스 페스티벌'을 통해 밴드·가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0년 '동두천 록 페스티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그해 '나스 록 페스티벌'에서도 1위를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1년 연예기획사를 통해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2011년 6월 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석훈이의 데뷔를 알리는 첫 콘서트가 열렸다. 1집 정규앨범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

석훈이는 트로트와 댄스를 절묘하게 섞어 10대만의 젊은 감각을 뽐냈다. 닮고 싶은 가수 조용필의 노래도 자신만의 감성으로 소화하며 보컬로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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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커스 멤버 초이(최석훈)./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후 지역에서 서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각종 TV 프로그램에 섭외되어 얼굴을 알리고 창원 동읍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현지야 사랑해! 희망 콘서트'의 무대를 책임지기도 했다. 콘서트는 모세포종양을 앓는 한 살배기 현지 양을 돕고자 마련한 행사였다.

당시 석훈이는 "지역에서 힘을 얻는 만큼 지역에 되돌려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현지야 사랑해! 희망 콘서트'는 석훈이가 데뷔 한 달여 만에 고향을 찾아와 약속을 지킨 무대였다.

석훈이는 이듬해에 마산에서 열린 '제6회 창원 해변가요제'에 참가해 신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침체된 창원지역 대중예술 발전과 신인 가수 육성을 위한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더는 석훈이의 공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드라마 OST에 석훈이가? "루커스 초이입니다"

최근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 OST가 '대박'을 쳤다는 소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 기사를 장식했다. 특히 지난 1월 걸그룹 f(x) 루나와 루커스 초이가 부른 <킬미힐미>의 두 번째 OST 'Healing Love(힐링러브)'가 각종 음원사이트에 공개되어 인기를 끌어다는 기사가 났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낯이 있다. 석훈이었다. 그가 루커스 초이로 변해 있었다.

루커스는 2014년 7월 데뷔한 남성그룹이다. 팬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초이·해원·경진·진완·동현으로 구성됐다. 팀원 5명 모두 모델 뺨치는 훈훈한 외모로 '모델돌', '기럭지돌'이라는 애칭을 얻은 아이돌 그룹이다.

루커스는 오랜 준비 끝에 데뷔 싱글 '기가막혀'로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 1월 두 번째 싱글 'Break Ya(브레이크 야)'로 활동을 했다. KBS2 <뮤직뱅크>와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강렬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파워풀한 남성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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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커스 멤버 초이(최석훈)./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초이는 루커스의 메인보컬을 맡고 있다.

사실 초이의 전공은 발라드다. 그가 좋아하고 추구하려고 했던 음악도 감성이 풍부한 쪽이었다.

"저를 석훈이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트로트를 그만둔 이유는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에요. 제가 해오던 음악은 트로트가 아니거든요. 물론 트로트를 좋아했지만 아무래도 저의 감성과 잘 안 맞더라고요. 제가 더 좋아하는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초이는 자기만의 감성을 드라마 OST 작업에 고스란히 표현했다. 리듬 앤드 블루스, 록 장르까지도 자신 있게 소화할 수 있는 그가 아이돌이라는 그룹과 별개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드라마 OST 참여는 그가 속한 기획사의 덕이기도 하다.

팬 엔터테인먼트는 한류 열풍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겨울연가>, <해를 품은 달> 등을 제작한 기획사로 이름나 있다.

"킬미힐미 OST가 큰 인기를 끌었어요. 특히 루나와 함께 불러 더 좋았습니다. 루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매 같은 친한 친구였어요. 학교 졸업 후 가수로서 만나 듀엣을 하게 되어 아주 좋았어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의 OST에 참여하고 싶고요."

"트로트는 즐거웠지만 맞지 않은 옷 입은 기분"

초이가 트로트냐 아니냐를 고민한 시점은 20살 때다. 성인이 되면서 진지하게 앞날을 고민했다. 왠지 자신과 맞지 않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당시 초이가 석훈이로 활동할 때 소속되었던 기획사는 스타라인엔터프라이즈다. 이 업체는 서울 중심에 반기를 들고 지역에서 발굴한 가수와 그의 음악이 지역에서 사랑받은 후 지역을 대표로 서울에 진출한다는 구조를 꾀했다. 이후 다시 지역에 도움을 주는 구조를 연예계에서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타인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트로트를 하는 석훈이를 늘 화제 대상이었지만 그럴수록 그는 자신이 초라해졌다. 트로트를 부르며 후회는 없었지만 스스로 작아진 자신 탓에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발라드와 알앤비를 하고 싶어 기획사를 찾아다니고 오디션을 봤죠. 트로트를 할 때는 1인 기획사처럼 운영됐어요. 그래서 기획사를 옮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었는데 후회는 없었습니다. 이제 와 뒤를 돌아보면 안 되죠."

루커스는 한 번에 만들어진 그룹이 아니다. 여러 기획사를 돌아다닌 멤버들이 끝까지 손을 잡은 것. 그래서 이들의 우정은 끈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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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커스 멤버 초이(최석훈)./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6인조, 7인조로 준비도 했었어요. 그러다 기획사에 몇 번 옮겼죠. 사실 루커스라는 그룹이 처음으로 팬 엔터테인먼트에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재작년에 현재 기획사로 오게 됐죠. 멤버들과 항상 얘기했어요. 흩어지지 말자고요. 그때는 데뷔도 하기 전이었는데 무조건 같이 해보자고 똘똘 뭉쳤죠."

그는 팬 엔터테인먼트에서 루커스 앨범을 준비하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단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고요. 어느새 제가 트로트 창법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오디션 볼 때마다 기획사에서는 선호하지 않았죠. 스스로 나에게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니었어요. 우울했고 슬럼프를 겪었죠. 보컬리스트로 인정을 받았지만 트로트색을 빼기 쉽지 않았거든요."

그는 팬 엔터테이먼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트로트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단다. 학창시절 녹음했던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감정을 되살려내려고 애썼다.

"트로트와 발라드는 창법과 스타일이 아주 달라요. 트로트를 부를 때 생겼던 습관을 빼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트로트는 전혀 듣지도 부르지도 않아요. 우선은 오로지 제가 하는 음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트로트를 부를 날이 오겠죠. 먼 훗날 웃으면서 한 소절 부르고 싶어요."

무작정 서울로? 자신의 의지부터 다져야

루커스 초이로 대중 앞에 서자 주변 지인들은 "이제 진짜 석훈이같다"라며 반겼다.

그는 과감하게 서울 기획사를 택한 선택을 '신의 한 수'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에 대한 연습생들의 막연한 동경을 경계했다.

"서울에 오디션은 아주 많아요. 대형기획사도 1주일에 1번씩 봐요. 하지만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이 금방 지칠까 봐 걱정이에요. 서울 생활의 현실입니다. 자취를 해야 할 것이고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혼자 의지를 다져야 해요. 견디는 게 힘들죠. 꿈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하지만 TV에 나오는 멋진 스타를 꿈꾼다면 하지 말라고 말할 겁니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음악을 소홀히 다루지 않아요. 가장 1순위는 음악입니다."

"경남 팬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어요. 고맙습니다"

루커스는 지난 2월 싱글앨범 활동을 마무리하고 3월 8일까지 휴가를 갔다 왔단다. 오는 4월 말 선보일 3집 앨범을 위한 달콤한 휴식이었다.

"그동안 강렬한 콘셉트를 추구했어요. 화장도 진하게 하고 춤도 그랬죠. 3집부터는 편안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서울 활동이 많아요. 음악방송이라던지 예능이라던지 트로트할 때보다 섭외도 많고요. 3집 활동 때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루커스 모두 '현지야 사랑해! 희망콘서트'같은 무대에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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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커스 멤버 초이(앞줄)./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젖살이 많이 빠졌다는 초이.

그래서 석훈이 때와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 통통한 귀여운 얼굴에서 강렬한 전사가 된 듯하다.

"3집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행사와 라디오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경남 팬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석훈이가 이제 루커스의 초이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TV에 나온다거나 제 노래가 들릴 때 웃음을 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즐거운 음악과 감동 있는 음악 행복한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존경받는 가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존경을 받고 목표로 삼아진다면 그게 저에겐 최고의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석훈이를 사랑해준 경남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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