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긍정·부정' 알아요

부모 마음이라는 게 똑같지. 나이를 얼마나 먹던 자식은 그저 아이잖아.

마흔 중반을 향하는 잘난(?) 아내도 장모님 앞에서는

그저 늘 불안한 막내딸일 뿐이더라고.

하물며 마흔 살 아빠 앞에 아홉 살 딸이면… 그냥 아기지 뭐.

"아빠,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어요.

의사, 가수, 선생님도 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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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많다는 것은 당연히 좋지.

사실 아이가 뭐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없어.

순간 뭘 하든 바탕이 될 만한 것은 말해 주고 싶었지.

"건강해야 해.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착한 마음… 그러니까 '착한 어린이' 할 때 착한 마음이 아니라,

잘 안 돼도 실망하지 않고… 음, 뭐라 할까.

쉽게 지치지 않고… 어쨌든 좋은 마음 같은 그…"

"아빠, 긍정적인 마음 얘기하는 거야?"

그냥 얘기하면 될 것을 괜히 쉽게 얘기한답시고….

딸이 많이 답답했나 봐.

2. 식사와 번식

아침에 일어나면 물고기 밥을 주는 게 딸이 맡은 중요한 일이야.

어항을 들일 때부터 했던 약속이거든.

하루는 물고기 밥을 주던 아이가 어항을 빤히 쳐다보는 거야.

한참 손가락으로 뭘 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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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물고기가 또 새끼를 낳았어요."

그 상황에서 딱히 할 얘기가 없잖아.

수놈 물고기가 정력이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새끼 물고기들은 무상급식(?)이라서 좋겠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 예지가 밥을 잘 챙겨 줘서 그런가 보네."

"밥 잘 먹는다고 새끼를 낳나요."

"…."

하기야 밥 먹는 것과 번식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차라리 딸에게 관찰력이 좋다고 칭찬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을.

그냥 아기라고 생각하고 적당하게 대충 대답하다가

역습을 당하는 횟수가 늘고 있어.

성장한다는 증거겠지.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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