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북’과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다. 이러한 영화로 인해 사회적으로 치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나 치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많이 힘들어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자주 볼 수 있다.

치매는 복합적 인지장애와 다양한 이상 행동 때문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게 만드는 뇌 질환이다. 아직 의학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질환이나 주변의 관심과 보살핌을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치매 환자 증가 속도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치매에 대한 이해와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치매라는 질환도 완치는 어렵지만 충분히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적극적인 치료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어떻게 치료하고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관건이다.

치매는 일상생활 속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치매는 크게 초기, 중기, 말기의 3단계로 나뉜다.

단계별로 경도 치매, 중증 치매, 고도 치매라고 부른다. 초기 단계(경도 치매)는 가볍지만 치매로 인한 일생생활의 장애가 뚜렷해지는 시기를 말한다. 일상생활이 조금씩 어려워지는 단계이며 지갑이나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깜빡하게 된다.

중기 단계(중증 치매)에 오면 본격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된다. 시기로 보면 치매 발병 후 10년까지도 중기 단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부터 일상생활에 본격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초기 단계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혼자 씻기, 옷 입기 등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치매 발병 후 대략 10년이 지나면 말기 단계(고도 치매)에 접어든다. 지적 능력이 심각한 상황까지 악화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스스로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돼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 접어든다.

“인간 존엄성의 확립”을 가치로 삼는 희연병원은 최근 “유리 꽃병이 놓인 치매병동”이라는 컨셉트로 59병상을 개설하게 됐다. 기억은 잃어버려도 인생을 잃은 것이 아니듯 단순하게 치매 환자도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인지재활병동을 운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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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전문의와 재활의학과 전문의 등 30명의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돼 효과적인 치료를 돕게 된다. 또한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작업치료사의 조, 후출제와 개인 체형에 맞는 ADL기능향상을 위한 배려로 높낮이 조절 테이블이 설치됐다. 이처럼 치매로 인간답지 못하게 사시는 분들에게 기억을 떠올리시도록 지원하는 큰 역할을 맡을 인재재활병동의 개설이 반갑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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