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시큰둥]

지난주 하동 섬진강 주변은 매화가 지천이었다. 벚꽃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어중간한 시기였지만, 화개장터에도 십리벚꽃길에도 나들이객이 많았다. 왁자한 기분들을 뒤로하고 가만히 섬진강을 바라보면 그곳은 또 다른 세계였다. 강은 화려하지도 유별나지도 않게 흐르고 있었다. 강은 그저 조용히 계절을 키우고 있었다. 그것뿐이었고, 그것뿐이어서 좋았다. 휴대전화를 들고 뜬금없이 섬진강을 좋아하는 몇몇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섬진강이 왜 좋아?"

"고요해서 좋아하지. 아주 옛날 어느 마을에 와 있는 느낌?"

"뭐가 없어서 좋았지. 귀도 쉬고 눈도 쉬고."

하류로 갈수록 강은 말이 없었다. 그런데 강이 자꾸 나에게 무언가를 묻는 것 같기도 했다. 취재를 하러 갔던 나는 결국 강이 하는 그 질문만 듣다가 돌아왔다. 강은 돌아온 후에도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흔들리며 사는가?"

며칠 동안 하염없이 거리를 걸은 후에 나는 대답했다.

"항상 꿈을 꾸면서도 끝내 나약한, 나 같은 인간은 흔들리며 사는 게 당연하다. 산다는 건 결국 이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그리고 뒤돌아 본 강은 여전히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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