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 따랐던 걸음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섬진강 항상 끌어안아 줘"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조문환(53·사진) 씨도 그랬다. 하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어른이 될 때까지 섬진강을 눈으로만 보았다. 공무원 생활 시작 이후 어느 때부터 섬진강을 마음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부터 섬진강과 대화를 했다.

그리고 물줄기 도보여행을 떠났다.

"문득 강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나를 그렇게 좋아한다면 그 징표를 대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2013년 한 해 40회에 걸쳐 강줄기만 따라 걸었습니다. 사람 다니는 길과 강이 나뉠 때도 강과 계속 손잡으려 했습니다. 한 번 다녀오면 며칠간 그 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했죠."

섬진강과의 대화는 글로 옮겨졌고, 2013년 <네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이후로도 자전거로, 다시 걸어서 한 번 섬진강과 호흡했다.

그에게 섬진강은 하나의 유기체다.

"어느 토요일이었죠. 늦잠을 잔 후 섬진강을 바라봤습니다. 강 역시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깨워야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물새가 휘리릭 날아가자, 그제야 강도 잠에서 벗어나더군요."

섬진강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느는 것에 대해 하동군청 공무원(경제수산과장)으로서 반길 일이겠다. 하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듯했다.

"꽃놀이 등 자연적 아름다움만 찾는 이들이죠. 그 안의 역사·문화에 대한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죠. 그동안 중부지역에서는 그리 알려진 편이 아니었는데, 최근 발걸음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섬진강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또 다시 걸을 계획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느낌일지 그는 설레어 했다.

"섬진강은 어머니 품 같아요. 항상 나를 끌어안아 주거든요. 강 마지막 지점인 갈사만 쪽에 다다랐을 때 엄마의 품을 떠나는 인생 역정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편안하게 걸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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