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기자의 딧따마]

'경남의 재발견'이라는 기획취재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도내 웬만한 사찰은 다 다녀봤더랬다. 의미·유서를 떠나, 개인적인 느낌을 기준으로 '내 맘대로 순위'를 매겨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산청 정취암(신등면 양전리)이다. 이 절은 바위 절벽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침 비가 꽤 내렸다. 잠시 처마 밑에 앉았다. 빗소리, 그리고 처마 밑에 달린 종 소리가 어울리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10여 분간 그 분위기에 온 몸을 맡겼다. 지쳐 있던 심신이 싹 풀렸다.

밀양 만어사(삼랑진읍 용전리)도 잊지 못한다. 물고기 형상을 한 수많은 바위가 절 앞에 널려 있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발걸음 한 누군가가 "작은 돌로 바위를 치면 은은한 종소리가 난다"고 했다. 함께 취재 중이던 이승환 기자가 행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둔탁한 소리가 날 뿐이었다. 그걸 지켜보던 또 다른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맑은 마음으로 해야만 좋은 소리가 난다던데…."

남해 보리암(상주면 상주리)도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바위산에 자리한 암자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했다. 여기에 남해안 절경까지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유명 기도처답게 두 손 모아 기도 올리는 이들이 있었다. 뭔진 몰라도 저마다 뜻하는 것이 이뤄지길 함께 바랐다.

반면 세계 최대 와불이 있다는 사천 백천사(백천동)를 찾았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목탁소리 내는 소'가 쉼없이 관광객들에게 시달리는 듯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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