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고함! 재미있게 삽시다. 음악이 '에나' 즐겁잖아요.

인디뮤지션들이 펼치는 소소한 공연을 좋아한다면 진주 사람들이 부럽겠다. 주말마다 카페 곳곳에서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the공감(가좌동), 부에나비스타(호탄동), 다원(동성동), 위치스(가좌동)가 중심에 있다. 특히 the 공감에서는 격주로 '오픈마이크'가 열린다.

'에나뮤직'이라는 진주지역 음악 정보공유 단체가 매달 두 번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화 모임'인 '에나뮤직'은 현재 지역 인디뮤지션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최우영(31) 에나뮤직 대표를 만나 음악이 '에나' 좋은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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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에나뮤직 대표./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참'을 뜻하는 에나와 음악을 말하는 뮤직이 만났다

최우영 대표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저녁 일정이 빼곡했다. 월·화요일은 에나뮤직 운영과 관계된 운영·기획회의, 수요일은 아카펠라 동아리 활동, 목요일은 풋살 동호회 활동, 금요일은 격주로 진행하는 에나뮤직 오픈마이크, 토·일요일은 부에나비스타나 다원, 위치스, 테이블9 등에서 열리는 공연을 본다고 했다.

지난 2월 11일 오후 7시 아카펠라 연습 시작 한 시간 전 그를 만났다. 짧고 굵은 인터뷰였다.

그는 진주에서 인디음악을 하고 기획하는 선배들이 많은데 자신이 잡지에 소개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느냐고 되물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은 아주 진지했다. 그의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선 에나뮤직의 소개는 이렇다.

"진주지역 내 공연소식, 인디음악, 공연자 정보를 진주시민과 공유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픈마이크를 포함한 각종 실내외 음악공연을 직접 기획하죠. 문화기획단체에요. 진주 시민이 소비할 가치가 있다고 여길 문화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진주 내 대안문화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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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뮤직 팀원들./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2014년 1월 탄생한 에나뮤직은 지난해 오픈마이크, 고마워서 하는 버스킹, 에나콩서트, 2014 에나뮤직 마무리파티, 이동혁(사탕수수)의 성장판: 1월과 2월 사이 등 지역 인디뮤지션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해 진행해왔다.

"참 에나뮤직이라는 이름은 '참, 진짜, 정말'을 뜻하는 진주 토속어에요. 에나와 음악을 뜻하는 뮤직(MUSIC)을 합해 만들었죠. 지역성이 강합니다. 제가 진주 토박이거든요."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잠자는 일상에서 방황

최 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조그만 회사에 취업한 평범한 젊은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무료함은 그를 힘들게 했다.

"아무 계획도 목적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퇴근하고. 술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서 잠들고. 또 일어나서 다시 출근하고.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는 답답한 마음에 넋두리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대학 선배를 찾아갔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그때 마침 대학 선배는 하나의 제안을 한다. 진주에도 홍대처럼 일상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고. 음악을 좋아하니 직접 만들어보라고 말이다.

최 씨는 작사가를 꿈꿀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다.

하지만 '돈이 안 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부모는 원치 않았다. 결국 먹고살기 위해 다른 직업을 택할수 밖에 없었다.

그는 진주 옥봉동에 있는 '플레이아이커뮤니케이션'이라는 웹에이전시회사에서 웹디자인을 하고 있다.

최 씨는 선배 제안을 덥석 물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에나뮤직이 만들어졌다.

"이미 진주에도 카페 공연과 거리공연(버스킹)을 위주로 인디 음악가들이 활동하고 있었어요. 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을 대자면 오랫동안 활동한 바나나코와 권정애, S.N.B, DK Family, 밴드 12시, 푸엘푸엘라, 우주인, 거꾸로 가는 시계, 사탕수수, 블루피치, 싱어송라이터 마승우, 아르벤치(A Le Bench), 안지훈 등등. 하지만 이들 공연이 정기적이지 않고 시민들이 공연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없었죠. 에나뮤직이 처음 한 일은 공연소식을 알릴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마침 제가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 회사 사장님께 사이트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사장님이 흔쾌히 허락했답니다. 우리 회사는 에나뮤직의 든든한 후원업체이기도 해요."

그는 에나뮤직 팀원들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공연 일정을 취합했다. 부에나비스타를 운영하는 추연철, 다원을 운영하는 배길효 씨, 그리고 여러 인디뮤지션과 안면을 텄다. 이후 여러 공연을 기획했다.

에나뮤직 오픈마이크 입소문 나다

그 중 오픈마이크가 대표적이다. the 공감에서 격주로 열리는 무대이자 인디뮤지션들의 맥을 잇고 발굴하는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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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에나뮤직 대표와 the공감에서 열린 오픈마이크 모습./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홍대에 오픈마이크가 있어요. 말 그대로 '마이크를 개방한다'라는 뜻인데 무대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시간 원하는 공연을 할 수 있게 하죠. 홍대는 창작 예술가를 위주로 창작물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분위기인데 우리는 문턱을 낮추고 싶었어요. 가수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싶은 시민도 무대에 올렸죠. 무엇보다 처음 활동을 시작하는 인디밴드들이 오픈마이크를 통해 자신을 알리게 됐죠."

보통 보름 전부터 선착순으로 참가 신청을 받은 오픈마이크는 현재 일찌감치 마감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소문이 돌았고 2014 에나뮤직 마무리파티가 아주 재미있었다는 이야기가 인디뮤지션들사이에서 전해지면서 상황이 180도 변했다.

"에나뮤직은 오픈마이크가 끝나면 꼭 모여 치킨을 먹어요. 간단한 뒤풀이죠. 처음에는 바쁘다고 먼저 돌아가는 팀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픈마이크 보다 더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서 빠짐없이 참가해요. 뮤지션뿐만 아니라 관객도 함께하는 자리에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나누는데 에나뮤직 운영에 밑거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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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에나뮤직 대표./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지난 2월 13일 the 공감에서 18번째 오픈마이크가 열렸다. 신도윤·24.6·아르벤치(A Le Bench), 서찬우, 달 없는 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현재 40여 개 팀이 오픈마이크에서 노래를 불렀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도 찾았다.

특히 이동혁(사탕수수 멤버) 씨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이 씨는 오픈마이크를 자발적으로 처음 신청한 뮤지션이자 첫 무대를 연 주인공이다. 자작곡 없이 다른 가수들의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초등학교 교사다.

에나뮤직은 지난 12월과 1월에 이동혁 씨만을 위한 공연을 따로 기획했다. 이동혁의 성장판이었다.

이처럼 에나뮤직은 시작하는 음악인들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다.

인디뮤지션들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자리, 반짝 열렸다 사라지지 않는 무대가 오픈마이크라고 입을 모은다.

최 씨는 에나뮤직이 정식으로 등록된 문화단체가 아니라서 지역민의 호응이 큰 힘이라고 했다.

"진주에서 인디음악문화를 이끌어 온 선구자들이 꽤 많아요.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장님, 오랫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인디뮤지션이죠. 그분들의 응원이 에나뮤직에게 항상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진주 인디음악의 요람이 되어달라고 말씀해주셨을 때는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에나뮤직은 오픈마이크 입장료 등 행사 때 들어오는 수익으로 움직인다. 에나뮤직 잔고는 항상 10만 원 이하. 회식과 뒤풀이는 모두 더치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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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the공감에서 열린 오픈마이크 모습./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에나뮤직이 운영되는 비결은 팀워크다.

"에나뮤직 스태프는 8명이에요. 저의 멘토이자 청년공동체 공감을 운영하는 김준형 형님을 필두로 고용상담사로 공직활동을 하는 대학 후배 소희, 공감에서 일하는 정화, 물리치료사인 태열이와 가을이,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 근무하는 전문 기획자인 정무, 대학생인 지수와 혜빈이까지. 6명으로 시작했는데 오픈마이크 횟수가 늘어나면서 인원 보강이 필요했어요. 이렇게 9인 체제로 운영합니다. 다들 각자 분야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에나뮤직' 스태프로서 일해 줘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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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버스킹 공연이 끝난 모습. 최우영 대표는 맨 뒷 줄 가운데./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어린 시절 꿈, 작사가가 되다

최 씨는 웹디자이너, 에나뮤직 대표 말고 또 다른 직함이 있다. 바로 작사가다.

"작사가는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꿈이었어요. 물론 히트곡을 쓰지 않는 이상 시쳇말로 '돈이 안 되는' 직업이라 집안의 반대도 컸어요. 다른 직업을 주업으로 삼았죠. 그래도 꿈을 포기하기 싫었어요. 틈틈이 독학으로 작사 공부를 했어요. 수백만 원씩 들여가며 서울에 있는 유명 작사가들의 강의를 듣기에는 제 지갑이 너무 얇거든요."

그러다 기회가 왔다.

최 씨는 2011년 '애머런스'라는 밴드가 진행한 작사공모에 응모해 합격해 '내 눈에 속삭여'라는 데뷔곡을 쓰게 됐다. 2012년 9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정식 작사가가 됐다. 이후에도 애머런스와는 꾸준히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또 다른 기회는 온라인 작사동호회 '노래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카페에 가입하면서다. 독학으로는 부족했던 부분들을 많이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곡이 탄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곡은 더카(The Car)가 부르는 '다녀올게'에요. 가사 대부분이 노래 만드는 사람들 카페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죠. 꿈을 잃지 않을 힘도 얻었고요. 그렇게 작사가로서 입봉을 하게 되었고, 데뷔 4년차인 지금 8곡을 썼습니다."

최근 작품은 더카(The Car)의 '죽는 것보다'다. 어쿠스틱 악기를 바탕으로 한 발라드로 '죽는 것보다 더 잔인한 것은 기억에서 지워지는 일이다'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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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대표가 작사한 '죽는 것보다' 앨범 표지./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그는 현실 경험에 상상을 더해 곡을 쓴다.

"죽는 것보다는 실제로 제가 입 밖으로 꺼낸 말이기도 합니다. 그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긴 했지만요. 노래 속 주인공이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 길에서 만난 상황을 그려봤어요. 많이 들어주세요. 공짜로 듣지 말고 돈 내고 들으셔야 합니다. 유명 작사가 아니면 밥벌이가 어려워요. 저작권협회에서 들어오는 돈이 1년에 2만 원 정도더라고요."

그는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경남문화예술센터 아카펠라동아리 '해피트리'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부터 연습을 한단다. 해피트리는 지난해 8월 '제7회 진주골목길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행복하다고 매일 말해요. 이렇게 살 수 있구나 느끼죠."

그는 '내가 이렇게 살 수 있구나'를 느낀다고 했다. 에나뮤직과 작사, 해피트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행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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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트리 공연 모습.왼쪽에서 세 번째가 최우영 대표다. /김태열(낭만주의자·에나뮤직 미디어팀장)

그러면서 에나뮤직에 대한 책임감을 말했다.

"행복감 뒤에 책임감이 따르죠. 하면 할수록 느끼는 마음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입니다. 에나뮤직 팀원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 거에요. 생업과 병행하기가 버거울텐데 말없이 묵묵히 제 몫을 다해내고 있지요. 에나뮤직이 정식단체가 아니라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겪은 것보다 더 큰 시련이 올 수도 있죠. 실질적인 수익구조가 없다 보니 단체의 지속성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음악과 사람이 희망이란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극복할 힘은 언제나 주변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페이스북 커버사진에 항상 단체사진을 쓰고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사람이 좋거든요. 에나뮤직에 대한 관심에 보답하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어요. 일상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이따금 하시죠? 삶의 여유가 너무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고요.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삶에 원동력을 불어 넣어드리고 싶어요. 제가 에나뮤직 활동을 하면서 행복해졌듯이요."

에나뮤직은 올해도 달린다.

지난해 진행했던 '고마워서 하는 버스킹'과 같은 합동 버스킹 행사와 '에나콩서트'처럼 수도권 지역의 인디음악가들을 초청하는 소극장 콘서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픈마이크와 성장판 공연 역시 꾸준히 열린다.

오는 금요일 the 공감에 가보자. 최 씨가 "살맛난다"라고 말하는 일상을 직접 보면 어떨까.

 

울지 말라고 웃어보라고

말하고 싶은데 나도 목이 메여서

잘 있으라는 건강하라는

한마디 말조차 건네기 힘들었어

그렇게 너를 두고 뒤돌아서서

나 얼마나 울기만 했는지

다녀올게 다녀올게

아주 잠시일거야

지나고 나면 네 곁에

다시 서 있을거야

다녀올게 다녀올게

-최우영 작사 '다녀올게'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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