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화요리 전문점에 여러 음식을 주문했을 때 서비스로 나오는 것. 바로 만두다. 쉽게 기계로 만드는 이런 레토르트 만두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수제 만두집이 있다. 만두 속부터 피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수제 만두 하나로 대를 이어온 집이다. 김해 동상동의 만리향을 찾았다. 종로길이라 적힌 외국인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에서 만두를 주 종목으로 내세웠다.

만리향은 중화요리점 이름 같다. 화교 3세인 곡충의(35) 만리향 대표는 김해 최초의 중화요리점 경화춘 얘기를 꺼냈다. 경화춘은 현재 만리향 바로 근처에 있다. 할아버지가 경화춘을 1945년에 시작했고, 당시 경화춘에서 요리를 배워서 중화요리점을 연 가게가 많았다고 했다. 경화춘에서 일하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만리향을 1979년에 따로 차려 나왔다고 했다. 80년대 중반에는 아침 6시부터 준비한 200∼300인분의 만두가 점심 때 2시간 만에 다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건물주와의 계약 문제로 가게를 여기저기 옮겨다녔지만, 단골은 잊지 않고 찾아왔단다.

곡 대표는 "사실 지금 이 가게도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세상에 만두 좋아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거리인 만큼 동남아 쪽 손님도 많다고 했다. 특히 네팔에서 온 손님 중 한 명은 보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30년 이상 된 만두 가게를 3형제 중 막내인 곡 대표가 왜 맡았을까. 그는 "만두를 정말 좋아해서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부모님은 힘에 부쳐서 더는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웠고, 회사 일을 하던 곡 대표가 일을 그만두고 5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게 근처에서 옷 가게를 하는 누나가 틈틈이 가게를 돕는다. 어머니도 오전에 주로 나와서 준비를 돕는다.

어려운 시절 얘기도 고백했다. 부모님이 만두 가게를 하다 다시 경화춘에서 일하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곡 대표는 그 시절이 온 가족이 가장 힘들고 불행한 시기였다고 했다. 대학교 졸업할 무렵이었는데 당시 부모님이 아프셔서 가게를 이어가라고 했지만 그때는 원치 않았다고 했다. 평생 자장면 장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일은 고달픈데 자장면 가게가 늘면서 경쟁은 치열했고 수입이 적었다. 중화요리점을 '짱깨'라고 부르는 것도 곡 대표에게는 상처였다. 중화요리 종사자를 비하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그는 회사에 취업을 했다. 그런데 자장면이 아닌 좋아하는 만두로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게 만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 곁에서 만두 만드는 일을 도와왔던 터라 생소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만두 만드는 비법을 차근차근 전수받았다. 만두 피도, 속도 다 손으로 만들기에 손으로 다 익혀야 했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 만두를 끊임없이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어야 맛있을지 만들고 먹고 하느라 살도 쪘다.

만두가 비슷할 것 같아도 종류별로 다 다르다.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 왕만두 종류별로 밀가루 반죽 두께가 다르다. 속은 왕만두를 빼고는 비슷하다. 왕만두에는 다른 만두 속에는 없는 잡채가 들어간다. 보통 돼지고기, 부추, 파, 생강, 마늘을 속에 넣는다. 곡 대표는 속도 속이지만, 만두 피에 자신감이 크다. 매일 오전 군만두, 찐 만두 등의 피를 100인 분(1000개) 정도 만들어둔다. 밀가루 반죽을 하려면 500번 이상을 주물럭거려야 한다.

곡 대표는 "종류별로 만두 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밀가루, 물, 소금 비율이다. 이건 가족 중에서 나 혼자만 안다. 어머니도 이제 반죽은 잘 하지 않으셔서 잘 모르신다"고 말했다. 비율은 당연히 비밀이다. 돈 주고 사겠다는 사람도 많이 찾아왔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찐만두, 군만두, 왕만두, 물만두를 맛봤다. 그의 자랑만큼이나 만두 피는 남달랐다. 쫄깃했다. 가장 인기가 많다는 찐만두와 군만두는 독보적이었다. 만두 속의 생강향이 고기 잡내를 잘 잡았다. 군만두는 느끼하지 않고 바삭바삭했다. 서비스로 나오는 공짜 군만두와는 정말 비교할 수 없다. 왕만두는 이름처럼 다른 만두보다 크고, 피도 두꺼웠다. 물만두가 든 만둣국은 우동 같았다. 각종 채소와 해물이 들어가 얼큰했다. 물만두는 집에서 해먹으려고 냉동된 만두를 사가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곡 대표는 손님들에게 맛있게 물만두를 먹는 법도 빼놓지 않고 설명한다. 팔팔 끓는 물에 물만두를 넣고 찬물을 넣어서 끓이기를 서너 번 반복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웃으며 알려줬다.

'만두 향이 만 리까지 나라고 지었다'는 만리향. 처음에는 중국식으로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 입맛에 맞게 바꿔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중국 만두는 원래 잡채가 안 들어가고 많이 기름지다고 했다. 만리향 만두 대부분은 잡채가 들어가지 않는 중국식이다. 기름기는 줄였다. 기름지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 맞췄다.

곡 대표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좋아하는 만두를 빚어서 일하는 지금이 무척 좋다.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칭찬과 격려에 정말 힘이 난다"고 말했다.

<메뉴와 위치>

◇메뉴 △찐만두 4500원 △군만두 4500원 △물만두 4500원 △왕만두 5000원 △만두국 5500원.

◇위치 : 김해시 동상동 992-11.

◇전화 : 055-332-8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