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마산의거의 현재와 미래

'쓸쓸하던 마산 3·15기념탑, 선거철 닥치자 화환에 파묻혀'. 1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1985년 1월 19일 자 <동아일보> 기사 제목이다.

그리고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다. 백한기 당시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이 한나라당 이달곤 도지사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그는 이달곤 후보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3·15의거 국가기념일 제정에 힘을 보탰다며, 그 보답 차원으로 나섰다고 했다. 지역사회에서는 기념사업회를 관변단체로 전락시키고 3·15정신을 훼손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3·15의거'도 55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지금은 '진정한 정신 계승보다는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만 남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많다.

김영만(70·이하 김) 전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장과 변승기(69·이하 변)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을 각각 만나 3·15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장

"3·15를 계승 발전하는 공법단체가 3·15의거기념사업회입니다. 매년 행사하는 걸 보면, 마치 노병들이 옛 군대 이야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지향적인 것은 없고 '박제된 3·15'만 남아 있습니다. 기념사업회가 주창하는 3·15 정신은 자유·민주·정의입니다. 이게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로 너무 거창합니다. 쉬운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이승만 정권은 '자유'당, 박정희 정권은 '민주'공화당, 전두환 정권은 '민주''정의'당이었습니다. 이러한 세력도 나름의 개념을 두고 자유·민주·정의를 말한다는 겁니다. 당시 구호가 '살인경찰 처단하라' '이승만 물러나라' '부정선거 다시 하라'였습니다. 불의와 부당함에 맞선 저항이었던 거죠. 이것이 곧 3·15 정신이며, 앞으로 계승해야 할 부분입니다."

"뉘앙스만 다를 뿐이지 자유·민주·정의와 저항정신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은 최종적으로 자유·민주·정의를 찾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3·15가 그동안 4·19에 묻혀 있었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제는 3·15의거를 어린 친구들에게부터 심어 주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3·15가 4·19 동력이 됐다 정도로만 나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하고 많은 내용이 기술되고, 또 재조명될 수 있도록 국정교과서 편찬위 등을 방문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3·15정신은 당시에 그친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10·18 부마항쟁으로 계승했죠. 그리고 6월 항쟁을 봐도 그렇습니다. 당시 '마산에서 들고일어나면 정권이 바뀐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마산운동장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축구 경기 때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면서 최루탄으로 경기가 중단됐습니다. 이 장면이 전국에 중계됐는데 국민들은 '마산이 움직였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항정신이 다른 형태로 계속 전개됐습니다. 노동운동·친일청산운동·통일운동 같은 것이죠."

"그동안 3·15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50주년 때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달라졌습니다.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시민·국민 속으로 확산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아카데미, 전국 지하철 홍보, 장학사업, 데이터베이스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3·15를 알리고 있습니다. 유적지 탐방 같은 경우 3·15에만 그치지 않고 4·19, 5·18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3·15정신 근원은 일제강점기 항거정신이기에, 올해는 안중근·윤봉길 유적지 참배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변승기 3·15의거기념사업회장

불의에 맞서 일어섰던 마산은 극도로 보수화된 지 오래다. 선거 결과를 보면 명확하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지금의 새누리당 계보 정당에 '묻지 마' 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3·15의거의 도화선은 부정선거였다. 그리고 50년이 흐른 지금, 국정원장이 대통령선거에 개입해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일어났다. 마산 사람들 처지에서는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되는 3·15정신, 이제는 퇴색한 것일까?

"저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불의에 맞서는 저항정신은 시간이 지나면 전통이 됩니다. 마산이 아무리 수구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불씨까지 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게 되면 화산처럼 타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면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념사업회가 이전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3·15 정신 계승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하자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방법이 이제는 고도화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4·19 단체와 늘 유대하고 있는데 회장단 회의에서 성명서 발표 논의도 있었지만, 재판 과정이라 지켜보고 있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기념사업회) 다음 이사회 때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할 계획입니다. 3·15의거 정신인 자유·민주·정의를 훼손하는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사안 하나하나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꼭 나서야 할 때가 되면 마다치 않을 생각입니다."

23-일러스트-권범철-기자.jpg
▲ 일러스트 권범철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