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에서 만나는 이순신]전국 최초 VS 주민 스스로

오늘날 이순신은 말없이 전국 곳곳에 서 있다. 동상으로 말이다. 이순신 동상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도내에 이순신 동상이 있는 대표적인 곳은 창원 진해 북원로터리, 통영 남망산공원과 이순신공원, 사천 노산공원·대방진굴항·모충공원 등이다.

이 중 진해 이순신 동상은 1952년 4월 13일 건립된 것으로 전국 최초로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제막식에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참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통영 사람들은 이에 대해 좀 시큰둥하다. 그러면서 이 지역 남망산공원에 자리한 동상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 동상은 1955년 세워졌는데, 주민들 성금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통영 사람 누군가는 "시작은 일찍 했는데 돈 모으느라 늦게 완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진해 북원로터리 이순신 동상.

이를 떠나서 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이순신 동상은 아주 소박하게 다가온다. 다른 곳의 이순신 동상은 기골 장대하고 뿜어나오는 기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이 동상은 어깨도 넓지 않고 실물 크기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아마도 주민들 주머닛돈으로 만들다 보니 재정이 넉넉할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적인 이순신을 만날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예상밖의 섬세함이 녹아 있다. 다른 동상은 대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이 동상은 왼발을 살짝 들고 상체와 시선도 약간 왼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통영 문화해설사 박정욱 씨는 이렇게 해석했다. "사람들은 한산도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는데요. 살짝 왼쪽으로 비켜 쳐다보고 있잖아요. 그 방향은 일본이라고 봐야겠지요."

통영 남망산공원 이순신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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