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지난 9월호에 28회로 막을 내렸던 '초짜 애식가의 음식 이야기' 두 번째 시즌입니다. 매월 음식 두 종류를 골라 어떻게 하면 좋은 맛을 낼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 '레시피'를 탐구하고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독자님들의 기탄없는 의견과 비판 기대하겠습니다.

비빔밥

비빔밥에 뭔 레시피가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충(?) 나물 몇 가지 만들어 밥에 넣고 고추장으로 '마구' 비비면 완성되는 음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집에서 직접 비빔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귀찮다. 서너 종류만 만들어도 꽤 많은 손이 가는 게 나물이다.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려면 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자칫 놓치기 쉬운 디테일이 적지 않다. 

나물은 채소 종류나 성질에 따라 각각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시금치, 미나리, 숙주 같은 것은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짠 뒤 소금, 참기름, 다진마늘 등으로 양념하면 충분하지만 도라지나 고사리, 버섯, 애호박 등은 데치거나 소금에 절인 뒤 양념을 넣고 기름에 볶아야 맛이 난다. 고사리나 도라지는 멸치·다시마·소고기 양지 등 육수를 더해 볶기도 한다. 콩나물 같은 경우는 끓는 물에 소금과 마늘을 넣고 삶은 후 찬물에 헹구면 끝이다.

중요한 것은 데치든 볶든 삶든 물기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맛이 겉돌지 않고 질척거리지 않는다. 방법? 뭔 뾰족한 수가 있겠나. 있는 힘을 다해 손으로 물기를 꼭 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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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이 제일 스트레스겠다. 무엇을 대체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이 많을 텐데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나물은 채소 그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이지 양념이 주인공이 아니다. 신선한 재료에 소금이나 국간장, 참기름, 마늘 정도면 대개 모자람이 없으며 그야말로 살짝, 가급적 최소화해서 무치거나 볶기를 권한다. 마늘도 과감하게 생략해도 된다. 깨소금도 많이 쓰는데 개인적론 별로 선호하지 않는 재료다.

밥 짓기 역시 중요하다. 너무 되거나 진 밥은 낙제점이다. 밥맛을 더하기 위해 사골이나 소고기 양지 육수를 내 밥을 짓기도 하는데 여유가 있는 분들은 한번 시도해 봐도 좋을 듯하다.

나물을 다 만들었으면 이제 마지막 단계다. 비비기. 밥에 갖가지 나물을 넣고 나물이 골고루 분산되도록, 밥이 뭉침이 없도록 살살살 비벼주자. 뻑뻑하다 싶으면 참기름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잠깐 뭐가 빠지지 않았냐고? 고추장? 기자는 고추장비빔밥을 먹을 요량이 아니면 '절대' 고추장을 투하하지 않기를 권한다. 고추장은 한식 양념 중 가장 강한 녀석으로서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맛은 모두 압도해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나물에 양념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나물이면 충분하다. 좀 심심하다 싶으면 국간장을 약간 더하면 된다.

시금치부터 콩나물, 버섯, 애호박, 고사리까지… 하나하나 나물 낱낱의 맛이 느껴지는가? 그랬으면 성공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식당에서 흔히 파는 이른바 '돌솥비빔밥'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돌솥이 뿜어내는 강한 열기가 나물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계란말이

첫 회부터 너무 쉬운(?) 요리만 다뤄서 죄송하다. 세상에 계란말이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한데 인터넷 블로거 등이 계란말이 해놓은 것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고 종종 의아하기까지 하다. 굳이 물이나 다시마육수를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보통 일본식 계란말이를 할 때 다시마육수를 넣는데, 감칠맛을 더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특별히 맛이 더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치즈, 햄, 김 등 부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반갑지 않다. 계란 자체에 이미 나름의 고소함이 있건만 과유불급인 듯하기 때문이다. 

진짜, 신선한 계란에 소금이면 충분하다. 계란 5개당 반큰술 정도. 이것도 정답이 아니다. 만들다보면 입맛에 맞는 소금 양이 잡힌다. 파나 미림을 약간 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금과 계란을 섞은 계란물을 이제 프라이팬에 넣어주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너무 세지 않은 불에서. 

모양을 더 예쁘게 만들려면 사각팬을 이용하거나, 계란물을 한번에 다 넣지 않고 조금 조금씩 넣어가며 말면 되지만 필수는 아니다. 집에서 흔히 쓰는 둥근 프라이팬도 별 문제가 없으며 한번에 다 쏟아부어도 맛에 전혀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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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중불과 중약불 사이 정도를 오가면서 계란물이 너무 빨리 익지 않게 그때그때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살짝 익으면 뒤집개로 끝부분부터 살살살 말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모양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적당히 덩어리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계속 말아주자. 

계란물이 옆으로 새어나오며 혼비백산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당황하지 말고 말아진 계란 끝부분을 프라이팬 맨 오른쪽(왼손잡이는 왼쪽)으로 옮기고 남은 왼쪽(오른쪽) 빈 공간에 계란물을 밀어내자. 말 때는 양손을 다 써야 모양이 잘 잡히는데 맨손은 뜨거울 수 있으므로 나무주걱 같은 것을 이용해 함께 말면 좋을 듯하다.

끝이 보인다. 다 말았다고 생각되면 불을 강하게 올려 계란말이 겉면이 약간 바삭해질 때까지 '굽는다'. 갈색빛이 나도록. 그래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계란말이를 즐길 수 있다. 

완성된 계란말이는 좀 식힌 뒤 잘라서 먹어도 좋고 그냥 통째로 접시에 놓고 젓가락으로 잘라가며 먹어도 된다. 

맛이 어떠신지. 보통 맛보다 예쁘게 만드는 데, 그리고 이것저것 부재료를 퍼부어 넣는 데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디 팔아먹을 것도 아니고 쉽게 쉽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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