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단연 1위…창원 중에서도 옛 마산 쪽에 집중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 경남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수입자동차다. BMW도 대세다.

수입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거리에서 보기 드문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국내 수입차는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상승하면서 옵션을 포함한 국산차와 가격을 비교해도 크게 비싸지 않다. 

경남은 5년 만에 수입차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0년 도내 등록된 수입차는 4만 4009대에서 2014년 10월 현재 8만 1336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10대 승용차 중 1대는 수입자동차

한국수입자동차협회(www.kaida.co.kr)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자동차 점유율이 2002년 최초로 1%를 넘었다. 10년 뒤인 2012년에는 10%를 넘어서게 된다. 

1987년 1월, 정부는 외국차 수입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다 이듬해 전 차종에 대한 배기량 규제를 풀어 완전히 개방했다. 당시 분위기는 갓 성장기로 진입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축과 외화 낭비, 과소비와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이 절대적이었다. 수입차 판매는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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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서동진 기자

하지만 1994년 이후 세계화와 개방화의 바람은 수입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4년 한미 자동차 협상 타결로 특소세, 자동차세가 인하되고 판매대리점, 광고시간 등의 규제가 폐지됐다. 이때부터 수입차 업계의 본격적인 판촉 활동으로 국내에서 수입차는 크게 늘어난다. 1993년까지 2000대 미만에 머물렀던 수입차 판매는 1994년 3865대, 1995년 6921대에 이어 1996년에는 1만 315대를 팔아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리게 된다. 

수입자동차시장은 1997년 IMF 여파로 큰 위기를 맞지만 2000년 수입자동차모터쇼를 전기로 다시 한번 도약한다. 특히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렉서스 브랜드를 가지고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아우디(Audi)와 폴크스바겐(Volkswagen)의 국내 공식 수입판매점이 출범한 2000년은 수입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된다. 

2001년까지 국내승용차시장에서 1% 점유율을 밑돌던 수입차는 2002년 1만 6119대로 1.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최초로 1%를 넘어서게 됐다. 이후 수입차 시장은 매년 판매기록을 경신하면서 2008년에는 6만 1648대로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최초로 6%에 진입했다. 2009년에는 2008년 말부터 불어 닥친 글로벌경제위기로 성장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성장에 가속도를 붙여 연간 13만 대를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의 10%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되면서 '수입차 대중화'의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 

'창원 사람은 독일 자동차를 좋아해~'

경남도청이 제공한 경남 수입자동차 현황(승용·승합·화물·특수 포함)은 2010년 4만 4009대, 2011년 6만 1522대, 2012년 7만 2359대, 2013년 7만 8482대, 2014년 10월 현재 8만 1336대를 기록하고 있다. 

창원시는 10월 현재, 수입 자동차가 4만 1664대 등록돼 있다. 합포구가 1만 3668대로 가장 많고 회원구 1만 2686대, 성산구 9222대, 의창구 4440대, 진해 1648대 순이다. 이 중 독일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독일차는 벤츠,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오펠 등 종류가 가장 많고 한국사람에게 인지도가 높다. 

수입차 딜러는 "창원시장은 아직 보수적이어서 브랜드 파워를 무시 못한다. 세세한 기능보다 인지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미국차와 일본차가 2·3위를 다투고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이 대표적인 일본 자동차는 가성비와 연비 만족도가 높다. 이 중 도요타 렉서스는 1990년대 초반 독일 벤츠나 BMW를 겨냥한 고급차종으로 일본차는 저렴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벗긴 자동차다. 

이외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라고 인식되는 롤스로이스 등 영국차와 안전도에 있어 항상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볼보, 사브 등 스웨덴차도 차츰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회원사(24개 브랜드) 승용차 등록을 기준으로 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경남도청 현황과 수치는 다르지만 흐름은 같이 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경남은 1998년 수입자동차 수가 68대에서 2003년 1000대(1109대)를 넘어서며 2013년 1만 6121대로 전국 수입자동차 시장의 10.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자료에서 경남에서 가장 인기있는 수입차는 정통 프리미엄 세단 메르세데스 벤츠다. 경남에서 벤츠 점유율은 33%(2013년 말 기준)다. BMW 17%, 아우디 16.4%, 폴크스바겐 11%, 포드 3.1% 순이다. 

수입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인기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예전에는 수입차가 돈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500여 종으로 다양화되면서 2000만 원대 초중반부터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현대자동차의 잦은 파업 등으로 국산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국산차와 비교해도 가격과 성능이 오버랩되는 차량이 많다. 이전에는 40~60대가 주 소비자였지만 지금은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연비나 브랜드에서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찾는 30대가 늘면서 전 세대를 만족하게 하는 수입차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경남 수입차 등록 줄어든 이유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경남지역 수입차등록 현황'(회원사 승용차 등록 기준)자료에서는 2011년 정점을 찍은 경남 수입자동차 수가 2012년부터 하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3만 4005대를 등록한 경남지역 수입차는 2012년 2만 1796대, 2013년 1만 6121대를 기록했다. 이는 공채매입과 큰 상관이 있다. 

공채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필요한 채권으로 지자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지하철이 있는 광역시 이상은 도시철도채권, 이외 도시는 지역개발채권을 사야 하는 일종의 준조세 제도다. 

공채 매입비율은 2000cc 차량 기준 서울은 20%, 울산·광주지역이 12%인데 반해 경남, 부산, 대구, 제주 등은 5%로 한참 낮다. 이런 이유로 경남에서 수입차를 등록하고 실제 차량은 수도권에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인천시가 2012년부터 자동차 공채 매입금을 경남과 같이 5%로 낮추면서 리스와 렌터카 등 법인 구매가 급증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 수입차 이용은 수도권에서 절대적이다. 수입차를 사면서 절세를 위해 경남과 대구를 찾던 수도권 고객이 2012년부터는 인천으로 분산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011년 수입자동차 시장의 30%, 32%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던 경남은 2012년 16.6%로 급감하고 2013년에는 10.3%로 겨우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인천은 2010년 3.6% 비율을 차지했지만 2012년 10.8%로 껑충 뛰고 2013년 14.21%를 기록하며 2014년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주지에서 차량을 등록해야 하는 개인 고객과 달리 법인 고객은 해당 자치단체에 사무소나 거점이 있으면 등록할 수 있다. 인천시가 수도권 법인 고객을 그러모으며 현재 수입차 법인 구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내 전시장·서비스센터 두 곳에 집중

도내에 수입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는 모두 35곳이다. 진주에 4곳을 제외하고 모두 창원에 집중돼 있다, 창원에서도 특히 마산합포구 해안도로변과 마산회원구 봉암동 자유무역지역 후문 도로변에 수입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19곳이 밀집해 있다. 19곳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겸하는 원스톱 형태가 많다. 

해안도로변에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드, 벤츠, 볼보, 링컨 전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고, 봉암로에는 렉서스, 푸조, BMW, 크라이슬러, 지프, 미니, 닛산 전시장이 있다. 

10여 년 전 수입차 전시장이 처음 생겨날 때는 옛 창원지역보다 더 발달한 옛 마산이 적합한 지역이었다. 지금은 집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고 구태여 땅값이 비싼 창원 도심지로 옮겨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게 수입차 전시장이 밀집된 이유다. 

게다가 마산 해안도로변, 봉암로 일대는 마산·창원·진해 지역은 물론이고 진주·통영·거제 등 서부 경남 소비자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길목이라는 점 역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수입차 딜러는 "10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에서 영업한 덕에 경남에서 수입자동차 매장은 딱 두 곳으로 인식이 박혀 있다. 신규 매장 역시 옛 창원이 아닌 기존 매장 인근에 생기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10년 뒤에도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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