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가을야구 하고 싶다"

NC 다이노스가 창단 3년, 1군 진입 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막내팀으로 당당히 형님구단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숱한 이슈를 만들어냈다. 특히 지역라이벌 롯데에 상대전적에서도 앞선 가운데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면서 롯데가 주장했던 "9구단 창단은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경기장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과 프런트가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프런트의 중심에는 배석현(45) 단장이 있다.

배석현 단장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정보기술을 거쳐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다이노스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했다. 엔씨소프트가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로 발돋움하는데 영향력을 미쳤다. 

2011년 4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배 단장은 다이노스의 상무로 재임했고 7월부터는 단장직에 올라 이상구 전 부사장에 이어 팀의 2대 단장이 됐다.

그는 단장이 되면서 숱한 선수들의 스카우트 현장에 함께했고, 지금의 NC를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5일 마산구장 내 사무실에 만난 배석현 단장은 이날도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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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

전력 손실 큰 내년에도 실망은 안기지 않겠다

배석현 단장은 올 시즌은 경기력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한 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NC는 정규리그 3위라는 성적으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또 내야의 현재이자 미래인 박민우를 발굴했고, 지난해 불안했던 불펜진은 원종현, 김진성, 손정욱 등이 크게 활약하면서 빛을 봤다. 

배석현 단장은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매우 행복했던 한 해"라면서 "내년 전력손실이 크지만 2015년 시즌에는 신인선수들 경험을 쌓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프런트로서 선수단이 매 경기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전망은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전력손실이 큰 데 비해 유입되는 전력이 없다.

우선 외국인선수 4명과 모두 재계약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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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

내년 시즌부터 NC는 신생팀 창단 이점을 활용할 수도 없다. 이에 올 시즌 마운드에 올랐던 찰리, 에릭, 웨버,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3할,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테임즈 중 최소 한 명은 내년 시즌 NC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특히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게 되지만 그는 평온하게 답했다.

"4명의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다했으나 투수 중 한 명은 NC를 떠나야 할 수밖에 없어요. 아직 4명의 선수들과 접촉을 하지 않았고, 성적이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생각은 없어요. 시간을 두고 계약조건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다보면 재계약과 관련해 외국인 선수 영입 윤곽이 나올 것 같아요."

배 단장은 외국인선수 보류권과 관련해서는 NC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더라도 한국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보류권을 풀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전력손실은 권희동, 이상호가 군입대를 하게 됨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배 단장은 "희동이를 대신해서는 외야수에 뛸 수 있는 오정복, 마낙길, 김성욱 등이 나설 수 있고, 상호의 빈자리에는 박으뜸, 김준완, 최재원이 자체경쟁을 펼칠 것 같다"며 은근히 새로운 선수들의 경쟁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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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

또 하나는 시즌이 전체적으로 길어지는데 현 주축 선수 중 휴식기가 없이 진행되는 리그 일정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선수는 극소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마지막 전력손실 요인은 26인 엔트리로 변경되는 것이다.

그는 "한 명의 엔트리가 줄어들면서 기존 팀들과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라 작전이나 선수 교체 측면이 더 중요해 질 것이다. 전체적인 현재 분위기만 보면 내년 시즌은 올 시즌보다는 버거운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요인은 4가지로 요약이 되는데 전력강화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제로다.

배 단장은 "군에서 제대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들은 연말에나 팀으로 합류하게 된다. 그래서 분명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다. 힘들더라도 성적을 내야겠지만 2016년과 2017년 등 매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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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

기존 선수와 합류한 선수들, 시너지 효과 입증했다

지난해와 올해 NC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새로운 인물들이 라인업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우선 자유계약선수(FA)로 NC 유니폼을 입은 이종욱, 손시헌이 대표적이다.

배 단장은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이었고, 좋은 선수들이 팀에 오다보니 자연스레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특히 손시헌이 내야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박민우의 성장을 도왔다"고 만족을 표했다. 

그의 말대로 손시헌의 합류는 팀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 손시헌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 팀이 슬럼프에 빠진데 반면, 부상에서 돌아온 기간 NC는 다시 반등했다.

거기다 손시헌이라는 든든한 내야 사령관이 있음에 박민우의 성장이 촉진됐다.

지난해 박민우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음에도 잦은 실수와 주눅 든 경기력으로 시즌 말미가 되어서야 1군 선수단과 동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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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

하지만 올해 박민우는 도루 50개를 기록하는 등 이제는 팀에 주요 선수로 성장했다. 아직 수비를 할 때 불안한 모습도 보이곤 하지만 또래 선수들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른편이고 경기출장수도 많다.

거기다 원종현이라는 원석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지난해 가장 약점으로 손꼽힌 부분이 불펜진이었잖아요. 근데 올해는 가장 칭찬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불펜진입니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고, 땀방울이 결실을 맺었죠. 김진성, 원종현의 활약이 엄청났고 원종현이 특히 잘해줬어요."

원종현은 올해가 본인이 프로로 1군 무대에 나선 첫 해다. 지난 2006년 LG 유니폼을 입었으나 2009년 경찰청 제대와 함께 방출당한 아픔이 있다.

그러나 올해 그는 진해수(SK)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3경기에 등판했다. NC 신고선수로 합류한 원종현은 팀의 최강 셋업맨으로 분류된다.

NC가 거침없이 올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얼굴이 팀에 녹아내렸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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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

나성범의 해외진출? 돌아오면 다시 NC 선수로!

10일 현재, 해외진출을 노리는 프로야구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많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장원준(롯데) 등 좌완투수 3명과 함께 유격수 최초 40홈런의 금자탑을 쓴 강정호(넥센)가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NC에서도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선수가 외야수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1군 무대 2년 만에 완벽히 적응을 마쳤다.

타율 0.329, 30홈런, 101타점, 157안타, 14도루, 득점권 타율은 0.390에 달했다.

배석현 단장 역시 나성범이 미래엔 해외진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녔다.

"성범이가 해외진출에 의지가 있다면 보내줄 생각도 있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돌아온 뒤에는 다시 다이노스에서 활약해야죠. 그리고 FA보다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이적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배석현 단장은 희망을 말하면서도 야구장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내쉬고 말을 한다. 그간 속앓이가 만만찮은 탓이다.

야구장 문제, NC가 욕심쟁이? 선순환구조 필요하다

NC의 야구장 이슈는 과도기를 지났다. 지난 6·4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진해 육대부지는 잠정적인 철회를 거쳐 마산종합운동장을 야구장으로 바꾼다는 계획까지 잡혀있다.

배 단장은 "3년만 쓰려고 리모델링을 이렇게 한 거 였는데…"라며 잠시 말꼬리를 흐렸다.

지금은 창원시와 논의가 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단 직원과 창원시 공무원이 어느 때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진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 그래도 과거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처음 전임시장과 창단을 약속하고 창단식을 할 때만 해도 청사진이 그려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당장 내년이면 첫 번째 약속한 시점인데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구단을 욕심이 가득한 팀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 솔직히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요."

특히 국내 프로스포츠는 아직 수익모델이 마땅찮아 모기업이나 큰 스폰서업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을 배 단장은 잘 안다. 그래서 새로운 야구장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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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석현 NC다이노스 단장(가운데).

"구단이 흑자를 낸다 해도 '모기업에 가서 저희가 이익을 냈습니다. 가지시고 칭찬해주세요'라고 말을 하지는 않아요. 그 이익은 고스란히 구단 자체 비용으로 운영됩니다. 선순환 구조를 통해 건전한 구단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일부 팬들이 그런 점을 몰라주니 많이 섭섭하기도 합니다."

솔직한 발언을 쏟아낸 배 단장은 2군 야구장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메이저리그는 2군 야구장이 소도시 중심으로 형성 돼 있어요. 그래서 그 지역은 야구를 하는 날이 곧 지역의 행사가 되죠. 구단도 잠정적으로 그렇게 움직여야합니다. 창원시민, 나아가 경남도민을 대표하는 프로구단으로서 지역민에게 문화를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생활 속 쉼터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당장은 1군 야구장이 우선이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일뿐입니다."

올해 거침없이 달린 NC 다이노스. 그리고 다이노스의 질주를 묵묵히 바라보고 헌신한 배석현 단장과 프런트. 그들이 있기에 어두움이 드리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새벽녘에 떠오르는 해처럼 밝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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