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마산 씨름]스승·선배 기술 대물림, 마산 씨름 특허

<손상주 대한씨름협회 전무이사>

1950년대 이전까지는 장날이나 명절 때 '소 따러 간다'고 해서 전국 호걸들이 모여 군웅할거를 겨루는 식이었다. 그때는 이북과 경상도로 양분되었다고 한다. 체계적인 기술보다는 타고난 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산세 이야기를 한다. 즉 지형이 험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산 있는 곳에는 기골 장대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는 거다. 그 속에서 아무래도 경상도 쪽이 좀 더 빨리 체계화되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에는 마산과 대구로 양분되었다.

마산은 손·다리를 쓰는 잔기술에 밝고, 대구는 들배지기 같은 큰 씨름을 하는 차이가 있다. 현역 시절 금강·한라급 8강부터 결승까지 내리 마산·진주 선수들과 붙은 적이 많았다. 그쪽 선수들이 나보다 실력은 좀 뒤지더라도 승부에 대한 집착만은 대단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 창원시청 소속으로 천하장사에 오른 정경진도 대구에서 씨름한 친구다. 마산 쪽에서 선수생활 하면서 예전보다 근성이 더 좋아진 것 같더라

손상주 대한씨름협회 전무이사.

<모제욱 경남대 씨름부 감독>

전통을 절대 무시 못 한다. 선배님들의 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존심 같은 거다. '내가 마산에서 씨름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것이 무의식 속에 있다. 옛날에 다른 지역에서는 우승 한번 하면 카퍼레이드 하고 난리였다. 그런데 나는 우승하고 마산에 오면 명함도 못 내밀었다. 워낙 꽃가마 타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칭찬보다는 못한 부분에 대한 핀잔부터 들었다.

요즘 외지 고등학생들이 기술을 배우러 마산에 많이 온다. 마산이 기술에서는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우리와 붙으면 장기전 기술에 대해 특히 겁을 낸다. 다른 데서는 몰라서 못 가르치고 못 배우는 게 많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기술이 몸에 익어 있다. 기술을 한번 제대로 배워놓으면 그것을 또 자신만의 것으로 변형할 수 있다.

나는 끌어치기 등 여러 기술을 이승삼 선생님한테 배웠다. 이 선생님은 또 황경수·김성률 선생님한테 전수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모제욱 경남대 씨름부 감독.

<'씨름인 출신'배희욱 경남도체육회 사무처장>

김성률 선배는 상대 심리를 이용하는 기술을 창안했다. 팔을 맞대면 상대방 호흡이 느껴진다. 호흡을 들이쉴 때는 잘 못 움직인다. 그러한 호흡과 심리를 이용해 기술을 거는 것이다.

마산은 씨름의 기본인 들배지기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김성률 선배와 동시대에 뛰던 천평실 선배가 들배지기를 기차게 했다. 그 기술을 익힌 것이 이만기·강호동이다.

이런 식으로 선배들이 익힌 기술이 후배들에게 자연스레 전수되는 것이다. 예전 상대방 선수들이 마산상고와 만나면 '아이고'라는 탄식부터 했다. 그 명성만으로 이미 상대방 기를 눌러버리는 것이다.

김성률 선배는 샅바 싸움을 일절 안 했다. 잡고 싶은 대로 잡으라는 거다. 그만큼 실력과 자신감이 있었던 거다. 그런 영향을 받았기에 후배들도 승부 근성은 강하지만 샅바 싸움은 잘 안 하는 편이다.

'씨름인 출신'배희욱 경남도체육회 사무처장.

<성석윤 대한씨름협회 사무국장>

전통적으로 샅바를 잡는 방식에 따라 경상도는 '왼씨름', 전라도는 '오른씨름', 충청도는 '띠씨름', 경기도는 '바씨름'이었다.

그러다가 현대에 와서 '왼씨름'으로 통일했다. 그래서 경상도 씨름이 강하다. 대구의 씨름도 강한데 마산이나 진주에 비해 힘에 의존하는 씨름이다.

그에 비해 마산 씨름은 굉장히 까다롭다. 기술이 다양하고 섬세하다. 이는 김성률 장군을 비롯한 역대 장사들과 지도자들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마산 씨름의 특기인 '장기전'은 씨름 재미의 한 부분이며 특히 뒤집기는 씨름의 꽃이다. 장기전 속에서 뒤집기가 나온다. 그래서 마산 씨름이 매력 있다. 1979년도쯤 부평고등학교 지도자 시절이었다. 당시 마산상고 3학년이었던 이승삼 감독은 일인자였다. 그때 우리 선수가 고경철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래도 지고 저래도 지니까 네(고경철)가 잘 하는 호미걸이를 써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두 판 모두 이겨버리더라. 지금도 기억날 만큼 기뻤다.

성석윤 대한씨름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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