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출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TV·책·블로그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2) 씨.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마산 통술'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통술집 외관이 그다지 정갈해 보이지 않아 외지인이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마산의 참맛을 알려면 통술집에 앉아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단맛 나는 해산물을 먹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스스로 통술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마산 통술, 통영 다찌, 진주·사천 실비가 낯설지 않은 사람이다. 서울 생활을 한 지 오래됐지만 고향이 마산이다.

그는 이러한 술문화가 이 지역만의 것은 아니라고 했다.

"1940년대 한국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봤어요. 선술집인데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있고, 그 뒤로 음식이 쫙 깔려 있었습니다. 지금의 실비 개념과 다르지 않은 거죠. 제가 서울서 대학 다닐 때 '순천집'이라는 곳에 자주 갔는데, 거기도 술만 시키면 아주머니가 명태조림·국·김치 같은 것을 이래저래 내주셨죠. 지금도 허름한 부둣가에 가면 실비 개념의 안주가 나옵니다. 일본에도 동네 술집 중에 이런 문화가 있고요."

그럼에도 유독 마산·통영·진주·사천·고성 등 경남에서 더 체계화되어 이어지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1일 서울에서 만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권범철 기자

"음식은 돈 받고 파는 것이 아니라는 관념이 1980년대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술값만 받고 안주는 그냥 내놓는 것이 이런 문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마산·통영 같은 곳에서 이런 옛 관념이 유독 강하게 자리했다고 유추해 볼 수 있겠죠."

통술·다찌·실비를 '전통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우선 '전통'이라는 말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음식연구가들은 전통을 고착해 놓았습니다. 그 시간적 지점인 조선시대에 했으니 지금 그렇게 해야 전통 문화생활을 한다는 식입니다. 그 외 음식에 대해서는 국적 불명의 경박한 음식이라는 거죠."

그러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통술·다찌·실비 그 자체를 두고 전통이라 하는 것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그걸 즐기는 마산·통영·진주·사천 사람들에 대한 전통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는 통술·다찌·실비에 대해 한 가지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눈은 즐겁게 하지만 입은 즐겁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리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아니죠. 싱싱한 재료를 쓰는데도 왜 그럴까요? 음식 내놓는 순서에 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메뉴 순서를 재구성해 '맛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단계별 코스를 만드는 겁니다. 코스요리에서 기본은 같은 조리법의 음식은 동시에 내놓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통술집에서는 조림과 무침을 같이 주고 그러잖아요. 예를 들어 이렇게 해보는 거죠. 처음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 그다음으로 신맛 나는 초간장에 찍어 먹을 수 있는 오징어·꼴뚜기·낙지 같은 것을 내놓는 겁니다. 그러면 입맛이 살아나죠. 그리고 회·해삼·멍게·미더덕을 깔고, 이어서 조림·구이를 내는 겁니다. 또 앞에 것을 중복해서 다른 종류 회나 큰 생선구이를, 마지막으로 탕을 내놓는 식입니다. 이런 순서로 하면 입이 훨씬 흥미진진해집니다."

그는 또 한가지 문제점을 말했다. 이는 비단 통술·다찌·실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외지 사람들이 경상도 음식점에 가면 깜짝 놀랍니다. '정말 장사 안 하려고 저러나'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워낙 불친절하기 때문입니다. 성질대로 하고, 손님 앞에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그럽니다. 경상도 사람들 기질이 원래 그렇다며 용인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바꿀 건 바꿔야죠."

그러면서 통술·다찌·실비 문화도 계속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몇십 년 된 것이라고 해서 고착화되면 안 됩니다. 계속 변화해야 하고 또 자연스레 변할 겁니다. 통술 같은 경우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다고 수지 타산이 안 맞으니 가격을 내리라 하긴 어렵죠. 대신 거기서 변형된 스타일의 음식점이 생겨날 것이고, 기존 것들도 또 자연스레 조금씩 변화해 가겠죠."

그는 경상도 한정식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통술·다찌·실비 술상에 대입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경상도 한정식은 언뜻 보면 마음을 잘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무뚝뚝하다. 손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쓱쓱 문질러놓은 그림 같다. 그러나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정 같은 게 느껴진다. 살가운 사랑은 없지만 긴 세월 같이 살아 정이 깊어진 아내라고 할까 싶다. 그러니 경상도 한정식을 즐길 때면 그 음식 하나하나에 집중을 하지 않게 된다. 전체적인 느낌 같은 게 먼저이다. 남북으로 나누자면, 경남은 호방하고 자연스러운 데 비해 경북은 겸손하고 단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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