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술이든 다찌든 실비든, 경남 안에서는 마산·진주·고성·통영·사천·고성 등 바다를 낀 곳과 그 인근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이런 술상을 돋보이게 하는 건 역시 풍부한 해산물이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일 항구도시인 부산으로 눈 돌려보자.

부산 구도심에도 실비집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밀집 골목이 형성돼 있지 않으며 진주·사천·고성 실비에 비해 풍성함에서도 떨어진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가 있다. 그 어느 곳보다 바다 먹을거리 많고, 화끈하기로 유명한 부산에는 이런 문화가 왜 형성하지 못한 걸까?

부산을 상징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남이가'다. 1992년 초원복집 사건 때 이 말이 등장하면서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으로 변질되긴 했다. 하지만 애초에는 여기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성을 나타냈다. 그것은 곧 6·25전쟁과 피란민으로 연결된다.

부산은 60여 년 전 전란 때 수많은 피란민을 품었다.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때 부산 모습은 상상으로 대략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휴전 이후 고향 혹은 새 삶터를 찾아 떠난 이도 있지만, 부산을 제2고향 삼아 정착한 이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한 정착민, 또한 그들을 보듬은 부산사람들…. 이 속에서 끈끈한 동질감이 형성됐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입 하나 풀칠하기 쉽지 않은 시간은 꽤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통술·다찌·실비와 같이 풍족하고 넉넉한 인심이 담긴 술상문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건 아닐까?

그렇다고 부산 사람들 그릇이 작다거나 인심이 메말랐다는 건 아니다. 파전·토스트 등 길거리서 파는 먹거리와 식당에 가보면 부산 사람들 손이 정말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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