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속 롯데' 비중 알아봤더니…백화점 대형마트에서 커피점까지, 유통시장 장악 우려

#창원에 사는 신로태(가명) 씨는 일어나서 '아이시스(생수)'를 마시며 기지개를 켠다. 오늘은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예비 신부와 혼수품을 사러 가기로 한 날이다. 출근하는 길에 회사 근처에 있는 '엔젤리너스(angelinus)'에 들러 모닝 커피 한 잔을 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윤 대리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라며 '롯데시네마' 표 2장을 줬다. 로태 씨는 커피를 한 잔만 사온 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햄버거를 즐겨 먹는 윤 대리에게 점심때 '롯데리아'에 가자고 제안했다. 점심을 먹고 서둘러 여자 친구를 만나 가전제품을 고르고자 '하이마트'에 들어갔다. 큰 LCD TV만 있으면 된다는 로태 씨와는 달리 꼼꼼한 여자친구는 행사제품인 세탁기와 냉장고만 주문했다.

로태 씨가 LCD TV를 왜 안 사느냐고 따지자 여자친구는 '롯데홈쇼핑'에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예복을 사고 '롯데아울렛'에서 여자친구의 명품가방(?)을 저렴하게 구매한 것 같아 기분이 좋은 로태 씨다. 쇼핑에 지친 여자친구를 위해 '나뚜루'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었다. 저녁은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생각이다. 둘은 '롯데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집으로 가는 길, 치약을 사야한다는 걸 또 깜빡했다. 로태 씨는 가까운 '세븐일레븐(편의점)'에 들러 치약을 샀다. 내일은 'T.G.I.프라이데이스'에서 대학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 친구들이 결혼선물로 '유니클로' 커플 티와 바지를 선물한다고 해 결혼 전 한턱 낼 생각이다. 자기 전 왠지 출출함을 느낀 로태 씨는 동생이 사놓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한 개 먹고 잠이 들었다. 

최근 도내 유통가에서 단연 화제는 '롯데'다. 마산 대우백화점이 '롯데백화점 마산점'으로 전환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롯데의 시장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로태 씨처럼 롯데그룹의 점포만 다녀도 일상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만큼 롯데는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경남으로 발을 넓혀 야금야금 경남 상권을 장악하면서 유통시장 점유율이 기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이면 롯데백화점 점유율 64%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롯데식품, 크리스피 크림 도넛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자회사로 롯데카드와 롯데홈쇼핑, 롯데인터넷쇼핑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도내에서 창원점 본관과 신관을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 백화점 시장에서 롯데백화점 창원점의 점유율은 43%로 지난해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위인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은 연매출이 2000억 원으로 24%, 대우백화점은 1750억 원으로 21%, 대동백화점은 1050억 원으로 12%의 점유율을 보인다. 2위와 3위 점유율이 3%p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대우백화점을 롯데가 인수하면 64%라는 점유율을 기록해 롯데가 창원시 백화점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백화점이 집중된 창원시에서 롯데의 지배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대형마트 24개 중 롯데마트는 김해점, 장유점, 진해점, 창원중앙점, 마산점, 삼계점, 시티세븐점, 통영점, 웅상점 9곳이고, 홈플러스는 창원점, 마산점, 진해점, 김해점, 동김해점, 밀양점, 거제점, 진주점, 삼천포점 9곳이 있다.

이마트는 창원점, 마산점, 진주점, 통영점, 양산점, 사천점 6개가 입점한 상태다. 진주혁신도시에 롯데마트가 입점 추진 중으로 알려졌고 2015년 이마트 김해점이 개점하면 대형마트는 26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은 도내 총 91개가 있다. 롯데슈퍼는 도내 총 18개로 경쟁사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보다 3개 점포가 많다. GS슈퍼 19개, 탑마트 30개, 하나로마트(클럽) 6개, 메가마트 3개, 에브리데이리테일 1개소다. 여기에 현재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창원시 마산회원구 메트로시티 2차 상가에 롯데슈퍼가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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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아웃렛 '롯데' 이름표로 김해에

김해에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다. 이 매장은 지난 2008년 12월 경남·부산 최초의 롯데 아울렛점으로 오픈했고 2012년 1년간 증축 공사를 진행해 2013년 6월 영업면적이 2만 6886㎡에서 4만 5700㎡로 넓어졌다. 국내 아웃렛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앞서 2013년 4월 신세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4만㎡)이 확장 공사를 진행해 '국내 최대 규모'라는 이름표를 붙였는데 롯데가 두 달 만에 그 이름표를 뺏은 것이다. 

김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5300여 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시설을 갖췄고 기존 158개 브랜드에서 노스페이스, 데상뜨, 솔리드옴므, 에코이스트 등 아웃도어, 스포츠, 남성캐릭터, 영 패션 대표 브랜드를 포함해 147개 브랜드를 추가 유치해 총 305개 브랜드를 운영하게 됐다. 롯데 아울렛은 현재 진주 혁신도시 내에도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또 올해 6월, 김해 롯데워터파크가 김해 장유 김해관광유통단지 내 개장했다. 규모는 축구장의 약 17배 크기인 총 12만 2777㎡(3만 7000여 평) 터에 전체면적 4만 793㎡(1만 2000여 평)로 조성돼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시설물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김해시는 이미 롯데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계열 가전매장인 하이마트는 도내 27개다. 경쟁사인 전자랜드는 16개다. 영화관은 롯데시네마가 도내 9개로 7개인 CGV 영화관과 독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도내 총 81개가 있다. 맥도날드(25개)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숫자다. 엔젤리너스 커피점은 도내 103개로 프랜차이즈 커피점 중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어 한 동네 2개 이상인 곳도 많다. 롯데가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도내 291개지만 2010년 4월 바이더웨이 합병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될까 우려

'유통 공룡' 롯데의 지역상권 장악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소 유통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동네 슈퍼마켓까지 잠식하면서 골목상권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한 유통관계자는 "시장의 독점 현상이 심화하면 유통 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다.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들의 선택으로 구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유통가에서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 상권은 이전부터 롯데 입지가 굳건한 자리였다. 하지만 신세계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바로 옆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입점하면서 부산 쟁탈전은 본격화됐다. 신세계는 부산 기장군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먼저 오픈했지만 롯데는 신세계 아울렛과 불과 1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5만 3000㎡ 규모의 초대형 프리미엄 아웃렛을 2015년에 개점할 예정이다. 이를 놓고 신세계에 부산 상권을 뺏긴 롯데가 경남 상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통 관계자는 "점포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롯데는 창원시청 인근, 진주 혁신도시 등 주요 상권에 입점해 세를 확장하고 있다. 경남 상권은 롯데 독점을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대우백화점까지 롯데가 운영하게 되면 중소유통업체와 인근 상인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인 대책마련은 물론 대형 유통업체는 출점을 지양하고 인근 상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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