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처럼 믿음직한 선수를 꿈꿔요"

마산용마고(이하 용마고) 야구부는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맞았다.

1922년 야구부 창단 후 메이저무대로 분류되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대기, 대통령기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기록한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 용마고는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시작으로 봉황대기에서 4강, 대통령배 무대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창단 후 가장 찬란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받는 용마고에는 김민우(19)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었다. 

김민우는 187㎝, 100㎏이라는 신체조건을 지녔다. 가히 올해 고교무대 최고의 선수이자 프로선수도 갖추기 힘든 하드웨어를 갖춘 김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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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용마고 투수 김민우./김구연 기자

김민우는 지난 8월 25일 '2015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의 말에 따르면 김민우가 유급생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1차 우선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9월 16일 용마고 운동장에서 만난 김민우는 프로무대 확정에도 여전히 공을 만지고 한시도 공을 놓지 않았다. 

프로 유니폼, 책임감이 필요한 옷

아직은 앳되고 어리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사람이 돌변한다. 김민우가 그렇다. 김민우의 평소 모습은 듬직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그의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김민우는 고교야구 주말리그 기간 투타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고교야구계에서 3년 만에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19경기 등판 9승 1패, 평균자책점 1.48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올해 초반 4경기에서 26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실점하면서 주말리그 선두를 굳게 지키는 데 일조했다. 

타자로서도 20경기에 나서 타율 0.313, 장타율 0.453, 출루율 0.416을 기록했다. 타점 7개, 사사구도 12개도 뽑아냈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조정훈(용마고·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두 번째로 도내 선수 중 1순위로 프로무대의 부름을 받은 선수가 됐다. 

김민우는 "조정훈 선배의 뒤를 이어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추억이 될 듯 하다"면서 "프로 부름을 받은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아직도 설레인다"고 밝혔다. 

사실 김민우의 프로무대는 올해 초 결정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김민우는 지난 3월 3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경상권 전반기 주말리그 울산공고와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무피안타 2볼넷 9탈삼진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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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용마고 투수 김민우./김구연 기자

고교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이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7월 17일 주말리그에서 충훈고 유영하(SK 와이번스)가 인천고를 상대로 달성한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김민우는 이날 경기 후 많은 매스컴에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많은 매스컴에서 김민우를 2차 1순위 후보로 낙점했다. 

김민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이름이 호명되기 전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매스컴을 통해 한화행이 유력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당일이 되니 긴장됐다. 혹시나 선택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한화에서 제일 먼저 불러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었다. 

김민우는 이제 당당히 프로선수가 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생각해왔던 그 모습을 이제는 미래의 프로선수들이 보고 느끼기 때문이란다. 

입단은 했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프로무대에는 서 본적 없는 김민우가 벌써 프로의 책임감을 생각한다는 것에 놀랐다.

이 악물고 버틴 1년, 결실을 맺었다

김민우는 팔꿈치 부상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수술을 했고, 그 결과 유급생이 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부상과 수술은 자신을 더욱 단련시켰고, 이슈도 만들어냈다.

김민우의 부상 부위는 LA 다저스의 몬스터 '류현진'과 같은 부위다. 이 때문에 많은 매스컴에서는 '우완 류현진', '오른손 류현진'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김민우는 "영광스럽지만 너무 부담스러운 별명"이라며 손사래쳤다. 자신의 부상과 함께 그에게 2013년은 힘든 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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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용마고 투수 김민우./김구연 기자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몸이 불편해졌다. 자신의 부상을 시작으로 가족이 모두 병원신세를 지게 됐고 더 이를 악물게 된 계기가 됐다. 

김민우는 "절망적이었다. 내가 부상을 당하고 재활을 하는 건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가족이 같은 기간에 그렇게 아픔을 겪는 것을 직접 보는 선수, 아니 아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빨리 프로에 가서 나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은 생각이 재활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전했다. 

정말 열심히 재활에 매달린 김민우는 그 1년이라는 시간이 약속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렸고, 절실한 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는 것. 

재활이 끝난 뒤 실전피칭을 하는 순간, 몸이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텨낸 스스로가 대견했고 한 번의 아픔을 겪고 나니 더 몸이 가벼워졌다. 다만 예전처럼 공을 빠르게 던지는 것에는 조금 불안함이 있었고, 아직도 조심스럽다."

보통, 투수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빠른 공으로 타자를 제압해 삼진을 잡는 것이라고들 한다. 김민우는 부상으로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140㎞대 초·중반의 직구를 뿌리는 그다. 무리하게 빠른 공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김민우를 만나러 간 당일 만난 한화 김재성 스카우터팀 과장은 김민우의 장점에 대해 "어린 나이에 뚝심을 갖췄고, 뛰어난 신체조건"이라고 말하며 "몇 년 뒤 한화 미래를 이끌 선발투수로 생각하고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힘들고 쓰라린 재활 기간을 보낸 김민우는 달콤한 열매를 결실로 맺었다. 김민우는 9월 25일 한화에 계약금 2억 원을 받고 계약했다. 

질기게, 오랫동안 프로 생활 하고파

잊지 못할 1년을 보낸 김민우는 줄곧 1학년 포수 나종덕에 대해 말했다. 3살 어린 주전 포수 나종덕은 투수 김민우에게 소중한 '마누라'다. (투수와 포수는 마누라라는 표현을 쓴다.)

김민우는 "종덕이는 1학년이지만 지금 전국에 내놔도 손색 없는 포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종덕이는 투수 출신이라 어깨가 매우 좋다. 송구만 놓고 보면 전국 상위권 포수라고 난 생각한다"면서 "종덕이와 3년 뒤 프로무대에서 만날 날이 기대된다. 아마 NC와 한화의 맞대결에서 한 번은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먼 미래를 그려봤다. 

프로무대를 준비하는 김민우의 롤모델은 오승환이다. 한화에 입단했기에 매스컴에서 '류현진'을 롤모델로 말하기도 하지만 오승환은 가슴 속 영원한 롤모델이다. 

그는 오승환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투구하고 타자와 맞설 때 절대 물러섬이 없어 정말 본받고 싶은 선수"라면서 "그런 강심장을 지녀야 투수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압도적인 힘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김민우는 신인지명회의 당일 벌어진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화 지명을 받은 뒤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한 기자가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했을 때 오승환을 말했다. 그러자 그 기자는 '한화에 입단했으니 한화 선수를 말해야 선배들에게 이쁨 받는 선수가 되지 않겠냐'고 전해줬다. 인터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짓을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래도 사랑을 받으려면 이제는 한화 선배들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김민우는 내년이면 프로 1년차 병아리 프로선수다. 당연하게도 어떤 보직이든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선수다. 물론 한화는 김민우를 미래의 선발투수로 낙점했지만. 

그는 "1군에서 떠오르는 선수, 혹은 성냥처럼 빠르게 타오르다 사라지는 선수가 되기는 싫다. 당장 1군 무대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하고 2군 생활을 통해 서서히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최대한 오래 프로무대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년에 만약에 기회가 닿는다면 한 두 경기 정도는 프로 마운드에 올라서고 싶다"고 웃었다. 

그의 내년 목표는 정해졌다. 바로 전지훈련 동참, 그리고 성장이다. 

"아직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해외전지훈련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전지훈련에서 선배, 코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프로무대 데뷔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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