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글로 옮겨도 좋지만 말로 뱉어야 제맛

통영 동피랑마을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쓰는 말을 글로 옮겨 놓은 것이 있다. 이 중 하나를 적어보겠다.

'무십아라! 사진기 매고 오모 다가, 와 넘우집 밴소깐꺼지 디리대고 그라노? 내사 마, 여름내도록 할딱 벗고 살다가 요새는 사진기 무섭아서 껍닥도 몬벗고, 고마 덥어 죽는줄 알았능기라.(무서워라! 사진기 메고 오면 다예요? 왜 남의 집 변소까지 들여다보고 그래요? 나는 여름내 옷을 벗고 살다가 무서워서 옷도 못 벗고 그냥 더워서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표준어를 보지 않더라도 경남 사람이라면 웬만큼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글로 옮겨놓으니 말맛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높낮이가 있는 경남 말은 더더욱 그렇다.

방언 연구가들은 "경남 말을 표준어로, 혹은 표준어를 경남 말로 바꾸는 것은 거의 번역 수준"이라고 말한다. 글 위에 '음 높낮이 구분점'을 1~3개로 찍기는 하지만, 그 느낌은 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로 표현하는 문학에서는 경남 방언을 절제해 사용하는 쪽이다. 특히 시에서는 방언 자체로만 오롯이 채우기보다는, 예를 들어 '오빠야'와 같이 부분적으로 시적 감성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는 식이다.

삼천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박재삼 시인. 1961년 나온 <추억에서>에는 '울엄매' '어떠했을꼬'와 같은 표현들이 나온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을 향토적인 정서로 녹여낸 것이다.

송창우(47)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전라도 시인이 쓴 것은 언어적으로 아름다고 유장합니다. 반면 경상도 시인은 아주 고루하면서 드세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죠. 청마 유치환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와 같은 식입니다. 천상병 시인도 섬세하기보다는 큰틀을 이야기하는 쪽이고요."

소설에서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더 직접적으로 사용된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한 대목이다

'만일 그렇다믄, 마, 만일 그렇다믄, 마, 만일 아들이라도 놓는다카믄 그거 참, 성님 그거 참 예삿일 아니요, 만석꾼 살림이.'

이에 대해 〈경상도 우리 탯말〉(윤명희·이대희·이성배·심인자·하루비 공저)이라는 책은 이렇게 서술했다.

'욕심 많은 임이네가 귀녀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으로 숨이 넘어갈 것 같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정황이 이 표현 속에 탯말(방언)과 함께 녹아 있다. 이것이 탯말의 힘이고 소설 읽기의 재미인 것이다.' '박경리는 이처럼 여인들의 심리묘사에 탁월했고 거기에 탯말을 자유자재로 사용함으로써 한층 더 사실적인 표현으로 실감을 더하고 있다.'

그래도 활자 아닌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영화·TV와 더 어울린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안에서는 사실감 전달보다는, 정형화된 이미지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성별에서 여성은 '오~빠야~'라는 콧소리 섞인 애교, 남성은 무뚝뚝함 혹은 남성다움을 대변한다.

직업에서는 뒷골목 건달, 졸부, 비열한 정치인으로 종종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거나, 주류에 편입하려 아등바등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인물로 자주 그려진다.

경남 말은 개그 무대에서 특히 유용하다. 개그맨 양상국(31) 씨는 "힘있는 톤이라 유행어 만들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사투리=시골'과 같은 불편한 등식은 어쩔 수 없다.

대중 가요 속으로도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특히 높낮이, 강한 발음, 다양한 어휘를 담고 있는 특성은 랩과 좋은 조합이 된다. '뭐라꼬'로 알려진 힙합 가수 술제이(30·본명 김성훈)는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마치 일본말처럼 들린다하여 방송불가 판정이 내려지는 일도 있었다. MC메타 '무까끼하이'(경상도 말로 무식하게)라는 곡이 그러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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