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독자·영원한 발랄 소녀' 오유림 씨를 만나다

"<피플파워> 10월호 창간 3주년 기념인데,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피플파워>를 정기구독해온 독자 인터뷰 한 번 해보면 어떨까?"

김주완 출판미디어국 이사 제안으로 지난 2011년 10월호부터 <피플파워>를 보고 있는 '창간 구독자 명단'을 살펴보던 중 독자명에서 '오유림'이 눈에 띄었다. '그래, 우리 오유림(48) 여사님 정도면 딱이지, 딱!'

지난해 11월까지 창원시 마산회원구 산호동에서 뼈다귀 해장국집 '오가네'를 동생들과 운영하며 지역에서는 '블로그 하는 밥집 아줌마'로 통하기도 했고, <경남도민일보>를 1면부터 20면까지 광고 하나 빠뜨리지 않고 보는 이른바 '열혈독자'로도 알려져 있다. <피플파워>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도 궁금했거니와 어쩌다가 '오가네'가 문을 닫게 됐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지난 9월 11일 오후 5시 30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 휴게실에서 그를 만났다. 표정이나 행동은 여전히 밝고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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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오가네는 어떻게 하다가 접었습니까. 개인적으로 뼈다귀 해장국에 소주, 참 좋아했었는데. 하하.

"가게를 운영한 지 딱 5년 차 되던 해에 건물이 매매돼 버렸어요. 최소 10년은 장사할 것으로 보고 나름 조사해서 고른 건물인데, 건물주하고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가 싶더니,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세든 상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대치가 5년이거든요. 그래서 권리금, 시설비 등은 하나도 건지지 못했어요. 손해를 많이 봤죠. 생각할수록 아까워요. 이제 5년 정도는 본격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식점을 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고마 우리한테 가게를 팔아도 되는데, 주인이 용심이 있었는지 다른 사람한테 싸게 팔아버렸어요."

-밥집은 곧 재개하실 거지요.

"사실 조금 불안해서 가게 비워달라고 하기 전, 운동장 주변으로 가게를 구해보려고 알아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무렵에 우리 집에 재료를 대주던 육가공 회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재료를 더는 못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가게 규모를 좀 더 크게 하면 좋은 뼈다귀랑 우거지를 구할 수 있긴 한데, 그렇게 장사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제 밥집은) 한 10년 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때쯤이면 돈 버는 것보다 밥 팔면서 나누는 목적으로 가게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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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그럼,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가게 그만두고 나서 서너 달 동안은 동생들과 여행만 다녔습니다. 제주도 2번, 지리산 둘레길, 남해, 통영, 여수 등등. 그리고 좋아하는 영화도 보러 다니고요. 장사로 5년 동안 번 돈을 거의 다 썼어요.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오겠노!' 이런 마음으로 말이죠. 아,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야구장(NC 다이노스 열광적 팬임) 다니면서 재밌게 보내고 있고요. 요즘 자주 걷지를 못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야구장 갔다 오면 움짤(움직이는 사진)도 만들고요. 집에서 맛있는 요리하고, 아, 이력서도 많이 썼구나. 하하. 일 안 하고 노는 거 정말 재밌죠. 돈만 많이 있으면 계속 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번 사람이 놀면 돈이 금방 나가버려요. 그래서 돈을 벌면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력서 넣은 쪽 반응이 나이도 많고, 똑똑하게 보인다나요. 나이 어린 상사가 저를 부리기가 좀 그런가 봐요. 전혀 안 똑똑한데. 그리고 일부는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피플파워> 독자가 되셨는지요. 제가 독자로 모셨던가요(웃음).

"경남도민일보가 하면 당연히 받아봐야지, 라고 생각했죠. 경남도민일보는 우리 주변 사람 이야기를 많이 올려줘서 좋아요."

-<피플파워>는 주로 언제 읽으십니까.

"잡지가 오는 날엔 제가 아는 사람 글부터 먼저 읽고요. 그다음부터는 운동 다녀오고서 쉬면서 한 시간, 아니면 저녁에 조금씩 읽어요.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틈틈이 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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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피플파워> 외 구독하고 있는 다른 잡지는 없습니까.

"네. 오로지 경남도민일보랑 피플파워만 봅니다."

-자자, 오늘 핵심 질문입니다. 그동안 보신<피플파워>를 평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자로서 편집이나 디자인, 기사 등등 모든 부분에 대해서 시원하게(!)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대체로 저는 비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잡지에 오타가 있거나 조금 잘못돼도 그냥 좋게 보는 편입니다. 그럼, 의견을 조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대체로 인물들이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범한 사람보다는 앞서가는 사람, 튀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오픈된 상태에서 여러 분야, 다양한 인물을 배치했으면 좋겠습니다. 맛집도 일반적인 음식점이 소개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평범하면서도 쉽게 갈 수 있는 그런 음식점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자기만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 이런 분들이 많이 소개되면 좋겠어요. 섭외가 싶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인물표지 사진은 너무 크지 않나요. 계속 이렇게 나가면 질릴 것 같은데. 1년에 한 번 정도는 소개된 인물들을 모아서 '모자이크'로 표지를 장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플파워가 사람 중심이지만, 잡지 안에는 여행도 있고, 건강 정보도 있고, 콘텐츠가 다양하잖아요. 사람 외에 다른 부분도 표지에 도드라지게 편집하면 좋겠어요.

여행 이야기는 손에 잘 안 잡힙니다. 실감이 안 되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임용일 부장님이 쓴 '지리산 둘레길'은 진짜 열심히 읽었는데. 우리한테 와 닿잖아요. 실질적인 정보제공도 되고요. 다만 조금 더 세세한 정보가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어요.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요. 차 없이 가는 주말여행, 여자 혼자 가는 근교 여행, 친구랑 같이 가는 국내 여행, 커플끼리 갈 수 있는 여행, 독자와 함께 걷는 지역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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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가장 기억나는 기사는.

"당연히 우리 NC 다이노스 기사죠. 우리 재학(투수)이 나올 때가 좋더라고요. NC 다이노스 기사 나오면 무조건 다 읽습니다. 그리고 같은 여성이라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성들 인터뷰 기사도 꼼꼼하게 읽습니다. 조순자 선생님 기사도 신경 써서 봤고요."

-NC 다이노스 광팬이신데요. 어떤 계기로 팬이 되셨나요.

"야구를 좋아하게 된 건 오래됐죠. 중학교 때부터 '군산상고' 나올 때 좋아했고, 프로야구 출범 때는 OB 베어스 팬이었죠. 그러다가 1992년 결혼을 하고 약간 멀어졌죠. NC가 들어오고 우리 지역에도 구단이 생기니까 평일에도 야구장을 갈 수 있다는 게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서포터즈 가입하고 계속 활동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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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이재학 선수를 가장 좋아하신다고.

"퓨처스리그 때 가서 보니까, 음, 뭐랄까. 그냥 '엄마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물론 이재학 선수 팬이 많았죠. 아무튼, 우리 재학 선수는 계속 엄마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화이팅!"

-고향은 어디십니까.

"마산 토박이죠. 회원초등학교, 제일여중, 마산여상(현 무학여고)을 나왔어요. 경남은행에도 4~5년 정도 근무했고요."

-마산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토박이가 많이 사는 곳이다 보니 창원처럼 외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사는 곳보다는 덜 각박한 것 같아요.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옛날 정서가 남아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만 하더라도 음식도 나누어 먹고, 인사도 하고, 서로 도와주는 그런 동네입니다. 마산을 떠날 수 없는 이유죠."

-지역에 존경하는 분이 있으신지요.

"유장근 경남대 인문학부 교수님을 존경합니다. 사실 지역 분은 아니지만, 도시 탐방대 대장도 하시면서 저 같은 토박이보다 마산을 더 많이 아시는 게 놀라웠고, 늘 지역을 연구하시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저도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교수님처럼 공부해서 누가 오더라도 마산을 잘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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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웃을 수도 있는데, 생활기록부를 보니까 현모양처라고 돼 있더라고요. 아버지 빈자리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은행을 그만두고 10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진짜 가족과 뒷바라지, 그리고 아이 키우는데만 집중했죠. 어, 그리고 보니, 현모양처 생활을 했네요. 이제 보니 꿈을 이루었네! 하하."

-좋아하는 음식은.

"음식은 다 좋아하는데, 떡볶이를 진짜 좋아합니다. 우리 아들도 좋아하고요. 빡빡하고, 꼬들꼬들한 서울식 떡볶이 좋아합니다. 오가네 접고 나서 그냥 분식집을 해보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앞으로 계획은.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장사하기 전, 다시 사회에 나와서 한 일이 뭐냐면,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거였거든요. 온라인 마케팅, 대고객서비스, 고객관리 등으로 일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창동사랑방' 김경년 언니 소개로 북마산가구거리 한 가구점에서 온라인 마케팅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 보름쯤 됐네요. 관련해서 다른 지역에 정식으로 이력서를 넣어두긴 했어요.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뽑히면 경남을 벗어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남도민일보는 가지고 갈 겁니다. 앞에 이야기 했습니다만, 10년쯤 지나면 다시 동생들과 밥집을 해보고도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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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오유림 씨./김구연 기자

-그때도 '오가네'로?

"오가네, 이거 그냥 지은 이름 아닙니다. 일본말로는 '돈'이고요. 오고 가네 등등 다의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 이름인데, 많이 아깝습니다. 이번 추석 때도 언제 장사하느냐는 단골손님 문자도 받았어요. 갑자기 문을 닫아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미안한 마음이 늘 남아 있습니다. 언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운동장에서 단골손님들 모시고 잔치 한 번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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