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은 음식을 소화하고 배출하는 기능이 대표적이지만, 각종 질병에 대항하며 몸을 지켜내는 면역력의 70%가 바로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이 건강해야 몸 속에 몰래 침입한 병균이 옴짝달싹하지 못한다는 것.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인스턴트식품 섭취가 급격히 증가하는 청소년 시기의 자녀를 위해 장 건강을 꼼꼼히 챙겨보자.

지난 5월 중학교 2학년 자녀를 전학시킨 전모(43) 씨.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염려스러웠는데 전학 후 유난히 잦은 복통과 피로감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고, 진찰 결과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다.

이처럼 청소년기 아이들은 과다한 과제와 성적, 새로운 교우관계와 환경 변화 및 급격한 신체 변화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이유 없이 왜 배가 아프냐’고 타박하지 말고 건강한 장 관리로 속 편한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자.

장을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

많은 사람이 대장을 소화된 음식이 체내로 배출되기 전 쌓여 있는 장기로만 인식하곤 하는데 사실 장은 우리 인체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장 속에 사는 무수한 세균들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장 점막에는 무려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400~500여 종의 다양한 세균이 음식물과 장의 분비액을 영양소로 우리에게 필요한 대사물질을 생성한다.

또 몸 속에 침입한 외부 물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면역 기능을 수행하며, 장으로 들어온 음식의 영양소가 혈액으로 흡수되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장의 연동기능을 촉진하는 것 또한 장내 세균의 하나인 젖산균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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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장내 세균이 좋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살모넬라균, 이질균, 포도상구균 등 몸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유해균도 많다.

이러한 유해균 또한 면역계를 자극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유해균이 평상시보다 늘어나고 개인 컨디션이 나빠지면 강력하게 작용하여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이처럼 유해균과 유익균이 함께 사는 장, 그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따라 미래의 건강도 달라진다.

좋은 식단은 유익균 최고의 지원부대

유익균과 유해균은 모두 그 먹이와 식성이 다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가에 따라 유익균과 유해균의 개체 수 및 활동 강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유익균은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즐겨 먹고, 유해균은 단백질과 지방을 좋아한다. 고단백,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유익균이 득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장내 유해균은 당분과 가공식품을 통해 가장 많이 유입되는데, 아이들이 섭취하는 당분은 강한 혐기군이나 곰팡이균의 연료가 되어 이런 유해균의 숫자를 증식시키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대사산물은 염증 물질과 독소로 작용하여 건강을 위협한다. 따라서 평소 과자나 아이스크림 및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청소년 장 건강에서 가장 우선이 되는 생활수칙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된장이나 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이 주 식단에 포함되므로 장의 유익균을 섭취하기에 무척 좋은 환경이다. 된장이나 청국장은 10분 이내로 조리하는 것이 유익균 보존에 좋으며 김치는 담근 지 8일 후 가장 높은 젖산균 수치를 나타낸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또 장 건강의 대표식품인 요구르트 속 젖산균은 위산에 약한 성질이 있으므로 위산의 영향이 적은 식후에 먹는 것을 권장한다.

스트레스와 항생제는 되도록 멀리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하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아니라도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장내 세균 비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로 인해 활성화된 교감신경이 부신 피질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소화기관의 운동과 소화액 분비가 둔해지면서 장내 유해균 증식이 활발해진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사춘기 자녀를 위해 가족 여행이나 유쾌한 영화 관람,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 즐기도록 도와주자. 또 주중에 학업에만 열중했다면 주말에는 최대한 쉬거나 몸을 움직이며 놀 수 있도록 허락해주자.

더불어 단순한 감기나 가벼운 몸살 증상을 보일 때에는 최대한 항생제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생제는 장내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까지 죽이거나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자연스럽게 체내로 유입되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유익균의 성장을 막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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