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로 일하다보면 각종 건강식품이나 한약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런데 이건 사실 그렇게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똑같은 건강식품이나 한약이라도, 그 사람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서 효과나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불신도 모두가 문제이며 각자가 복용 전후의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건강식품도 맹신은 안돼

지나치게 맹신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홍삼제품이다. 홍삼은 부작용이 없으며 체질이나 병력에 관계없이 복용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홍삼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홍삼도 결국 인삼이다. 법제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줄어들기는 하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으며 장기복용 시에는 더욱 그렇다. 가령 인삼이나 홍삼은 양기가 강한 식품이어서 열이 많은 체질인 경우 부작용이 가끔 나타난다. 또한 인삼이나 홍삼은 가벼운 고혈압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약을 먹어도 잘 조절이 되지 않는 심한 고혈압 환자인 경우 부작용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그 외 여성호르몬 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갱년기여성이나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부작용이 제법 발생한다.

이런 병력이 없더라도, 소량일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장기복용 시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홍삼제품을 장기간 복용할 생각이라면 미리 한의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것이 좋다. 또한 홍삼을 복용하는 도중에 불면이나 답답함, 상열감, 가려움, 땀 증가, 코피 등 내열(內熱)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홍삼의 부작용 때문일 수 있으니 복용을 중단하고 증상을 지켜봐야 한다. 결국 자기 스스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체크해야 하며, 몸이 거부하는데도 건강에 좋을 거란 믿음만으로 계속 복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는 홍삼만이 아니라 다른 건강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와 상담후 복용하는 게 중요

반대로 지나친 불신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한약의 간독성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약의 간독성으로 인한 약인성 간염의 예를 일부에서 집중적으로 선전하면서, 한약은 간에 안 좋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간독성을 지니는 한약재가 일부 있기는 하나 한의사들은 이런 약재들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를 고려해서 처방을 하므로 한의사와 상담을 거친 후에 처방받은 한약은 대부분의 경우 간독성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제는 한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 받지 않고 임의로 한약재를 복용하는 경우이다. 가령 봉삼 내지 봉황삼이라고 불리는 한약재는 상당한 간독성을 지니므로, 한의사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소량 사용하는 약재이다. 그런데 일부 건강식품 판매업자들이 이걸 별 생각 없이 판매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약은 위험하고 건강식품은 괜찮은 것이 아니라, 한약이든 건강식품이든 전문가의 상담을 거쳐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임의복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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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의 몸을 믿고 잘 체크하라

물론 한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처방받은 경우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일부 특이체질인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약도 약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으며 건강식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약이든 한약이든 건강식품이든 어떤 것을 복용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복용 후 평소와는 다른 이상 증상이 발생하고 그것이 지속된다면 복용을 일단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지나친 맹신이나 지나친 불신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믿고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잘 체크하는 것이 약이나 건강식품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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