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의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우루사가 간장약은 아니지만 담즙 분비는 간에서 이루어지므로, 담즙 분비를 도와주는 것은 간접적으로 간을 도우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간의 여러 기능 중 하나를 도와줌으로써 간에 무리가 가는 것을 완화시켜 다른 기능들을 좀 더 개선시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효과이지, 우루사 자체가 간장약이거나 피로회복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간 기능이 실제로 안 좋다면 우루사보다는 다른 간장약을 먹는 게 좋으며, 음주 후 피로회복용이라면 비타민 B를 먹는 것이 더 싸고 좋은 선택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질병으로 인한 만성피로가 아닌 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대부분의 피로는 굳이 약을 먹는 것보다 충분한 휴식과 생활 관리로써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물론 과로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의 현실 상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한 마디로 직장에서 눈치가 보여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 기업주와 직장인들 모두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무리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별 큰 효과도 없는 약을 사 먹어본들 제약회사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다. 게다가 이렇게 당장 손쉬운 일반의약품에 의존해 휴식과 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본격적인 질병에 걸리게 된다면 본인과 회사 모두에게 손실이며 국가적으로도 의료비 증가를 불러일으킨다. 피로하면 그때그때 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낫다.

피로회복제만이 아니다. 가장 흔한 질병인 감기도 마찬가지다. ‘약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1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감기약은 대부분 별 효과가 없다. 해열제를 먹인 경우와 안 먹인 경우에 열이 내려가는 정도가 아무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이다. 보다 심각한 합병증이 우려되지 않는 한 그냥 푹 쉬고 잘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며 면역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이게 더 낫다. 가을철에 아이들이 잘 걸리는 장염 역시 심한 설사로 인한 탈수 등의 문제가 없다면 굳이 지사제 등을 먹을 필요 없이 따뜻한 물을 많이 먹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등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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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에 가면 주사를 맞거나 약 처방을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돈 날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주사나 약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그 자체가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굳이 주사나 약을 먹을 필요가 없을 경우 이러저러하게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면 된다는 것을 이야기 듣게 되면 그것으로 병원에 간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는 것이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를 도와주는 사람이지, 주사나 약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주사나 약이 필요한 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쌓은 것이며, 그런 판단에 대한 상담료가 주사 값이나 약값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관련된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사나 약을 지나치게 권하지 않는 의사가 더 좋은 의사이다. 대부분의 가벼운 질병은 약보다는 휴식과 관리가 먼저이기 때문에.

/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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