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낀 소도시의 시장이라서 그럴까? 시장 바닥에 널어놓은 좌판 위로 톱밥가루에 묻은 꽃게들이 집게발을 움직이다가 숨을 죽이다 한다. 한 걸음 가다보면 다시 꽃게 좌판이다.

“아지매, 이기 얼마라예?”

“낱개로 사면 8마리에 2만원인데…. 박스로 사는 기 훨씬 싸다요. 한 박스에 15마리가 넘는데 2만 3000원이니까.”

무슨 이런 장사셈이 있는가 싶다. 박스로 사는 것과 낱개로 사는 게 너무 차이가 났다.

“요새가 꽃게 철이라예?”

“하모예. 봄꽃게는 알이요, 가을꽃게는 살이 제 맛이라 지 서방도 안 주고 묵는다는 기 가을꽃게아입니꺼.”

꽃게는 6~8월 꽃게 금어기가 끝나고 9월부터 꽃게 철이다. 가을꽃게는 암것보다 수꽃게가 좋은데 살이 꽉 차 있다는 것이다. 

“올 여름에 더운 날씨로 서해안 꽃게가 대풍이랍디더. 딴 때보다 좀 싼기라. 아, 이럴 때 맛보지 온제 맛보것노예.”

온 가족들이 모여 있을 때 쪄서 먹으면 딱 좋다는,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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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의 전어가 아니다. 대야 가득 전어들이 펄떡거리고 있었다. 가는 고무호스를 통해 물이 공급되는 대야에는 포말같은 거품이 희게 인다.

“아지매, 이거 우찌 사가는 기라예?”

“아이구, 묵고 싶은대로지예. 회로 떠달라 하면 그래줄거고…. 지금이 제일 맛을 때구만.”

예전에 전어는 아주 싼 생선이었다. 둥근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이 한 마리 씩 먹기엔 참 좋았다. 그 시절 어머니는 밥상위에 아이 손바닥만한 전어를 식구 수만큼 구워놓았다. 살이 별로 없는 전어는 고등어보다 먹기에 좋은 게 아니었다. 대가리와 내장을 빼놓고 나면 젓가락질 한 두 번이면 끝났다. 어머니는 우리가 헤집고 남겨놓은 전어 머리와 내장을 통째로 다 먹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어머니는 전어를 참 좋아하신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이었을까. 밥상위에 오른 전어를 물리며 “야아야, 언제 시장 가거든 야들야들한 굴비 한 마리 사와라. 인자 좀 먹어보자”고 우물우물거렸다.

돈 생각 하지 않고 먹는다는 이것.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온다는 이것. 며느리가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이것.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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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집 나간 며느리는 전어 굽는 냄새에 정말 돌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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