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만이 성공 귀농으로 가는 길

“농사는 지속적인 교육과 현장 경험이 접목돼야 합니다.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이론적 토대 구축과 신기술 도입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선배 귀농인으로서 예비 귀농인들에 대한 당부를 강조하는 윤한업(50) 대표.

창원시 동읍에서 단감을 키우며 창원 그린작목회를 이끌고 있는 윤 대표는 농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 귀농한 지 7년이 됐다.

그런 만큼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 등의 교육과 이웃 선배 농민들의 조언이 지금의 윤 대표를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철저한 계획 후 귀농해야

젊어서부터 합기도를 했던 윤 대표는 “내가 농사를 지으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는 합기도 체육관을 운영하던 윤 대표에게 귀농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창원 동읍 봉강리가 고향입니다. 부친이 농사를 짓고 있었지만 제대로 일을 배운 적은 없었죠. 마침 당시에 농어촌공사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서 신청, 귀농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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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정 기자

가진 것 없는 귀농인. 기술도, 자본도 없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 죽기 살기로 일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땅은 노력한 만큼 대가는 나오니까요. 좋은 땅을 구할 돈이 없으니 남들이 농사를 안 지으려는 악산(나쁜 산)도 있으면 무조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3년 정도 농사를 지었죠.”

남들이 꺼리는 곳에서 그 3년 동안 남들 이상으로 돈을 벌었다. 역시 땅은 농부의 땀방울을 인정해줬다.

“3년 있으니 순수익이 1억 원이 됐습니다. 그게 계속 내려가지 않고 1억 2000만~1억 3000만 원 수준을 유지합니다.”

윤 대표는 예비 귀농인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철저한 계산, 생각 없이 농촌으로 오면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은 말리고 싶습니다.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작물을 선택하고, 재배·판매 계획까지 꼼꼼히 세운 후 귀농해야 합니다.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실패합니다.”

성공을 부르는 교육의 힘

40이 넘은 나이였지만 농사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윤 대표는 교육을 통해 하나하나 눈을 떴다. 경상대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농사일을 배우면서 전문적으로 과수원을 운영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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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정 기자

윤 대표보다 먼저 귀농한 우인호(43) 씨 등 이웃들도 많은 도움이 됐다. 창원 그린작목회 회원 중 막내로 총무를 맡고 있는 우인호 씨는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농사일뿐 아니라 우인호 씨가 궂은 일도 마다않고 척척 실무를 처리하는 것이 작목회를 이끄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린작목회는 19농가가 61ha에서 단감을 키우고 있다.

윤 대표는 부인 오명주(51) 씨와 함께 각종 교육을 다녔다. 같이 알아야 같이 일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명주 씨는 “완전 백지에서 시작했어요. 옛날에는 화분도 못 키울 정도로 식물에 대해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교육받으러 가도 용어도 모르고 머릿속에 물음표만 달고 다녔죠. 계속 메모하며 공부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되더군요”라고 말했다.

오명주 씨는 귀농할 마음이 없었다. 딱히 반대하지도 않았지만 윤 대표에게 “혼자서 하라”고 했다.

“남편 목청이 커요. 체육관 할 때도 찌렁찌렁하게 울렸죠. 그런데 사는 게 힘들어 좀 기운이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시골에 와서 농어촌공사 지원을 받은 과수원에서 첫해 단감이 열린 것을 자식 보듯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봤어요.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남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같이 교육받으러 다니고요.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서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일하려면 힘도 들지만 열매가 열리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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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정 기자

“무일푼으로 시골에 왔습니다. 부친 땅이라고는 4600㎡(1400평) 뿐이었죠. 남의 땅 3만㎡(9000평)에서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농가가 돼야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맞아떨어졌습니다. 현재는 7만 6000㎡(2만 3000평)가량에서 단감을 키웁니다.”

창원 동읍의 1농장은 3만㎡(9000평), 창녕 길곡면의 2농장은 4만 6000㎡(1만 4000평)가량 된다.

수종 갱신으로 노동력 분산

하지만 노력과 교육에도 현장에서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었다. 가지치기만 해도 잘라야 하는 가지와 자르지 말아야 하는 가지를 구분하는데 몇 년의 경험이 필요했다.

“실제 경험이 없으면 농사는 안 됩니다. 남들이 10년 동안 익힐 일을 1년 만에 익히려고 열심히 했습니다. 보통 가지치기는 겨울에 하는데, 여름에도 배우러 다녔습니다. 폐 농가에 가서 나무 수형 잡는 것을 연습했습니다. 누워 있으면 가지치기하는 것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제대로 기술을 익히는 데 3년쯤 걸렸습니다. 지금도 교육받는 입장이지만, 이제 나무 밑에 가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1~2년 전만 해도 무엇을 건드려야 할지 겁이 났거든요. 지속적인 교육과 경험,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10월이면 본격적인 ‘감의 계절’이다.

하지만 이곳 감 수확은 조금 이르게 시작했다. 9월 추석 무렵부터 창녕의 2농장에서 조생종 품종을 수확했는데, 이게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일부 키우는 조생종 품종은 ‘태추’입니다. 보통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단감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품종인 태추는 일본인 입맛에 맞는 것으로 아삭거리는 식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맛있습니다. 저장성이 약한 단점이 있지만, 조생종 품종을 함께 재배하면 노동력과 출하 분산이 가능하므로 과수원의 10~20% 정도는 수확시기가 다른 품종을 심는 것이 유리합니다. 출하가 한꺼번에 몰리면 일도 힘들고 가격도 제대로 받기 어렵습니다.”

윤 대표 농장의 주품종은 만생종인 ‘부유’로, 평지 밭은 11월까지, 산지는 그 이후까지도 수확할 수 있다. 윤 대표 과수원뿐 아니라 대부분 과수원이 만생종인 ‘부유’를 선호한다. 품질이 뛰어나며 과일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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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정 기자

마침 윤 대표의 과수원을 방문했던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은 윤 대표와 우인호 씨에게서 조생종 도입과 관련한 건의를 듣고 “내년에 관내 단감 농가에 수종 갱신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탑프루트로 전국 최고 단감 키우기

탑프루트란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사과, 배, 포도, 감귤, 단감을 크기, 당도, 색도, 안전성 등 최고품질 기준에 따라 선별한 과실을 말한다.

시범단지에서 생산된 과실은 수확기에 잔류농약검사 등을 통하여 안전성을 확보하고, 비파괴선별기에 의해 엄격하게 선별해 시범단지별 브랜드 상자에 농촌진흥청의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과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를 부착해 출하,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창원 그린작목회는 2011년 중앙 단위 탑프루트 시범단지로 선정, 3년간 지원받고 있다. 그 전에는 도 단위 탑프루트로 2년간 지원받았다.

“탑프루트는 대한민국 최고 단감이라는 인증입니다. 각 지역마다 신청해서 경쟁률이 높았죠. 우리 창원그린작목회는 공동선별, 공동출하하는 점을 높이 인정받았습니다.”

공동출하·선별한 것은 4년이 됐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개인이 이름 없이 소량 출하하는 것은 상품성을 높이 인정받기 어려웠다.

“개인이 생산하는 물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2000상자, 3000상자로는 백화점 등 대형 거래처를 뚫을 수 없습니다. 3만 상자, 4만 상자를 꾸준히 출하하니 가락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창원시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창에그린’이라는 대표 브랜드를 달고 지금은 다른 곳보다 상자당 4000~5000원을 더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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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정 기자

하지만 대부분 회원은 윤 대표보다 농사를 오래 지은 베테랑들이라 각자 나름대로 주관과 방향성이 뚜렷해 하나로 뭉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공동출하하는 상품은 출하량에 따라 수익을 나눠가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개인 판매용은 좋은 것을, 공동출하용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었다.

“강력히 품질관리를 했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서는 결국 모두가 망하게 되니까요. 2년 정도 고생하니 3년 차에는 정착해서 집에서 1차 선별해 좋은 것만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린작목회는 공동출하·선별뿐 아니라 탑프루트 지원을 받아 농기계를 구입, 공동사용하기도 한다.

“공동 컨설팅을 하면서 서로 의논·토론으로 좋은 점을 서로 본받으니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탑프루트 품질 관리의 비결입니다. 공동으로 가야 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창원은 대표적인 단감 주산지로 2635가구가 2010ha에서 단감을 키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읍 지역에 단감 농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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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정 기자

윤 대표는 그린작목회 단감, 나아가 창원 ‘창에그린’ 단감을 우리나라 최고 품질로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또 지금은 대부분 가락시장 등을 통해 직거래하고 있지만, 올해 작목반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이버 직거래를 시도하려는 계획도 하고 있다.

<추천이유>
◇강기학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
= 윤한업 탑프루트 육성 시범단지 회장은 창원단감대학 수료와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에서 고급화된 기술을 습득하였습니다. 현재 7ha의 과원에 친환경 농업과 노동력·경영비 절감을 위해 점적관수 및 모노레일 시설을 설치한 강소농입니다. 특히 창원그린작목반을 조직하여 약 20명 회원에 160ha의 대규모 단지 회장으로, 새로운 기술을 확산하여 지역의 단감재배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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