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뜯는 참숯갈비

“100년 가는 식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양덕파출소 옆에 위치한 '함안갈비'는 40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함안이 고향인 김순희(61) 씨가 고교시절 마산에 처음 발을 디뎠다. 아들 황준필(40) 씨는 가업을 이어 함안갈비 분점을 운영한다.


내 손님 내가 지킨다

함안갈비는 지난 1975년부터 마산자유무역지역과 동고동락하며 노동자들의 단골 식당이 됐다.

“지갑 두툼하던 노동자들은 예전만큼 마산에 없지만 ‘내 손님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골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외식문화가 발달해 먹을거리가 풍성하지만, 예전에는 외식 하면 갈비가 우선이었지요. 그래도 기름 묻은 손으로 고기를 뜯던 양반들의 자식이 잊지 않고 찾아줄 때가 행복합니다.”

김순희(61) 사장은 고교 시절 여공이 돼 마산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내 직장을 그만두고, 테이블 4개 정도의 함안식당을 차려 백반·찌개류를 팔았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이 번창하고 노동자들의 지갑이 두툼해지면서 월급날이면 자연스레 문전성시를 이루며 테이블 20개가 넘는 갈빗집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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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갈비./김구연 기자

김순희 씨의 아들 황준필(40) 씨도 지난 2011년부터 가업을 이어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롯데마트 옆에서 같은 이름의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점을 조그맣게 운영하다가 어머니 일을 종종 도왔습니다. 40년 넘게 마산 자유무역 골목을 떠나지 않고 손님을 맞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깨 넘어로 배웠지만 제대로 배워 보겠다 싶었지요.”

어머니와 함께 한 가게에 있을 수도 있지만, 독립적으로 가게를 운영해 봐야 책임감도 생긴다는 어머니 조언에 따라 분점을 냈다.

“어머니는 지금도 손수 재료를 확인하고, 손질합니다. 서빙만 안하실 뿐이지, 손님 상을 다니며 고기 굽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시죠. 양념갈비는 잘 구워야 제 맛이기에 가만히 앉아 계실 분이 아닙니다. 불 조절이며, 뒤집기까지 조언해 가며 손님을 직접 대하고 있으시죠.”

질긴 데는 이유가 있다

함안갈비의 대표 메뉴인 참숯양념갈비와 한우돌곱창전골을 맛봤다.

돼지고기를 직접 손질해 비법 양념을 더한 뒤 저온 냉장실에서 48시간 숙성한 참숯양념갈비는 두툼하면서 부드러운 육질이 씹을수록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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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갈비./김구연 기자

“양념갈비의 주재료는 생삼겹살 입니다. 그리 짜지도 달지도 않은 양념은 칼집이 들어간 생삼겹살에 적당히 배어 구워도 타지 않고 육즙을 잘 머금도록 합니다.”

그냥 먹어도 맛이 좋지만 넉넉한 쌈을 싸서 마늘과 곁들이면 대화도 없이 먹게 된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새콤한 파무침이나 3년 된 묵은지를 입에 넣으면 다음 고기를 입안으로 가져가기에 바빠진다.

고기 맛은 참숯이 한몫했다. 함안갈비는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고성동해참숯’ 집에서 참숯을 가져와 쓴다. 테이블마다 가스 밸브를 설치해 불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황준필 씨는 “젊은 날 아버지가 참숯을 구하느라 온 데에 다니셨다. 예전에 숯을 많이 쓰던 때는 숯 가게가 배짱이 좋아 직접 사러 가야 했지만, 요즘은 참숯 수요가 적어 거래처에서 직접 배달해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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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갈비./김구연 기자

한우돌곱창전골은 단골손님이 많이 찾는 인기 메뉴다.

“고춧가루와 청주가 들어간 양념장에 1주일 저온 냉장해 숙성한 붉은 한우곱창에 새송이버섯, 양파, 대파, 당면을 넣고 손님상에 내놓습니다. 손님이 직접 가스 불에 올려 끓여 먹도록 합니다.”

밥은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큰 용기에 담겨 나오며 은근하게 끓어 익은 곱창을 떠서 김 가루, 삶은 콩나물과 부추를 넣고 쓱싹쓱싹 비비면 바닥이 금세 보인다.

김순희 씨는 “다른 집 곱창보다 조금 질기다고 느낄 수 있다. 질긴 게 당연하다. 생고기를 쓰고, 부드럽게 하는 약품 같은 걸 쓰지 않으니 그렇다”며 “손님들도 설명하면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우 곱창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김해시 주촌면 축산물공판장의 소 잡는 날에 맞춰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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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갈비./김구연 기자

김순희 씨는 “곱창을 씻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게 중요하다. 소금이랑 밀가루로 뽀득뽀득 씻고, 수도꼭지를 세게 틀어 안쪽을 헹구는 일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생곱창은 껍질을 벗겨서 양념한다. 냉동곱창을 쓰게 되면 껍질을 제거할 수도 없고 자연스레 연화제를 쓰게 된다.

무겁고 설거지하기 힘든 곱돌냄비를 쓰는 점도 눈에 띈다. 한우곱창전골을 담아낸 곱돌냄비는 먹는 내내 뜨끈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말 그대로 돌로 만든 냄비인데 곱돌은 만지면 양초처럼 매끈하고 광택이 나는 광물이다. 보온의 정도가 고르기 때문에 예로부터 밥을 짓는 솥이나 전골을 끓이는 냄비, 그리고 보온성이 높은 화로 등으로 만들어왔다.

김순희·황준필 모자는 함안갈비를 곱돌처럼 끓어 넘치지 않고 온기가 오래 가는 식당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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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희·황준필 모자./김구연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참숯양념갈비(200g) 8000원 △생삼겹살(130g) 7000원 △한우돌곱창전골 2만 5000원(소)· 3만 원(중)·3만 5000원(대) △한우곱창전골 1인분 9000원.
◇위치: △본점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2길 16(양덕2동) △삼계점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계4길 29(내서읍).
◇전화: 055-255-6200(본점), 055-231-7123(삼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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