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키워 주민에게 직접 판매…농업 지역 밀착 시대

진주 대곡면 영오한우농장 하영오(55) 대표의 또 다른 직함은 진주 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이다. 농산물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민들에게 올바른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농민들은 제값 받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하 대표는 로컬푸드에서 찾았다.

“한우를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판매하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터무니없니 싼 값에 한우를 파는 곳은 정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입소도 많고 육우(젖소)도 많은데 이들 고기를 판매하는 곳은 많이 없습니다. 지역 농업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영오한우농장 하영오(55) 대표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사는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래 전부터 안고 있는 하 대표의 관심과 고민이기 때문이다.

시설채소 접고 농민회 전임으로

군 제대 후 사회생활을 잠시 하던 하 대표는 29살 나이에 농사를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랄 게 있나요. 부모님 연세도 많으시고 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소를 키우고 싶었는데 상황이 안 됐습니다. 지역에서 고추 농사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저도 따라서 고추 농사를 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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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오 진주 영오한우농장 대표./이원정 기자

이웃들과 서로 돕다보니 큰 시행착오는 없었다.

그렇게 4~5년가량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정책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부 정치인 때문에 농업이 피폐해지고, 일방적인 산업화로 농촌이 침체되는 것을 몸소 농민의 입장에서 겪다 보니까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농민회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죠.”

진주 대곡면 농민회 초대지회장 등을 거쳐 농민회 전임으로 일하게 됐다. 농사일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시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었던 연동형 시설 하우스를 헐값에 팔고 농민회 활동에 전념했다.

하 대표는 진양군농민회에 경제협동사업국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만든 것이 1994년 설립한 ‘우리영농조합법인’이다.

“설립부터 전 과정을 맡아 추진했습니다. 우리영농조합법인은 농민회 내의 경제협동사업으로 시작한 겁니다. 농약·농자재·면세유 등을 공동구매했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작아졌지만, 당시 농협에 큰 타격을 줬죠. 농협 시스템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하 대표가 농민회 일에 정열을 쏟을수록 가정 경제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부인 정미자(54) 씨는 소리 없는 내조로 하 대표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했다.

“가족을 설득하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일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긍지를 가지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했습니다.”

영농조합법인을 6~7년간 운영하며 성과를 올리자 다른 지역 농민회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시작해 13개 시군 농민회에서 경제협동 사업을 하게 됐다.

하 대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재정국장을 맡아 이들 13개 지역을 지도하는 역할을 3년가량 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것은 2005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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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오 진주 영오한우농장 대표./이원정 기자

축산업으로 전환

다시 농사를 지으려 했지만, 다시 시설 하우스를 하기에는 땅도 없고 돈도 없었다.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래 전부터 꿈이었던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어릴 때 농촌의 다른 집들처럼 소를 키웠죠. 하지만 그때는 많아야 5마리 정도였습니다. 소를 키운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사육은 달랐습니다. 주변에 소 키우는 사람을 찾아가 지도를 받고 책도 읽어보고 축협의 지도와 교육도 받았습니다. 축협이 지도 역할을 참 잘합니다.”

소를 키우는 것은 별다른 무리가 없었지만, 어려움은 있었다. 소가 아닌 ‘사람’ 때문이었다.

“처음 소를 사려는데 소 장수들의 농간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이 사실이었죠. 지역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소를 사려는 데도 예상 가격보다 엄청나게 높게 불렀습니다. 이후 큰 소도 경매를 하라고 축협에 강력히 요구해서 1번 시도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소 장수들의 농간으로 엉망이 돼서 더 이상 열리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전체 축협이 다 경매를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죠. 그래서 가능하면 우시장에 가서 거래를 안 하려고 했습니다.”

하 대표가 선택한 것은 ‘일관사육’. 즉 송아지를 농장에서 직접 생산해서 비육하고 출하까지 하는 방법이다.

하 대표는 현재 150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무항생제 인증과 HAPPC인증

영오한우농장이 일반 농장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냄새다. 다른 농장은 입구에서부터 역한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영오한우농장은 축사 한가운데 가서야 겨우 약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하 대표가 말하는 비결은 축사 청결이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 여물이나 물기도 보이지 않고 소들이 생활하는 축사 내부도 깨끗해 보인다.

요즘은 “로컬푸드협동조합에 집중하느라 농장이 많이 망가졌다”고 하지만, 다른 축사와 차이점은 확연히 느껴진다.

질병은 바로 축사 바닥이 지저분한 것에서 온다는 것이 하 대표의 지론이다. 아무리 소독하고 치료제를 써도 바닥이 지저분하면 모두 듣지 않는다고 한다.

“축사의 가장 정확한 소독은 바로 바닥을 깨끗이 하는 것입니다. 농장 관리를 깨끗하게 하고, 축사 바닥을 자주 청소해 건조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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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오 진주 영오한우농장 대표./이원정 기자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하 대표는 “농민이 생산만 해서는 안 된다. 생산만 해서는 국가 머슴 노릇밖에 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항상 빈곤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즉 생산해서 3차 산업, 판매까지 해야 한다고 늘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소를 키우면서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친환경(무항생제) 인증과 HAPPC(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도 그래서 받게 됐다.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려는 기초 단계였다.

무항생제 사육을 하면서도 큰 어려움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 하 대표는 축사 청결과 더불어 철저한 기록관리를 꼽았다.

하 대표의 기록장은 독특하다. 1권에 4년치를 담는다.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에 연도별로 4년치가 모두 있다. 위에서부터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이 기록돼 있고, 날짜가 옆으로 매겨지는 형식이다.

즉 오늘 일을 기록하면서 작년 오늘, 재작년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방식이다. 계절별, 시기별 영농 내용을 4년전까지 날짜별로 알 수 있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수의사들에게 묻고 공부해서 쓴 처방을 지금 다시 하려면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처방 내역을 바로 알 수 있죠. 특히 소 키우는 사람들은 수정이나 분만 예정일에 맞춰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있는데, 한두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를 제때 관리하려면 철저한 기록은 필수입니다.”

로컬푸드협동조합 결성

하지만 2007년 경남 최초로 무항생제 축산농가로 인증받고 HAPPC 등으로 철저히 관리했으나, 일반 농가와 차이가 없었다. 유통과정에서 다른 소들과 차별화되지도 않았고,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통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혼자가 아니라 조직을 만들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농민회 경제협동사업을 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이스라엘 농촌공동체인 키브츠에서 11일동안 생활하며 공부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은 있지만, 유통이 목적이라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협동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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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오 진주 영오한우농장 대표./이원정 기자

그래서 만든 것이 ‘참살이영농조합법인’이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모인 사람들의 뜻이 제각각이었던 것이 실패 이유였다. 하 대표는 육가공 센터를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이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을 최종 그림으로 계획했지만, 중간에 사업이 변경돼 TMR 사료공장을 짓게 됐다.

결국 이를 포기하고 지난해 초 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만들어 이사장에 취임했다.

“2012년 미국에 연수를 갔는데, 가이드한테 부탁해 농장형 판매장인 팜스마켓에 가게 됐습니다. 그럭저럭 운영이 되고 있더군요. 이때 로컬푸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 연수를 통해 앞으로 로컬푸드와 팜스마켓이 대세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윈윈을 노린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으려는 소비자와 중간 장사꾼들에게 유통마진을 뺐기고 늘 궁핍할 수밖에 없는 생산자들이 직접 만나 먹거리 신뢰성을 충족하려는 것이 로컬푸드협동조합이다. 

진주 로컬푸드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생산과 소비를 한 공동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협동체로 바꾸어 지역 경제 민주화를 구현하고, 글로벌 푸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지역 중심의 ‘대안농산물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로컬푸드협동조합에는 현재 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은 200명 가량이다.

직매장 1호점 이어 2호점 개점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집현면 덕오리에 친환경 전문 매장인 직매장 1호점을 개점했다. 위치적인 한계 등으로 현재 1호점에서는 축산물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또 직매장 옆에는 식당을 열어 직매장에서 구입한 육류를 상차림비(1인당 3000원)만 내면 구워먹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 식당이 최근 히트를 쳤다. 바로 ‘운석’ 때문이다. 대곡면은 최근 운석이 발견돼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운석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언론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 초입에 있는 이 식당에 사람들의 발길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입구에 ‘진주운석한우직매장’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음식 메뉴에 ‘운석 국수’와 ‘운석 비빔밥’ ‘운석 국밥’을 써 붙였다. 특별할 것 없는 국수와 비빔밥이지만, 하절기 메뉴를 논의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운석’을 넣어 이름 붙이자는 의견이 나와 모두 무릎을 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그대로 먹혀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안전하고 질 좋은육류와 좋은 쌀을 이용한 맛있는 밥, 정갈한 반찬 등 기본적으로 맛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대박이었다.

▲ 하영오 진주 영오한우농장 대표./이원정 기자

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진주 중심부 진출을 위해 5월 초전동에 직매장 2호점을 개점했다.

1호점은 육류를 중심으로 하지만, 2호점은 채소 등 다양한 구색을 갖춘 친환경 매장으로 운영한다. 친환경 농가들이 차별화 되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차별적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직매장 2호점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로컬푸드를 제대로 지역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하 대표의 포부다. 또한 기반이 갖춰지면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까지 확대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농사에 전념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 대표는 밝혔다.

-직매장 구입·택배 문의 전화 055-744-6661.

<추천이유>

◇류재숙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한우전문가 = 진주 영오한우농장 하영오 대표는 경상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니면서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해서 HACCP인증과 친환경, 무항생제축산물을 인증 받아 한우일관사육을 추진하는 지역 축산농가의 대부이자 계획교배로 번식우 우량집단을 조성한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또한 자가 수정으로 번식률을 향상시켰고 번식 기간 단축과 답이작사료작물 재배로 생산비를 크게 절감한 지역 최대의 한우 농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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