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기획하고 시민이 즐기는 생활 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이 둘은 진주를 대표하는 축제다. 규모도 크고 구경꾼도 많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명해 일부러 찾는 관광객도 제법 있다. 이와는 달리 소박하지만 꾸준히 열리는 축제가 진주에 또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다. 앞서 두 축제와 비교해 보다 생활에 가깝고, 보다 일상에 가까운 행사다.

이번에는 8월 25일에서 30일까지 진주시 대안동 진주우체국과 진주교육지청 사이에서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우선 전체를 총괄하는 배길효(43) 예술감독을 만나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 어떻게 시작됐는 지와 올해 주제인 ‘本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봤다. 또 추연철(45) 공연팀장과 강선녀(39) 미술팀장을 만나 이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들어봤다.


배길효 예술감독은 골목길아트페스티벌 원년 구성원이다. 골목길아트페스티벌 탄생 비화에는 3명의 예술인이 등장한다.

“술자리에서 재미로 나온 이야기가 현실이 된 거죠. 왜 사람들 모이면 이런 거 해보면 재밌겠다, 뭐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강동옥(무용), 고능석(연극), 배길효(사진) 이렇게 세 명이 모여 그런 이야기를 한 거죠. 큰 축제 말고, 그냥 예술가들이 모여 자기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는, 그런 거 해보면 재밌겠다 그랬죠. 그런데 마침 진주 삼광문화연구재단에서 기획안 공모를 했어요. 강동옥 씨가 급하게 기획안을 짰죠. 그게 뽑혀서 1회 행사를 시작하게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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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길효 예술감독. /사진 신가람
그것이 지난 2008년이었다. 1회 때는 참여하는 사람도 사실 몇 명 없었다. 이렇게 3년을 삼광문화연구재단 지원으로 행사를 꾸렸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점차 커졌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행사도 다양해졌죠. 사람이 늘어서 ‘골목길 사람들’이란 조직을 만들었어요. 오로지 골목길아트페스티벌만을 준비하는 모임이죠. 골목길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했거든요. 예총, 민예총, 큰 단체, 작은 단체, 개인 예술가, 문화 애호가 등등 이런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울타리가 생긴 거죠. 지금은 골목길 사람들 이사회에서 축제와 관련한 이견을 조율하고, 예술 감독을 선임해요. 안정적인 체계를 갖춘 거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축제

그런데 왜 골목길일까?

“처음에 강동옥 씨가 기획안을 쓸 때 대안 문화 운동을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진주는 유등축제, 개천예술제 같은 대형 행사가 있잖아요? 겉으로 보기엔 문화적으로 굉장히 풍부해 보이죠. 그런데 가만 보면 이들 큰 축제에만 지원이 집중돼요. 오히려 다양한 다른 문화 활동이 빛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또 삼광문화재단 공모 때 의제가 구(舊) 도심이기도 했죠. 그래서 골목길을 주제로 잡았어요. 골목길을 해석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실제 골목길을 말하는 건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 관계나 방식을 골목길로 볼 것인가 같은 것들이죠. 해서 지금은 실제 골목길이 아닌 후자에 가깝게 해석합니다.”

배길효 예술감독은 올해 주제를 ‘本다’로 정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을 돌아보자는 의미를 담았단다.

“삼광문화재단 지원은 3회로 끝납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했죠. 그런 중에 경상남도 기획지원사업에 응모를 했어요. 1등으로 당선됐죠. 그렇게 도 지원으로 지난해까지 행사를 치렀어요. 그런데 기획지원사업이란 게 마냥 지원하는 게 아니에요. 자생력이 생길 때까지 3년 동안만 지원하는 거죠. 그래서 사실 지난해로 지원이 끝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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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하는 배길효 예술감독(오른쪽). /사진 신가람
도 지원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진주시가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시의회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제가 예술감독을 맡자마자 갑자기 예산이 빵(0)원이 된 거죠. 하,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일단은 돈 없이 우리끼리 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물론 우여곡절 끝에 경상남도에서 예산을 다시 받게 됐지만. 이 와중에 든 생각이 출발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거예요. 맨 처음 우리가 이 축제를 만들 때 마음으로 가자. 그래서 본다, 이제는 우리를 한 번 돌아 보자란 뜻이 있고요. 또 그동안 함께 행사를 꾸려 온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하는 과정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서로 돌아보자, 이런 뜻도 있고요.”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축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이 소통이었다.

“시민들하고도 서로 보자. 보통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으면 예술가는 행위자가 되고 관객은 그저 객석에 앉은 구경꾼이 되고 말아요. 이번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리를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기획안을 각 단위 팀들이 알아서 짜라고 맡겼어요. 위험한 실험이죠. 각 팀에는 기획 전문가가 없거든요.”

전환점. 배길효 예술감독은 올해 행사를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욕망이 활화산처럼 타올랐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저도 사실은 골목길을 잘 몰랐던 거 같아요. 다시 돌아보니 골목길은 많은 사람이 수평으로 연결되어 한판 신나게 노는 거거든요. 그래서 축제 준비 방식을 조금 바꿔 본 거죠. 개인적인 목표는 골목길아트페스티벌에 전환점을 하나 찍자는 거고, 축제를 준비하는 데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거죠.”

마지막으로 그는 모판 이야기를 했다.

“저는 이번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 깔끔한 축제가 아니라 좀 어수선하더라도 예술가 시민 모두 즐기는 자리가 됐으면 해요. 이렇게 즐기면서 얻은 에너지를 내년에 각자의 자리에서 풀어놓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이번 행사를 모판 예술제라고 부르고 싶어요. 모를 모판에서 키워 논에 옮겨 심잖아요? 우리가 다 자란 벼를 수확하는 게 아니라 이 축제를 통해 생긴 모둠이나 관계들이 기초가 되어 또 다른 행사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이것을 모를 이양한다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참가자들이 이번 축제를 통해 자기 해보고 싶은 것을 실험해보고 이를 토대로 내년에 자기 일상에서 본격적으로 풀어냈으면 좋겠어요.”

배길효 감독은 ‘本다’라는 주제를 각 단위 준비팀들에 던져 놓았다. 이를 해석해서 구체적인 모양새를 만드는 것은 각 팀이 해야 할 일이다.

시민 오디션 프로그램과 펼침막 사진전

먼저 추연철 공연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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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연철 공연팀장./사진 신가람

“2회부터 공연자로 참여했어요. 그러다가 기획팀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됐고 제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악이어서 공연팀장을 맡았죠. 이번에 공연팀에서 준비하는 건 크게 두 가지에요. 우선 버스킹 공연이 있어요. 제가 그동안 봐온 괜찮은 공연팀을 데리고 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로 야외 공연을 진행하는 거죠. 12개 팀이 참여할 건데요, 노래만이 아니고 연극, 현대무용,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이 있을 겁니다. 물론 주는 인디 성향 밴드가 될 거고요. 공연은 최소한의 음향 장비만으로 진행할 겁니다.”

이 버스킹 공연은 8월 29일 하루, 진주교육지청 앞 길 거리에서 열린다. 두 번째로 공연팀에서 준비하는 것은 시민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갓오브골목길, 이란 이름을 붙였는데요, 갓오브탈렌트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따 왔죠. 아마추어 예술인이나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 형식의 무대에요. 음악이든 예술이든 그 무엇이든 나름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사람들 앞에 서본다는 의미죠. 현재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8팀에서 10팀 정도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신청자가 많으면 내부 심사를 거칠 계획이에요. 경연의 의미가 있긴 하지만, 참여해서 같이 즐기자는 의미가 더 커요. 당일 현장에서 심사를 하긴 하는데, 딱딱한 심사가 아니라 재밌는 형식이 될 거에요.”

이 행사 역시 29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다음으로 강선녀 미술팀장을 만났다. 미술팀에서는 ‘낯익은 혹은 낯선, 여섯 개의 시선’이란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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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녀 미술팀장./사진 신가람

“本다라는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죠.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이 벌어지는 장소가 골목길이잖아요. 그리고 골목은 우리 삶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이걸 사진으로 풀어보자는 건데요.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내 보자는 겁니다. 진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3명에다 다른 지역 작가 3명을 참여시켰어요. 각자 진주 시내 골목길을 하나씩 맡아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 거에요. 그리고 작가들에게 20장씩을 사진을 받아서 이걸 펼침막에 인쇄하는 거죠. 그리고이 펼침막을 교육청 앞 거리에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사진이라는 평면을 펼침막이란 입체로 만들겠다는 거다. 그리고 이 입체 속에서 현대무용과 행위예술가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풍경과 사람은 사진에 담기는 순간 2차원 평면이 되죠. 펼침막에 인쇄를 해도 여전히 2차원 공간입니다. 이걸 구조물을 통해 외부공간에 설치했을 때 사진은 다시 3차원 공간을 얻는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무용과 행위예술로 이를 해석하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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