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자치의식과 실천의지가 중요"

권경석 전 국회의원(68, 제17·18대 창원 갑)은 현재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권 부위원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대통령 비서실, 내무부 등 국정에 참여했으며 부산시, 경상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역임했다. 또 국회에서 지방자치발전 법안 제정 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지난 5월 13일에 이어 14일 오후에 만난 권 부위원장은 여전히 지역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경남도와 통합창원시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두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권 부위원장이 생각하는 지역발전에 대해 엿보았다.

- 현재 바라보는 지방자치에 대해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지난 1991년 부활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지난 23년 동안 꾸준히 발전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주민이 행정의 주체로 등장했고, 국가와 지방의 관계도 수직적 상하관계로부터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돼 왔습니다. 또 주민에 대한 행정 서비스의 질이 크게 향상됐지요. 특히 수차례의 정권교체 과정에서도 별다른 사회적 혼란 없이, 안정적 국정운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원칙과 본질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자치제도’와 이와 관련한 현실적 한계로 인해 자치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주민 부담과 불편이 늘어나고 행정효율 저하로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어 앞으로 지방발전은 물론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가로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권경석 부위원장./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제공

-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박근혜정부의 지방자치 관련 국정과제는 104번 ‘지방재정확충 및 건전성 강화’와 105번 ‘지방분권 강화’로 집약됩니다. 지방과 중앙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분야별로 나눠 지방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지방의 책임으로 수행하도록 제도화해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의 총합이 국가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지방분권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출범 배경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5월 28일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특별법에 의한 위원회의 주 임무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대통령 및 국회에 보고하고, 이후 부처 및 자치단체의 실천계획에 대한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회는 종합계획 및 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법률을 제·개정해야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위원회가 수립할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은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기준인 중·장기 계획으로 지방분권 및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현 정부의 5년간 마스터플랜으로서의 성격을 가집니다. 그 내용으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비전, 정책목표, 추진전략, 주요과제 및 추진방법, 재원조달방안 등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종합계획이 수립되면 올해 7월 경 대통령 및 국회(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보고 한 후 부처별·기관별 실천계획에 대한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하게 되지요.”

권경석 부위원장./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제공

- 지방자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방자치 역량의 확충으로 지방의 자원과 특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 지역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동시에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의 기본원칙에 따라 관할구역 내의 자기사무를 자기권한으로 부담과 책임을 지고 처리할 수 있도록 자치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비정상적 자치제도 운영으로 자치권과 자율성이 과도하게 제한받고 있습니다. 또 자치단체의 책임성 결여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됩니다. 아울러 지방행정체제는 급속한 행정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고비용·저효율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권경석 부위원장./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제공

- 지방분권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자치사무,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책임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먼저 자치사무를 보면 복잡한 행정사무 구분체계와 자치사무 배분 기준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행정사무 구분체계는 종적으로 볼 때 복잡다기하고, 횡적으로는 획일적입니다. 또 자치행정권 측면에서는 권한과 책임의 한계가 모호하지요. 통계적으로 자치권은 20%대에 불과합니다. 이는 지방이 잘 할 수 있는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지 않은 결과이며, 선진국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한 사무처리 소요시간과 비용 증가의 부담은 주민에게 전가됩니다. 국가와 자치단체 간의 공동사무 배분은 권한과 책임한계를 모호하게 해 부담전가와 책임 회피 및 분쟁 발생 등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치단체를 중앙부처의 하부 집행기관의 지위로 보는 기관 위임사무 처리제도의 경우 선진국에는 유례가 없는 제도입니다. 지방에 대한 중앙통제의 수단이 되고 있지요. 지방재정의 중앙종속도 문제입니다. 행정자치 20%,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20대 80은 우리나라 자치수준을 상징하는 수치입니다.”

- 지방행정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의 관할구역은 정부수립이후 과학·기술, 교통·통신의 발달과 행정환경의 변화를 반영 하지 못한 채 고착돼 있지요. 시·군은 생활·경제권역이 광역화돼 여러 개의 자치권역으로 나눠지게 된 경우가 많고, 자치구의 관할구역은 하나의 생활·경제권역인 특별시·광역시의 관할구역을 인위적으로 분할한 것으로서 자치단체로서의 기능수행에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의 우리나라 시·군의 자치구역은 ‘생활권 단위의 자치’를 위해서는 협소하고 ‘주거단위 근린자치’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넓어 예산낭비, 주민부담과 불편 가중 등 역기능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치구는 특·광역시 일원이 하나의 자치권역이므로 자치단체로서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요.”

- 지방자치 정상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십니까?

“원칙과 본질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자치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제정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사무배분의 원칙을 제시하고 지방분권의 추진과제로서 권한이양 및 사무구분체계의 정비, 지방재정의 확충 및 건전성 강화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지방자치 및 지방행정 계층의 적정화, 주민편익 증진을 위한 자치구역의 조정, 자치단체의 규모와 자치역량에 부합하는 역할과 기능의 부여,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반영해 추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요. 이러한 원칙과 기본방향을 중심으로 사무구분체계의 명확화와 행·재정 자치권 확충, 자치단체 책임성 강화, 자치권의 차등화와 교육·치안기능 통합, 관할구역의 적정화와 특·광역시 자치구의 행정구 전환, 주거단위 근린자치의 활성화 등이 필요합니다.”

- 지역발전을 위한 위원회의 구체적 전략이 있습니까?

“저희 위원회는 ‘성숙한 지방자치, 행복한 지역주민’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주민편익 증진, 행정 효율 제고 및 지방경쟁력 강화를 정책목표로 해 20개의 지방자치발전 과제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중 8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단계별 시행으로 현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두는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출범 후 많은 활동과 소통을 통해 우리 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지방자치발전 20개 과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6월에 지방자치발전 과제별 개편안을 담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위원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권경석 부위원장(좌)./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제공

- 지방 발전을 위해 어떤 과제를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위원회에서는 사무 처리의 편의성 및 효율성, 국민 편익증진 관점에서 새로운 사무판별 기준을 마련했고, 이 사무판별 기준에 따라 4만 6000여 개의 국가 총 사무를 대상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로 구분 중에 있습니다. 국가와 지방이 각각 잘할 수 있는 사무로 재배분하는 과정입니다. 국회에 설치된 지방자치발전 특별위원회에서 (가칭)지방일괄이양법이 논의·심의되도록 법안과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20%인 자치사무 비율이 2018년 까지 OECD평균수준인 4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역대 정부가 지방자치 발전을 소리높이 외쳐왔지만 ‘결국은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게 된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된 지방자치 발전과제들을 중심으로 원칙과 본질에 맞는 정상적 자치제도를 법제화해 ‘제대로 된 자치’를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특별법은 구체적인 자치발전 과제들을 의무규정으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벌규정 없는 의무조항은 실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지요. 이러한 추진 과제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개정 등 후속 입법 조치들이 이뤄져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 2월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가 설치돼 국회차원의 공감대 형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부위원장으로서 위원과의 가교역할 내지는 위원 간 조정·중재 역할, 이전의 국회의원 경험을 살려 국회와의 협력관계를 잘 만들어 나가는 것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6일 국회에 설치된 지방자치발전 특별위원회와 적극적인 협조를 하고 있고, 오는 6월 말까지 활동시한인 지방자치발전특위를 더 연장해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고,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방자치는 자기 살림을 책임지고 잘 꾸려나가는 집안 살림살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림살이는 먼저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과 창의로 꾸려나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살림살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통합창원시 발전에 필요한 사항은 무엇일까요?

“지역 간 갈등이 현명하게 잘 해결돼 명실상부한 동남권 중추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마산·창원·진해 통합에 따라 통합시 자치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행정체제 측면에서의 제도적 장치와 분권 측면에서의 특례 부여 등으로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됐다고 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자치권을 확충하고, 자치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적절한 지원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 경남도민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평소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구호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면 기득권 집착에 따른 마찰과 갈등으로 지방자치 실현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 과정을 많이 봤습니다. 세계화 시대, 국가 생존·발전을 위한 사활의 과제인 지방자치 발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양보와 참여, 지방의 자치의식과 실천의지, 국회의 협조, 시민과 언론의 동참이라는 4대 과제가 그 기본 전제라는 소신을 가지게 됐지요. 앞으로 경남도와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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