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회 유치' 꿈 드디어 이뤘다!

창원 도심에서 불꽃 튀는 스매싱과 스트로크의 향연이 펼쳐진다. 경남스쿼시연맹은 제10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스쿼시대회 유치에 성공해 오는 4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창원서부스포츠센터 스쿼시경기장에서 경기를 연다고 알렸다.

도내에서 전국 단위의 공인 스쿼시대회가 열리는 것은 1996년 경남스쿼시연맹이 출범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체육회장배 대회에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국내 정상급 선수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어서 창원이 모처럼 스쿼시의 열기에 빠져들 전망이다.

이번 대회를 유치한 경남스쿼시연맹 정규헌(49) 회장과 김광석(45) 전무이사를 만나 대회 유치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꿈의 코트’라 불리는 유리코트, 도내에 첫선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쿼시연맹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일반인들에게 스쿼시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생활체육이 활성화하면서 동호인 수가 급격히 늘어나긴 했지만, 도내에는 아직 스쿼시를 즐길 수 있는 경기장 수가 적은 탓에 스쿼시는 익숙한 종목은 아니다.

그래서 연맹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직 낯선 스쿼시를 알리자고 뜻을 모았다. 임원진이 모여 스쿼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했고, 연맹이 ‘스쿼시의 매력을 직접 한 번 보여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스쿼시 하는 모습./경남 스쿼시 연맹

이를 위해 연맹은 여러 채널을 수소문해 국내에 단 1개밖에 없는 유리코트를 대여했다. 사방이 뚫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코트’를 서울스쿼시연맹으로부터 큰 금액을 주고 빌렸다.

이번에 창원서부스포츠센터에 설치되는 유리코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열린 서울세계여자프로스쿼시대회에 사용한 코트로서 다이내믹하게 연출되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특수 경기장이다.

특히 사방이 모두 유리로 된 이동식 코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유리코트는 스쿼시 동호인 사이에 ‘꿈의 코트’로 불리고 있다.

경남 연맹은 대회 운영 경비 가운데 절반가량을 코트를 대여하는 게 사용했을 정도로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 회장은 “지난해 전국 대회 응원 차 갔을 때 유리코트를 처음 보고 반드시 경남에도 저런 코트를 한 번 설치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에 전국 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표정까지 느낄 수 있는 이벤트코트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무도 “도심과 어우러진 유리코트와 그 속에서 펼쳐지는 명장면을 보고자 많은 시민이 서부스포츠센터를 찾았으면 한다”며 “서부스포츠센터 광장에 설치되는 유리코트는 대회 기간 내 언제든 볼 수 있으며, 동호인에게 일부 개방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리 스쿼시코트./경남 스쿼시 연맹
유리 스쿼시코트./경남 스쿼시 연맹

스쿼시 발전을 위해 의기투합한 선후배

정규헌 회장과 김광석 전무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정 회장은 경남대학교 체육교육학과 85학번이고, 김 전무는 같은 과 88학번이다.

대학 시절부터 잘 아는 지인에게 경남스쿼시연맹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정 회장은 김 전무를 만났고, 그의 스쿼시에 대한 열의에 반해 그 자리에서 흔쾌히 회장직을 수락했다.

경남 스쿼시 연맹 김광석 전무, 정규헌 회장./주찬우 기자

정 회장은 “1996년도에 스쿼시를 접한 적이 있는데 당시 꽤 매력적인 운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스쿼시와 인연을 맺을 줄은 몰랐다”면서 “체육을 전공해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연맹에서도 열의를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연맹 회장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규헌 회장의 다른 직함은 바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사장이다. 그는 기아자동차 마산합포 대리점 대표도 맡고 있다.

사천 출신인 정 회장은 대학 졸업 이후 20여 년간 자동차 판매원으로 활동했다. 사람과 세상을 제대로 배우려면 ‘영업’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경남 스쿼시 연맹 정규현 회장./주찬우 기자

그는 “자동차 판매를 하면서 성취감도 느꼈고, 때로는 좌절도 맛봤다”면서 “그런 경험이 쌓여 1999년 대리점 문을 열었고, 지금은 도내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파는 대리점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운영하는 대리점은 한 해에 1800대를 팔 정도로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고, 지금도 업계에서 꾸준히 판매 톱랭커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영업으로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 분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스쿼시연맹 회장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스포츠 마니아인 정 회장은 스쿼시연맹 회장 이외에도 창원시 생활체육유도연합회 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함께 일하는 김광석 전무는 경남스쿼시연맹 초창기 멤버다. 지난 1996년 연맹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사무국장으로 일했고, 2010년부터는 경남체육회 스쿼시팀 감독과 연맹 전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정식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그는 도내 스쿼시 1세대로 통한다.

경남 스쿼시 연맹 김광석 전무./주찬우 기자

스쿼시연맹이 도내에서 제대로 자리 잡는 데는 그의 공이 컸다.

김 전무는 “종목에 대한 열의가 있는 분이 회장으로 취임해 연맹 분위기도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이번 대회를 유치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각종 전국대회를 연 1회 이상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 1월 경남스쿼시연맹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전국 대회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1996년에 스쿼시연맹이 경남에 창립됐지만, 이렇다 할 전국대회를 한 번도 유치하지 못한 데 대한 임원진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정 회장과 김 전무는 전국 대회 가운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체육회장배 대회를 유치하기로 하고, 대한스쿼시연맹과 창원시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닌 끝에 결국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김 전무는 “정규헌 회장의 강한 추진력이 없었더라면 아마 대회 유치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록 경기인 출신의 회장은 아니지만 스쿼시 종목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협회 임원들도 감사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악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경남은 사실상 타 시·도에 비해 스쿼시 환경은 열악하다. 시설과 선수 육성은 모두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도내에서는 창원서부스포츠센터를 비롯해 양산, 진주, 거제 등지에 규격을 갖춘 스쿼시 전용경기장이 있긴 하지만 면수가 적어 전국 대회를 치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번 대회 유치에도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경기장 시설이었다. 다행히 창원시설관리공단의 협조를 받아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전국 대회 유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스쿼시 전용경기장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연맹 측 관계자들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스쿼시가 제87회 전국체전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지원이나 팀 창단 등 전반적인 여건이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팀 수나 선수층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도내에는 중학교 팀은 전혀 없고 고교 팀은 창원 신월고 1곳뿐이다. 협회에 등록된 선수도 채 40명이 되지 않는다.

경남 스쿼시는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활성화됐다. 진주에서 전국체전을 치르면서 도체육회에서 ‘경남체육회’ 소속의 실업팀을 창단해 지금껏 운영 중이다.

연맹은 앞으로 중학교 2개, 고교팀 2개 이상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선수 격려차 방문하면 우선 뛰어난 시설에 부러움을 느끼고, 선수 발굴이나 육성도 경남이 뒤처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도내에도 중학교, 고등학교 팀이 신설돼 선수 육성에 힘을 쏟아야 다른 시·도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스쿼시 연맹 김광석 전무와 정규헌 회장./주찬우 기자

스쿼시의 매력은 짧은 시간에 누리는 최대 운동 효과

김광석 전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매일 운동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스쿼시는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하는 운동이라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것도 잠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에 몰두하다 보면 좁은 공간이 어찌 그리 넓은지 모른다.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최대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스쿼시만이 지닌 매력이다.

그는 “사각의 공간에 힘껏 공을 치고 터질 듯한 파열음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며 “혼자 하는 운동보다 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재미와 운동 효과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쿼시는 볼이 날아갈 때 순간 속도는 초속 30m 정도고,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기능 강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 실내 운동이라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가능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상대방의 허점을 파악하고 코트의 여러 면을 이용하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보자가 경기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려면 6개월 정도의 인내를 거쳐야 한다.

라켓의 스윙과 경기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처음에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기본기를 갖추면, 6개월쯤 지나 신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클럽에 준비된 라켓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운동을 시작하면 된다. 김 전무는 “복장은 규정된 것이 없고 간편한 운동복과 테니스화 정도면 무리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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