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변한다, 진해가 변하고 있다!

진해중앙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다. 문화관광형시장이란 전통시장에 고유의 문화전통을 접목해 지역의 관광명소로 육성하고자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2008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국의 100개 시장 선정을 목표로 하는데, 이미 50여 곳 이상이 선정되었다. 진해중앙시장은 선정 직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별도로 구성돼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남의 광장, 한눈에 찾을 수 있는 시장 지도

시장공영주차장을 들어서서 주차를 하는데, 바로 눈앞에 작은 광장이 들어온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제법 쉴만한 자리도 마련돼 있다. 시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밤이면 조명이 들어올 듯한 LED벚꽃나무가 서 있다. 그 뒤로 시장 아케이드 아래 ‘진해중앙시장’ 간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직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깔끔했다. 첫 느낌이 좋아선지 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깨끗하고 밝은 분위기로 다가왔다.

“아이고, 이걸 말라꼬 찍노? 우리 시장 알려줄라꼬? 그라모는 사람들한테 잘 좀 알려주이소.”

/권영란 기자

노점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생선장수 아지매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좌판에는 방금 손질하다만 듯한 볼락이 한 가득이다.

진해중앙시장 골목들은 바둑판처럼 구획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각 골목 입구마다 같은 품목끼리 집중시켜 놓았다. 1동에서 9동까지 청과물, 음식코너, 수입품코너, 여성의류, 한복 등 블록마다 비슷한 업종들끼리 집중돼 있어 한 눈에도 이용객이 시장 골목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덕분에 처음 왔음에도 금방 시장 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장 중앙 몇몇 점포가 비어있는 듯이 보였지만, “비어있는 게 아니라 다 창고로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상인들이 말했다.

/권영란 기자

전국 최초로 시장상품권 발행하기도

진해중앙시장은 창원시 진해구 관문에 위치한 대표 전통시장이다.(화천동 60번지, 행정동은 충무동) 1975년 8월 상설 종합시장으로 개설했다. 시장 역사는 1945년 광복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당시 일본에서 귀향한 사람들은 배가 닿는 통영, 마산, 부산은 물론이고 이곳 진해 화천동 일대에도 자리를 잡았다.

“당시 사람들이 나무판자로 ‘하꼬방’을 지어 살았다데요. 그 뒤에 6.25 사변 때는 피난민들이 엄청 많이 몰려들었는데, 집은 없고 사람은 많고… 나무판자로 주택 겸 점포를 짓고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장사꾼들과 난전이 들어섰지예.”

진해 화천동 일대는 한국 근대사와 함께 변화했다. 점차 시장이 형성되고 번화가가 되었다.

진해중앙시장은 대형마트가 들어오기 전에는 진해 중심가의 유일한 상권이었다. 현재도 350여 개의 점포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번성기의 시장 규모가 짐작되었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점차 시장 주변의 충무동 일대에 상점가들이 들어섰을 것이다.

이곳 시장은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 상품권을 자체적으로 발행한 곳이기도 하다.

“1999년에 우리 시장이 상품권을 발행했는데, 시장에서 상품권을 발행한다는 것은 그때만 해도 생각지 못할 일이었지요. 온누리상품권은 나온 것은 훨씬 뒤였으니까요.”

시장번영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창원 부회장과 이유석 이사, 서병진 사무장은 이곳 시장이 한때는 상권이 활발했고, 상인들도 ‘쏠쏠했던 시절’을 알기에 한때 시장 활성화에 남다른 노력이 있었고, 의욕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임원들이 펼쳐 보여준 상품권은 1999년 최초 발행에서 조금씩 형태를 바꿔온 상품권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상품권은 지금 잘 활용이 되고 있지는 않다.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시장은 점차 활기를 잃어 왔던 것이다.

남북정세에 따라 시장 상권이 위축되기도

“예전에는 참말 큰 전통시장이었지요예. 요즘에야 소비자들이 마산, 창원 등 인근 대도시로 쉽게 가버리지만…. 진해는 해군부대 도시니까 당시는 군인들 회식이 참 많았어예. 시장 지하에 어시장과 횟집이 와 이리 잘 되겠십니꺼? 질은 좋고 값은 싸고 여럿이 와도 넉넉히 먹을 수 있고 그리 하니께 많이들 찾는기라예….”

/권영란 기자

진해는 해군 도시이고, 진해항이 해군 주둔지이다보니 인구의 어느 부분은 해군들과 그 가족들이다. 그래서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이용객들이 군인이 많다보니 남북 정세에 따라 상권이 위축이 되기도 합니다. 남북 정세가 어려워지면 비상명령이 떨어져 금세 군대 내에서 긴장 상태가 되니 함부로 외출도 안 되고 쉽게 술자리를 못 만드니까요.”

특이한 것은 지하에 어시장이 있다는 점이다. 지하는 선어·활어센터만이 아니라 건어물·초장·횟집 등이 집중돼 있다. 지하 1층이지만 어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예. 진해 최대 활어, 선어, 해산물 판매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구 주변에 횟집이야 많지예. 하지만 이곳에서 직접 사서 초장집에 가서 먹으면 훨씬 싸고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단체 회식이나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이곳이 초행길이라면 다들 어시장으로 내려섰다가 눈이 휘둥그레질 듯했다. 시장 지하에 대규모 활어 시장이 있다는 건 상상치 못 할 일이었으니, 놀라운 광경이다.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데, ‘밤장사’가 진짜 장사라며 점심시간이 지나자 상인들의 분주함이 눈에 띄게 활기찼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횟집들에는 왁자지껄하니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다.

/권영란 기자

원도심이 살면 시장도 살아날 것

“지하 어시시장은 진해중앙시장 특색이라면 특색인데, 시설이 워낙 오래돼서 문제지예. 어시장을 지상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어 지난해까지 시도를 해봤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지금 상태에서 손을 보긴 해야 하는데, 예산이 많이 들기도 하고…. 점차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입니다.”

진해중앙시장 담당 정순길 계장(창원시 도시재생과)은 이곳 시장을 어렸을 때부터 들락거렸던 진해토박이로 시장 활성화에 고심이 컸다. 정 계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이 계기가 돼 향후 상인과 고객이 함께 Win-Win하는 시장으로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란 기자

올해 말까지 진행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은 전체 지원예산 규모가 20억 원이다. 지난해는 상인아카데미, 일상일예, 쉼터 조성 등을 추진했다. 올해 주요 사업으로는 특화사업 발굴·지원, 지하어시장 및 주차장 주변 벽화 정비사업, ICT융합사업, 자생력사업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곳 시장 현대화사업은 2011년부터 점차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창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입도로 개설, 주차장 확충, 교차로 개선사업, 다목적광장 등을 준공했고 앞으로는 지하어시장 현대화, 소방배관과 오수관 매설 공사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교통로가 확보되니까 군항제 풍물시장을 이전 유치하자는 여론과 상인들 움직임이 생길 정도랍니다. 주차장 입구 다목적광장은 만남의 광장으로 앞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과 관련한 문화공간으로 적극 활용될 전망입니다.”

/권영란 기자

진해중앙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에코뮤지엄시티진해’ 사업이 주목된다. ‘에코뮤지엄시티진해’ 사업은 근대 계획도시 해군항으로 성장해온 진해의 원도심을 재생하고 활성화하자는 사업이다. 진해 원도심에 산재해 있는 근대건축물 및 방사형 도로 등 각종 문화 유산의 역사적 상징성을 되살려 중심시가지를 재생하고, 군항근대역사체험 테마거리 조성, 축제문화 활성화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진해중앙시장을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이곳 시장이 원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진해중앙시장 활성화에 있어 이 사업에 어느 정도 기대심리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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