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서리하다 수박도사 다 됐지" 부모님 따라 고향 땅과 씨름한 지 어느덧 15년

지난 주말 함안수박축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사고' 여파로 취소됐다. 강대훈(53) 씨는 함안수박축제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준비에 몇 달 간 땀을 흘린 그는 한숨 한번 내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에는 수박전시관, 군북농협집하장이 자리하고 있다. 강 씨는 바로 인근에서 수박농사를 하고 있다. 이곳 고향 땅에서 수박과 씨름한 지 15년가량 됐다.

"밖에서 다른 것 좀 했는데, 재미도 없고 해서 고향으로 돌아왔지요. 부모님이 하셔서 어릴 때부터 봐왔고, 잘 아는 게 수박이었으니까요. 제가 돌아왔을 때는 수박이 단지화되어 있었죠.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 집단을 이뤄 하니 도움이 됐지요."

그는 어릴 적 기억을 잠시 풀어놓았다.

강대훈 씨

"1970년대에는 다 노지 재배였습니다. 철없을 때라 부모님이 일 좀 도와달라고 하면 훼방만 놓고 그랬죠. 일은 안 도와드려도 어느 집이 언제쯤 수확하는 것 정도는 훤히 알고 있었죠. 밤 되면 아이들과 하나씩 몰래 따 먹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먹을 것만 해치면 되는데, 그 와중에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확인한다고 여러 개를 따 보기도 하고 그랬으니…. 뭐, 맛보다는 서리하는 그 재미였죠. 요즘은 서리하면 큰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누가 지나가다가 맛 한번 보고 싶다고 하면 한통씩 내주는 인심은 있습니다."

수박은 항암효과 등 각종 효능에 대해 알려진 것들이 많다. 그는 그렇다고 효능에 대해 유난을 떨지는 않았다.

"수분이 많다보니 혈액순환에 아무래도 도움 되겠지요. 이것저것 떠나서 술 먹은 다음날 아침에 수박 한 조각 먹으면, 얼음보다 더 시원한 게, 술이 확 깨죠."

조경용 미니수박

그는 현재 하우스 13동에서 수박을 재배한다.

"여름에는 땅을 위해 하우스를 철거하고 모를 심습니다. 그래서 태풍 피해는 크게 없는 편인데, 오히려 봄이 문제예요. 더운 공기와 찬바람이 섞이면서 한번씩 회오리가 크게 불거든요. 일대에 몇십 동씩 피해를 보죠. 그게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하우스 안에서 쭈그려 일을 하다 보니 힘들죠. 여기 할매·아지매들 전부 어깨·무릎 관절이 안 좋아요. 제 큰놈이 대학교 2학년, 작은 놈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얘네들 교육 다 시키면 규모를 줄여서 부부 둘이 큰 욕심 없이 할 생각입니다." 

노란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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