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문화로 지역과 연대해 나가겠다”

식·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웰빙의 첫 출발은 좋은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이다. 하지만 좋은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를 마음 놓고 밥상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 사천지역 주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천아이쿱(icoop)생협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천아이쿱생협 이사장으로 선임된 권경희 당시 준비위원장을 만나 생협의 전반적인 역할, 사천생협의 운영방식 그리고, 사천아이쿱생협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봤다.-호칭은 현 직위인 이사장으로 통일한다.

생협과의 첫만남

권경희 이사장은 현재 사천아이쿱생협 출범을 앞두고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일을 계획하고 사람들을 만들고 조직 구성을 하고…. 40대 주부의 열정을 오롯이 사천아이쿱생협만들기에 모으고 있었다.

권 이사장은 지난 2003년 남편이 진주생협에 근무를 하게 되면서 생협과의 첫 대면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먹고 살만한 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콧방귀를 뀌고 외면했어요. 하지만 점차 아이쿱 생협의 역할이나 목적을 이해하게 됐다고나 할까.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식품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진주생협 회원이 됐어요. 특히,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라는 생협의 모토가 제 마음을 확 끌어당겼어요.”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에 따라 소비와 생산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벗어나 회원들은 공동으로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매하고,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 부분은 그녀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거래되는 물품이 적은 수도 아니다. 생협이 운영하는 매장인 ‘자연드림’에는 농산물은 물론 가공품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권 이사장은 진주생협에서 부이사장까지 맡을 정도로 점점 더 생협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단순히 매장을 이용하는 일반 회원에서 적극적인 활동가로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둘째를 출산하기 전까지 활동가로서의 생협 활동은 계속됐다.

권 이사장은 “농촌과 가까운 진주에서 자랐던 경험이 있던 내게 도시의 각종 첨가물과 화학조미료 인공색소 등은 늘 찝찝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날로 심각해지는 유해물질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가 요구됐다. 이 때 남편을 통해 생협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다가왔다”며 생협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사천에도 생협을 만들고 싶다!

육아로 인한 3년 간의 긴 공백기를 끝내고 진주생협으로 돌아온 권 이사장은 사천지역에도 생협을 만들고 싶다는 아주 소박한(?) 욕심이 생겼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사천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진주생협 회원들과 많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때때로 ‘잘 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했다. 홀로서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홀로’는 외롭고 두려운 법이다.

하지만, 이웃주민들에게도 좋은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꺾을 수는 없었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 정동면 고읍리에 문을 연 ‘자연드림 진주생협 사천점’의 성공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210명 정도였던 조합원이 개장 1년 만에 880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사천생협 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권 이사장은 10년이 넘는 생협 활동가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단체다운 단체, 전국 어디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런 단체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권 이사장은 자신의 아파트를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실제 초창기는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이다. 그리고 사무실을 얻는 비용과 운영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언제든지 집에서 출범 관련 일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그리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2013년 12월 11일 오전 10시 30분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이는 이후 2014년 2월 15일 오후 2시 사천읍교회에서 열린 법인창립의 교두보였던 셈이다. 이날 법인창립총회와 법인등기가 완료되면 진주생협 사천지역위원회 체제를 마무리하고, 사천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조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권 이사장은 “가정주부로서의 역할,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보다 생협 준비위원장으로서의 활동에 더 심취한 것 같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며 “하지만 사천지역의 다음 세대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 세대에도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이 말하는 아이쿱생협

아이쿱 생협은 어떤 곳이고, 무엇을 지향하는 조직인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착한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고, 이웃과의 협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조직입니다. 특히 소비자 스스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생활물자의 구매, 생산, 판매, 소비 등을 직접 꾸려 나가는 협동조합 조직을 말합니다. 조합원들의 참여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협동을 통해 생활의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곳입니다.”

권 이사장이 말하는 아이쿱생협이다.

그녀는 지난 1998년 668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한 후 20만 명 정도가 가입한 대규모 생협으로 성장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아이쿱 생협의 특징 중 하나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관계가 물품을 통해 입증된다는 점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정당한 가격 지불로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고, 생산자는 안전하고 질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으로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직접적인 소통과 교류를 통해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겁니다.”

실제 아이쿱 생협은 소비자들이 필요에 의해 직접 비용을 출자해 설립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윤추구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일반 기업과는 목표와 운영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조합원들 각자가 스스로의 이익과 이해를 위해 조직을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일반 기업은 투자자, 운영자, 이용자가 각각 분리돼 있지만, 아이쿱 생협에서는 출자, 운영, 이용이 모두 조합원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주체적인 소비가 이뤄지며, 사회적 상생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생협의 역할은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각 생협에서는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안운동을 펼친다. 조합원의 요구와 관심사에 따라 식품, 농업, 교육, 노후,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최근에는 환경운동, 공정무역 촉진 활동, 친환경 급식 확대 등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이나 미디어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파생 생협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된다.

사천아이쿱생협, 어떻게 운영되나

권 이사장은 사천생협을 ‘신뢰가 바탕이 된 생협’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2013년 10월 31일까지 2950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하지만, 권 이사장은 ‘우후죽순 처럼 생겨난 그냥 그런 생협이 아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매일 꿈꾼다.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물품공급시스템 구축으로 회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 소비 확대로 농업을 지키며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여 환경을 보호하는 ‘윤리적 소비’를 하는 곳,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의 사회, 문화, 환경과 경제 등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며 좀 더 나은 지역사회에 만들기에 동참하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그녀는 ‘서민에게도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모토가 사천생협의 밑바탕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천생협의 규모 더 키워 많은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다. 생협의 활동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하는 것도 그녀의 바람이자 그녀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이쿱생협은 예전에는 출자금 내고 가입한 일반 조합원과 출자금 외에도 매달 조합비를 내는 조합비 조합원이 있었다. 일반 조합원은 물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나 조합비에 대한 부담으로 가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일반 가격으로 아이쿱생협 물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하지만 현재는 일반 조합원은 없어지고, 조합비 조합원 하나로 통일됐다. 조합비는 지역조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사천생협은 매달 1만 3000원 수준으로 조합비를 받는다. 가입비는 별도로 없으며 가입 때 출자금 5만 원을 내면 된다. 물품을 공급받을 때마다 공급 출자금(매장이용 출자금) 300원∼700원 정도를 비용으로 함께 결재해야 한다. 가입 때 낸 가입 출자금과 물품 구매 때마다 적립된 공급출자금은 탈퇴할 때 모두 회원에게 돌려준다.

사천아이쿱생협을 만드는 의도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건전한 소비연대뿐만 아니라 농촌살리기, 식품안전기준 강화, 친환경 급식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기준과 원칙을 제시해 왔다. 권 이사장이 진주생협 사천지역위원회에서 사천생협으로 전환하고자 한 숨은 의도가 바로 이것이다.

요즘 권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활동이 '어린이집 친환경 식재료 공급유도'이다. 사천지역에서는 10개의 어린이집이 친환경 급식에 참여하고 있는데, ‘제1호 친환경 식재료 어린이집’이 탄생했다. 이로 인해 사천지역에서의 생협 활동이 더욱 왕성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어린이집이 급식 예산의 50% 이상을 생협 친환경 식자재 구입에 쓰면, 6개월마다 이를 심사해 ‘친환경 식재료 어린이집’이라는 인증현판을 달아준다.

권 이사장은 “창립총회가 끝나면 조합원들과 의견을 나눠 사업계획과 활동방향을 잡게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한 ‘어린이집 대상 친환경 식자재 전환 유도’ 등 생협 본연의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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