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아이디어맨 농업 현장서도 톡톡히

긍정적인 아이디어맨이 창조적인 기획으로 거제 농업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상황버섯과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거제 웰농산 손성수(53) 사장이 귀농한 것은 14년 여 전인 39세 때. ‘농사’가 아닌 ‘농업’을 하고 싶었다는 손 대표는 그때부터 탁월한 아이디어로 영농현장을 하나하나 개선하며 지역 농업의 희망을 찾고 있다.

정병선 박사와의 만남

손성수 대표는 젊은 시절 대우조선에서 물류업을 18년가량 했다.

농사라곤 전혀 몰랐다. 귀농을 생각했을 때, 주위에서는 “자격증을 따서 어렵게 들어간 든든한 직장을 왜 뿌리치고 농사를 지으려고 하느냐”고 만류했다.

/이원정 기자

“남들이 보기엔 좋은 직장이었지만, 저는 비전이 없어 보였습니다. 어느 날 무작정 농사가 아닌 농업, 즉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귀농했습니다.”

귀농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는 신문을 통해 얻었다.

“마침 새해 첫 신문에 농업인을 위한 정책 자금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당장 신문과 사업계획서를 들고 농협중앙회를 찾아갔습니다.”

농협에서는 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련 서류를 만들어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손 대표는 바로 거제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다.

결국 1억 2000만 원을 저리융자 받고, 농업 행정 등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센터와 인연을 맺은 손 대표는 한동안 센터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어떤 직원은 손 대표에게 아예 센터에 책상을 놓으라고 농을 했고, 어떤 민원인은 손 대표가 센터 직원인 줄 알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접목시키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또 신문에서 오랫동안 상황버섯을 연구하던 정병선 박사에 대해 보게 됐죠. 미생물을 전공한 분으로, 당시 70대 중반으로 경기도 마석에 살고 계셨습니다.”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산속에서 거의 거지꼴로 살고 있는 정 박사를 만나 배움을 청했다. 하지만 낯선 이의 방문을 모른 체하며 무시했다.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그러다 날이 저물어 산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녁에 막걸리를 대접했더니 그제야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하나 둘 이야기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그동안 연구한 것을 누군가에게 전수하고 가야 하는데’ 하는 이야기를 흘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을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개월을 일해주면서 균을 배양하고 버섯을 키우는 일을 밑바닥부터 배웠다.

“실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그런데 이론을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2005년부터 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미생물 과정을 수료하며 실제에 접목해 나갔습니다.”

손 대표는 정 박사에게 균이 접종된 원목 1만 개를 사왔다.

“마을에 재배시설을 만들어 키웠는데 생각보다 잘 되는 겁니다. 하루는 박사가 버섯 상태를 보러 거제에 오셨는데 ‘자네, 잘하네. 이럴 게 아니라 나도 여기로 내려와야 겠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1년간 방을 얻어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접종하고 배양하고 공장을 만드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셨죠.”

1년이 지나자 정 박사는 더는 가르쳐줄 것이 없다며 서울로 가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혼자 모든 것을 하려니 당황스러웠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원정 기자

그런데 어느 날 정 박사가 많이 아프다는 전화가 왔다. 당장 달려갔더니 예전의 버섯 재배 시설은 거의 폐해가 되다시피 했다.

“생각해보니 저를 만나 모든 기술을 전수 해주고 인생을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저세상으로 가겠다고 마음먹은 듯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사께서 지난 20년간 사용한 장비를 ‘자네에게 모두 줄 테니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오래돼서 고물이나 다름없지만, 포터를 한 대 사서 일주일 동안 실어 날라 거제로 가져오니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장비들은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 박사는 손 대표와 함께 다시 거제로 와서 3개월쯤 있다가 서울로 갔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제 인생의 은인입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 유명한 분이더군요.”

오뚝이처럼 다시 선 계기는 사람

버섯은 해풍과 기온 등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손 대표가 보기에 거제는 상황버섯,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적지였다.

손 대표는 표고버섯은 톱밥 배지에서 키우고, 상황버섯은 참나무 원목에서 키운다. 상황버섯은 다년생 버섯으로 3년생은 돼야 상품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착실히 쌓은 이론과 경험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엄청난 시련을 겪었습니다. 이 일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죠. 그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농업에 대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위 행정기관이나 선도농업인들이 칭찬하고 도와줬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 쓰러진 하우스를 보며 좌절했겠지만, 손 대표는 오히려 웃음이 나오더라고 했다.

“그 계기는 바로 사람입니다. 거제가 태풍으로 큰 피해가 생겼다는 뉴스를 듣고 군인이나 여러 사회단체 등 주위에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태풍이 쓸고 간 폐허를 치우고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를 밖으로 나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나 혼자 농사 잘 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나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수확물을 판매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태풍으로 다 망한 농업인들이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한다는 잇단 보도에 내놓기만 하면 잘 팔렸다. 특히 손 대표 농장에 도움을 주러 왔던 봉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원정 기자

“아, 개인이 혼자 잘해서는 안 되는구나. 밖으로 나가서 연계를 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각종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1년에 50회 이상 됐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 3년간 모든 교육에 참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연수 등 해외 연수도 5~6차례 다녀왔다.

“그런 과정들 위에서 농업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제 안에서 농업·농사의 개념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교육을 통해 마인드가 커진 거죠. 점차 재배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고, 재투자도 참 많이 했습니다.”

미래 농업은 창조적 기획

‘강소농(작지만 강한 농업) 교육’을 받고서 생각한 것은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바로 창조적 기획이었다.

손 대표는 대우조선에 근무할 당시 제안왕을 2번이나 할 정도로 창조 기획에 앞선 사람이다.

“일을 하면서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을 1년에 3000건이나 제안했습니다. 이것이 농업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죠. 대우조선에 있으면서 몸에 익힌, 청소하고 정리하는 기본 일도 농업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농업도 정리하고 로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는 것보다 새는 것이 많으면 안 되잖아요. 농장 주변에 보일 것과 안보일 것, 쓸 것과 안 쓸 것을 정리정돈하면 생산에 도움이 됩니다.”

손 대표의 아이디어로 대표적인 것은 농업에 산업 소재를 접목한 것이다. 농업 자재 대신 산업 자재를 하우스 시설에 도입했다.

/이원정 기자

“농업 소재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했습니다. 하우스에 난방 시설을 하고자 했는데, 사실 농업 자재는 보온력 등에서 조금 미진했습니다. 비닐만 가지고는 보온력을 높이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은박지에 스티로폼이 붙어 있는 산업 자재를 사서 바닥과 천장 등에 설치했습니다. 싸고 가볍고 효율이 좋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죠. 그걸로 남에게 시키지 않고 내가 직접 보름이 걸려 하우스 보온 시설을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1000만 원은 족히 넘는 공사를 100만 원으로 해결했죠.”

하우스 보온 시설은 강소농 교육을 받고 실천을 고민하던 중 기획한 것이다.

“지금보다 소득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겨울 생산을 계획했습니다. 다른 지역에는 하우스에 온풍기 등 난방 시설을 해서 겨울 생산을 하기도 하지만, 생산비 등을 감안해서 우리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우스 온도를 5도가량만 더 올리면 겨울 표고버섯 재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그 답을 시설 개선에서 찾았습니다.”

산업용 자재를 사용한 보온 하우스 덕분에 이번 겨울부터 웰농산에서는 별도의 난방을 하지 않고도 겨울 표고버섯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손 대표의 버섯 재배 하우스에는 손 대표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부분이 많다. 보통 25㎝ 높이인 배양 상자를 35㎝까지 높여 재배기로 활용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것을 5단씩 쌓아 놓았다.

“2007년 네덜란드에 벤치마킹 갈 때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을 켜고 구상한 겁니다. 버섯 배양상자는 높이가 낮아서 배양을 하고 나면 쓸모가 없습니다. 마치 아파트 골조처럼 된 구조물 다리를 높이면 재배기로도 쓸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다리를 높일 수 있는 금형이 없었다.

“금형을 뜨는데 3000만 원이 드는 데, 저 혼자만을 위해 금형을 만들어줄 업자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청계천에서 XL호스(파이프)를 발견해서 연결했더니 딱 맞더군요. 15㎝가량으로 4만 개를 잘라서 동네 할머니들을 동원해 1달간 조립했습니다.”

표고버섯과 상황버섯은 자라는 폼새가 조금 다르다. 표고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양처럼 위로 자라지만 상황버섯은 아래로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상자 위에 상황버섯 원목을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또 땅에 두면 각종 오염 위험도 있어 줄로 매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 대표는 상자 아래에 원목을 거꾸로 매달아 버렸다.

“타카라고 핀을 박아 고정시키는 산업용 도구가 있습니다. 하나하나 줄을 연결하거나 못을 치려면 일이 많기 때문에 타카를 박았죠. 타카로 금방 해결했습니다. 원목을 떼어낼 때는 조금만 비틀면 쉽게 떨어집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위 공간이 놉니다. 그곳에 줄을 2개 치고 표고버섯 배지를 올렸습니다. 공간을 이중으로 사용한 겁니다. 즉 같은 부스에서 표고와 상황이 같이 자랍니다.”

손 대표 부부는 처음 1000㎡(300평) 규모에서 버섯 재배를 시작했다가 3300㎡(1000평), 1만㎡(3000평)까지 규모를 키웠다. 지금은 다시 규모를 줄여 하우스는 500㎡(150평) 2개 동으로 1000㎡(300평) 규모이다.

이렇게 하우스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배경에는 공간 절약형 환경 개선이 있다. 즉 시스템을 바꾸어 생산 면적을 옆으로 확대하지 않고 위로 확대한 것이다.

함께 농업 희망 만들기

손 대표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혼자 독점하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 시범 사업으로 적용하고, 그것을 다른 농가에도 확대해 다 같이 희망을 찾는 농업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농업기술센터에 현장에서 개선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원정 기자

손 대표는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강소농의 밑바탕”이라며 “강소농이 되고자 하는 사람, 누군가 귀농·귀촌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마인드로 농업을 하는 손 대표에게 그동안 행정 기관의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왔다. 하지만 손 대표는 자신이 먼저 나서지 않고 주위에 열심히 일하는 농업인들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니 주위에 사람이 모여들었고, 이것이 싫지 않았다.

알로에 등 지역 농업을 이끌 수 있는 재목으로 5사람을 엮었다.

2007, 2008년은 FTA 등으로 정부의 각종 농업 정책이 시작될 시기로, 지원 정책도 많았다. 손 대표 등은 1년에 한 사람씩 10억 원가량 규모의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그리고 판매와 마케팅을 연결하고, 벤처대학, 농업관광대학 등에 같이 배우러 다녔다.

“그렇게 5년간을 하다 보니 경남에서 누군가가 볼 때 ‘농업인들이 뭉쳐서 하고자 하는 기동력이 있구나’하는 평을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보고 즐길 수 있는 6차 산업으로 확대

손 대표의 부인 박명희(47) 씨는 남편의 귀농에 많이 힘들었지만,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 응원했다.

귀농 초기 밀양이 고향인 손 대표가 농업기술센터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할 때 주위에서는 색안경 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거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에 거제가 고향인 박명희 씨가 매일 남편과 함께 농업기술센터에 갔다. 그렇게 남편이 ‘거제 사람’이 되는 데 한몫했다.

박명희 씨는 현재 ‘홀푸드’ 대표로 돼 있다. 홀푸드는 손 대표의 웰농산에서 재배한 상황버섯과 표고버섯으로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원정 기자

상황버섯을 절각과 진액, 사탕 등으로 가공한다. 표고버섯을 말려 절각이나 분말로도 판매한다.

“이곳은 거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외도로 가는 길목입니다. 여기를 지나면 구조라와 와현 선착장이 있습니다. 생산 시설을 늘리기보다는 보고 즐길 수 있는 콘셉트로 만들어 6차 산업으로 가려는 계획입니다. 관광객을 타깃으로, 소포장으로 금액은 낮추고 활용도가 높은 상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물건 한두 개 더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이들을 통해 홍보를 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또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주변 중학교들이 농산업 체험을 오기도 합니다.”

웰농산과 홀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1억 5000만∼1억 8000만 원에 이르며, 올해도 비슷하게 예상하고 있다.

손 대표는 그동안 거제시우수농업인 시장상, 경상남도농업인 도지사상, 경남농업기술원 원장상, 버섯가공품 경진대회 우수상, 농림부 장관상 등 각종 상을 받았다. 제품 문의 010-9311-7966.


<추천이유>

◇이현욱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버섯전문가 = 거제 웰농산 손성수 대표는 차세대 농업을 꿈꾸는 귀농 14년째로, 시설하우스에 상황버섯과 톱밥배지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경남정보화농업인연합회장, 거제친환경버섯연구회장, 거제벤처농업협의회장으서 끊임없이 새로운 신기술과 첨단정보를 현장에 접목하여 직거래를 통한 고객 회원제 도입, 각종 SNS 인터넷 매체를 통한 매출 상승, 친환경무농약인증, 우수농산물GAP인증 등 농업기반을 구축하는데 일익을 담당하였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