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봬도 꽃띠 봄처녀

바다 어디서 왔는지

어림잡아 추측할 수밖에 없는 털게는

제 한 몸 보이는 것 또한 싫어한다.

털로 가린 것도 모자라

온 수족으로 감싼 모양은 영판

수줍음 타는 꽃띠 봄처녀다.

이 물정 모르는 이는

웬만해선 물지도 않는다.

다만 옷고름을 단단히 여미어

얼굴을 붉힐 뿐이다.

그리하여 황금빛 털을 가진 아랫배를,

하얀 속살을 지킨다.

털게가 털이 난 이유는

몸집을 크게 하거나

위협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다만 여린 피부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 단맛을 숨기기 위함이다.

색과 모양이 밤송이와 비슷해 '왕밤송이게'라 이름 지어진 남해안 털게 . /권범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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