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털게, ㎏당 3만 원가량...다리 껍데기 단단한 게 좋아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제철

털게 취재를 위해 찾은 남해 미조항.

미조북항 인근 횟집에서 안산서 털게를 먹으러 왔다는 관광객들을 만났다. 남항에서 털게 10만 원어치를 사 횟집에서 쪄먹기 위해 온 것이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에 껍데기가 단단한 털게 대여섯 마리다.

일행 중 한 명은 온갖 게를 좋아하는데 털게 맛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동해 가진항에서 처음 먹었는데 꽉 찬 살이 달고 고소해서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횟집 주인은 털게의 장점을 달고 비리지 않은 맛이라고 한다. 다른 게의 경우 된장 등으로 비린 맛을 잡아야 하는데 털게는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손님들이 가져온 털게 한 마리를 꺼내 가장 아래쪽 다리 윗부분을 붙잡으며 좋은 털게 고르는 법을 설명한다.

"이 부분을 눌렀을 때 껍데기가 단단한 놈이 달고 맛있습니다. 물렁한 것은 가까운 바다에서 잡았거나 충분히 살이 오르지 않은 것들입니다."

된장을 풀지 않고 순수하게 물로만 쪄낸 털게. /권범철 기자

미조항 횟집에서 최상급 털게찜 한 마리를 밥과 함께 먹으면 3만 원이다. 조금 비싼 편이나 한 철 별미로 즐기기에 부족함은 없다.

음력 1월에도 살이 차고 껍데기가 단단한 털게가 남해안 일대에서 잡히지만 요즘 털게만 못하다. 설 이후 한 번 더 탈피를 하고 살이 차고 껍데기가 단단해지는 지금부터 5월 중순까지가 털게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철이다.

남해 원천마을 포구에서 5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통발에 털게가 올라온다. 크기도 다양한데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어른 주먹만한 것까지 대중이 없다.

통발체험을 통해 직접 잡은 털게를 배 위에서 쪄 먹었다. 작은 냄비에 털게며 돌게, 소라까지 가득 채워 물을 약간 붓고 20여 분 끓이면 된다. 민물에서 손질하지 않고 바로 쪄 먹을 땐 털게 입에 칼 끝을 넣어 구멍을 내 주면 좋다. 털게가 갖고 있는 바닷물이 자연스레 빠져나와 짠맛은 빼고 단맛은 더한다.

이처럼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털게는 껍데기가 대체로 부드럽다. 두꺼운 다리도 손톱으로 껍데기를 벗겨가며 먹을 수 있다. 함께 찐 돌게에 비해 비린 향이 확실히 덜하다. 아니, 없다고 해도 될 맛이다. 담백하고 단맛도 좋은데 배 위에서 즐기니 그 또한 좋다.

   

보통 이렇게 가까이서 통발로 잡은 털게는 된장찌개를 끓인다. 요즘이야 털게가 유명해져 잡는 대로 팔기 바쁘지만 이곳 사람들은 예전부터 털게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었다. 원천마을에서 만난 어민은 털게로 끓인 된장찌개는 향이 독특해서 별미라고 한다. 여기서 조금 더 먼 바다로 가 저인망으로 잡은 털게는 크고 단단하다.

털게는 남해뿐만 아니라 통영, 사천 등지에서도 많이 잡는다. 마산 어시장의 털게는 주로 통영에서 온 것들인데 어시장내 농협 주변의 꽃게, 전복 등을 파는 가게에 털게가 있다. 크고 단단한 상급 털게가 1㎏ 3만 원이니 대체로 싼 편이다. 한 마리를 들어보니 묵직하다. 2만 원에 두 마리를 사 직접 요리해 보기로 한다. 꽃게 한 마리는 덤으로 주신다. 시장을 나오며 어시장 난전에서 노지냉이 한 묶음(1000 원)과 청양고추 한 바구니(2000 원)를 샀다.

끓는 물에 된장을 풀고 흐르는 물에 적당히 손질한 털게 한 마리를 넣는다. 털게는 웬만해선 물지 않는다. 얌전하게 끓는 물에 들어간다. 그동안 냉이를 손질한다. 한 번 제대로 끓고 나면 청양고추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충분히 넣고 냉이를 넣어 한 번 더 끓이면 완성이다.

   

다른 재료가 필요 없다. 털게, 된장, 청양고추, 냉이면 충분하다. 된장은 약간 싱겁다 할 정도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 완성된 털게 된장찌개는 담백하고 칼칼하다. 냉이와 털게의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봄에 만난 제철 음식임에 틀림없다. 짜지도 않아 대접을 들고 마실 수 있다. 찐 털게 등껍데기에 비빈 밥을 함께 먹으니 조화가 훌륭하다.

털게찜은 된장찌개가 끓는 동안 만들면 된다. 자작하게 물을 붓고 뚜껑을 잘 덮어 15분 정도 끓이면 된다. 너무 끓이거나 물의 양이 너무 적으면 털게 껍데기에 붙은 내장들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약간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밥을 비벼 먹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난다. 남해서 먹은 털게보다 크고 단단한 탓인지 먹을 게 많다. 살도 살이지만 노란 알과 껍데기에 붙은 내장의 맛이 훌륭하다. 특히 껍데기에 바로 붙어있는 내장은 흡사 잘 풀어 중탕한 계란찜과 같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달다.

밥을 한 숟갈 떠 껍데기에 올리고 참기름, 잘게 썬 청양고추와 김을 더해 비벼 먹는다. 부드러운 내장과 함께 잘 섞인다. 큰 꽃게에 비하면 작은 것이 털게이지만 특유의 달고 담백한 맛이 좋다.

이 찜은 된장을 풀지 않고 순수하게 물로만 쪘다. 비린 맛은 전혀 없고 다릿살도 적당히 있어서 밥 한 공기와 털게 한 마리를 먹으니 한 끼 잘 먹었다는 포만감이 든다. 털게 서너 마리면 주말 저녁 한 가족이 즐기기에 충분할 듯하다. 또한 털게와 봄에 나는 제철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면 건강과 맛, 즐거움을 다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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