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만 나는 품종 '털게'

게는 전 세계적으로 4500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180종가량 된다. 이 가운데 잘 알려진 꽃게는 서해, 대게는 동해, 참게는 섬진강 같은 곳에서 많이 난다.

그런데 남해안 일대에서 나는 털 수북한 놈을 두고 '털게'라 하지만 '왕밤송이게'가 정확한 표현이다. '털게'는 강원도 고성 등 동해안 일대에서만 나는 별도 품종이다. 북한 해역에서도 많이 나는데, 일제강점기에는 함경도 쪽에 털게 통조림 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즉 남해안에서 나는 '왕밤송이게'와 동해안에서 나는 '털게'는 다른 품종이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털게'로 불리고 있다. 남해안에서는 입에 익지 않은 '왕밤송이게'보다는 '털게'라 부르길 바라는 눈치다.

남해안에서는 몰자반(해초) 주위에 많이 서식한다 하여 '몰게' 혹은 '몰자반게', 살이 여물고 단단하다 하여 '응게'라고도 한다.

   

'남해안 털게(왕밤송이게)'는 동해안 털게에 비해 크기가 작고 털은 좀 더 부드러우면서 짧다. 남해안 털게는 밤색에 가깝지만 동해안 털게는 붉은빛이 감돈다. 맛에서는 남해안 털게가 덜 달지만, 진한 특유의 향이 있다.

남해안 털게는 배 쪽을 들여다보면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 배꼽이 둥글고, 노란빛보다 검은빛이 많이 감돌면 암컷이다. 알이 꽉 찬 암컷이 아무래도 단맛이 많지만, 암수 구분 없이 한 대야에 섞여 거래된다.

서식 장소는 '작밭'이라 하여 펄과 모래가 섞여 있는 수심 50m 이내의 저지대 쪽이다. 모자반 같은 해초 많은 곳도 좋아한다.

남해안 털게는 12월이 지나면 연안 쪽으로 기어 나오면서 이때부터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탈피, 즉 껍질 벗는 과정에 있는 이 시기에는 크기도 작고 덜 야물다. 5~6월이 되면 몸이 가장 단단해져 마치 돌덩이와 같다. 하지만 맛에서는 싱겁다. 이보다는 껍데기가 80~90% 정도 야물었을 때 단맛이 가장 강한데, 이때가 곧 3월 중순에서 4월 초·중순이다.

털게는 몸에 물을 머금고 있기에 상품거래 때 무게의 의미는 덜하다. 이보다는 맨 아래 다리 안쪽을 만져서 어느 정도 단단한지를 통해 최상품 여부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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