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볼락·노래미·전복…근데 군소는 너무 징그러워요

해산물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진데 대표적인 것이 낚시와 그물 그리고 통발이다. 갯장어는 정어리 살을 바늘에 하나씩 꿰어 잡는 낚시 방식이고 전어는 그물로 잡는다. 털게도 저인망 어업이 일반적이지만 가까운 바다에선 주로 통발을 이용한다. 털게 취재차 찾은 남해 원천마을엔 마침 통발어업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포구에서 5분여 나가면 어장이다. 며칠 전 던져놓은 통발의 위치는 부표로 알 수 있는데 도착하자마자 선장은 부표를 건진다. 부표를 올리면 지름 1.5cm 정도의 밧줄이 올라오는데 그 아래 적당한 간격으로 통발이 달려 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올린 밧줄을 양망기에 거는 일이다. 양망기는 기계적 힘으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구다. 양망기가 돌면 곧 통발이 올라온다. 어제 파도가 심했기 때문에 각종 수초와 파래들이 통발과 밧줄에 얽혀 있다. 일일이 손으로 털고 끊어줘야 일에 진척이 있다.

처음 몇 개의 통발엔 상품이 되기 힘든 볼락 새끼들만 올라올 뿐이었다. 떼 내고 매듭을 풀어야할 것들만 많아 선장의 표정이 굳는다. 그러기를 몇 차례 갑자기 배에 활기가 넘친다. 아이 팔뚝만한 해삼이 올라오기가 무섭게 제법 큰 문어가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물에서 올라오는 통발. /권범철 남석형 기자

그리고 곧 털게도 올라온다.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묵직하다. 문어와 털게가 함께 든 통발도 있었는데 조금만 지체했다면 문어가 털게를 먹었을 것이라며 선장은 웃는다.

한참을 지켜보다 선장의 일손을 돕기로 한다. 줄이 꼬이지 않는 한 양망기는 계속 돈다. 원통형 느슨한 스프링 형태의 통발은 그냥 두면 팽팽하게 길게 펼쳐지는 구조다. 그래서 통발이 올라오면 양손으로 원의 가장자리를 잡고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통발을 들고 아래위로 털면 내용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리 큰 놈이라도 웬만하면 쏟아진다.

다만 상당한 크기의 흐물흐물한 군소는 빼는 데 애를 먹었다. 진한 보라색 액체를 뿜어내며 버티는데 보기에도 만지기에도 고역이었다.

그렇게 털어낸 통발은 밧줄의 고리에 다시 걸어 붙여 한쪽에 정돈해야 한다. 한 부표에서 올라온 통발들은 다 올라오는 대로 다시 바다에 넣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쉴 수가 없는 작업이다. 잠깐 도왔는데 온 몸이 펄과 파래 등으로 지저분해졌다.

건장한 성인 남성도 주눅들게 만드는 생김새의 군소. /권범철 남석형 기자

포구가 잡힐 듯 보이는 바다였지만 많은 것들이 올라왔다. 문어, 볼락, 노래미, 삼식이, 털게, 돌게, 소라 등이었는데 마지막 부표에선 손바닥 만한 전복도 한 마리 올라왔다.

이렇게 잡은 것들 중에서 활어로 팔 수 있는 것들은 갑판 아래 수족관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미리 물을 채운 대형 대야에 넣는다.

2시간 남짓 부표 세 개를 올려 통발수확을 하고 다시 그 자리에 통발을 내려놓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잡은 해산물들을 배 위에서 바로 찌고 회를 떠 먹었다. 취재와 체험, 노동을 동시에 한 탓인지 허기지고 피곤했지만 그만큼 달고 맛있었다.

통발을 걷어 올리는 양망기. /권범철 남석형 기자
열심히 취재 중인 남석형(왼쪽) 기자와 어부체험 운영하는 김상우 씨. /권범철 남석형 기자
전복회. /권범철 남석형 기자
권범철 기자가 통발로 잡은 털게를 보며 당황해하고 있다. /권범철 남석형 기자
즉석에서 쪄 먹은 털게. /권범철 남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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