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현대화 진행, 인심·친절은 ‘살아있어’

1. 정순곤(53) 의령전통시장 상인회 회장

의령전통시장은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약초시장과 의령망개떡, 의령소바 골목 등 몇 개 구간에 11억 6700만 원을 들여 아케이드 등 환경 개선 공사를 하고 있다. 12월초 완공 예정이었지만 공사 진행이 다소 늦어져서 일요일인데도 마무리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곳 정순곤(53) 상인회장은 “의령시장은 다른 지역보다 작은 장이지만 아직도 한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의령3미가 있어 여름철 주말에는 2000명 정도가 몰려온다”고 말했다.

“등산객, 관광객이 대부분 ‘의령3미’를 맛보기 위해 오는데 40프로 정도는 시장에 옵니다. 지역주민들도 따라서 모여들고, 작은 시골장이라도 그때면 왁작왁작하니 참 좋아예.”

상인들이 친절하고 시장 분위기가 좋다하니 정 회장은 “상인대학은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외지인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친절서비스가 잘 되는 편”이라며 “촌이라서 그런지 아직 백화점 마트보다 인심이 후하다”고 했다.

정순곤(53) 의령전통시장 상인회 회장./권영란 기자

이곳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축협과 축협마트 등이 ‘한지붕’아래 있다는 점이다. 아케이드 사업을 하면서 시장 가까이 붙어있던 축협과 축협마트를 자연스럽게 이어 공사를 한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한가운데 비어있는 점포를 활용해 마트나 은행을 들이자는 등 의견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상인들과 의견 조율이 안돼 실현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잘 이용하는 축협에다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고객 동선을 이어 놓았지예.” 의령전통시장은 경쟁이 될 수 있는 축협마트와 오히려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본보기였다.

의령군은 ‘의령전통시장 한마음축제’나 ‘전통시장 가는 날’ 홍보를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어 전통과 특색 있는 맛으로 시장 활성화에 애쓰고 있다. 올해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17억 원을 들여 현대식 공중화장실과 고객 편의시설, 상인회교육장 등을 포함하는 의령전통시장 다목적센터와 주차빌딩을 건립할 계획이다.

2. 최지운 동남의류 아재

시장 안에서 제법 큰 옷가게다. 동남의류 최지운 아재는 할매들에게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들을 이것저것 꺼내어 보여준다.

“이게 요새 잘 나오는 긴데. 색깔도 곱고. 한 번 입어 보시겠습니까?”

“비싸모는 못 산다. 싸게 주이소.”

“입어서 새댁처럼 예쁘면 싸게 드립니다.”

망설이던 할매들이 하이고, 하며 웃고 만다. 최지운 아재는 상인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상인회장 귀띔대로라면 총각이라 했다. 슬쩍 쑥스러워 했다.

최지운 동남의류 아재

3. 김봉순 할매와 박인순 할매

“내는 남산에 살고 있으께내 고마 의령띠기라고 불러라. 시장에서 생선 파는 거는 40년 이상 됐다 아이가. 오늘은 장 서자마자 비가 오데. 아즉까지 개시도 못했다, 문디.”

하필 장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생선골목으로 들어서는 모퉁이였다. 펼쳐놓은 좌판 위에는 굵은 갈치들이 가지런하다. 두 할매는 화톳불을 가운데 두고 담배를 피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생선장수 김봉순(75) 할매와 장 보러 온 박인순(80) 할매.

김봉순 할매와 박인순 할매

“요새는 장사랄 게 있나, 머시. 이리 장날 나와서 지나가는 할매들 불러서 이야기나 하는 거제. 그래도 경로당 가는 거보다는 낫다아이가. 이리 나오모는 내 쓸 거는 내가 챙기니까. 평생 하던 기라 놀고 있어모는 몸도 안 좋고.”

타닥타닥, 화톳불 속의 숯이 뻘겋게 타고 있다.

장 보러 나온 인순 할매는 백이에 산다. 장에 왔다가 볼 일도 보기 전에 봉순 아지매랑 마주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고, 장날에 머리 하러 나와서 지금까정 놀고 있다아이가. 고기도 사야 되는데….”

말은 그리 하는데, 인순 할매는 일어설 기미는 없었다. 동무랑 따뜻한 불 쬐며 이야기하는 게 좋은 것이다. 추운 겨울이지만 장날 나오는 재미이기도 하다.

4. 박효식(52) 아재

효식 아재는 장터를 찾아다니는 21년 경력의 장꾼이다. 의령이 고향이고 창원에서 살고 있다. 함안, 밀양, 팔용장, 밀양장 등을 다니고 있다. 이곳 시장이 장사가 비교적 잘 되기 때문이다. 슬쩍 훑어본 효식 아재의 좌판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생칼국수 잡채만두 떡국 등은 물론이고, 땅콩 검은콩 등은 갓 볶아서 달라는 대로 팔고, 갓 쪄놓은 옥수수술빵은 이천, 삼천원에 팔고 있다. 삶지 않은 번데기도 홉으로 팔고 있다.

“자리를 어디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의령장에서는 제가 자리를 잘 잡았지예. 오늘은 추워서 그런지 옥수수빵이 엄청 잘 팔리네예.”

박효식(52) 아재

5. 주서분(75) 시장신발 할매

“나는 20년 정도 밖에 안된다아이가. 신발은 요것요것 달라고 하면 도매상에서 갖다준다예.” 주서분 할매는 혼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가례가 고향인 서분 할매는 하정면이 시댁이다. “아는 사람 팔아먹는 기 더 힘들다예. 난전이 엉캉 많으니까 시장통 안에 안 들어온다. 다 노점으로 간다 아이가. 내 집이니까 하제.” 서분 할매는 장날에는 여기저기에서 장꾼들이 와서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했다.

“하루에 하나도 못팔 때도 많다아이가. 한 달 매상이랄것도 없구만.”

주서분(75) 시장신발 할매

6. 하삼순(61) 부산식육식당 아지매

삼순 아지매는 28년째 식육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주 메뉴는 돼지국밥이다. 시장 사람들은 이곳 국밥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맛보지는 못했다. 이곳은 생고기를 부위별로 파는 정육점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아들하고 같이 한다.

“국밥할 때 머리만 안 하고 등뼈, 꼬리, 등 여러 부위 뼈가지를 다 넣어예. 뼈가지는 한번 삶아 핏물을 잘 빼는 게 제일 중요해예. 의령에는 소고기국밥을 하는 데가 너무 많아서 처음부터 돼지국밥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지예.”

시장주차장을 옮기고 난후 원래 있던 시장골목 상권이 좀 한산해지는 듯해서 좀 더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장소로 옮겨왔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창녕도축장에서 가져오고, 소는 가례면에 있는 집안오빠가 소 키우고 있어 거기서 가져옵니더. 암소 에이급이라예. 객지사람들도 마이 오고, 단골들도 꾸준히 옵니더.”

삼순 아지매는 소고기는 한번 사 간 사람들은 꼭 다시 사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자기 비법이라고 했다. 평소보다 주말이나 장날이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하삼순(61) 부산식육식당 아지매

7. 남기등 약초시장내 시장농산 아재

“이제 1년 됐는데 약초시장이 아직 홍보가 많이 안돼…. 이게 신선초, 빼빼목이라고도 하는 건데 마셔보이소.”

남기등 아재는 따뜻한 한방차를 권했다. 그는 화정면 등 면장을 지내다 의령읍장으로 퇴직하고 부인과 시장농산을 시작했다. 시장농산은 의령시장 주차장 바로 옆, 시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약초시장’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약초에 관심이 많아 약초품질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2004년 마산대학 전통약재개발학 전공했습니다. 농업직 공무원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운동처방사, 스포츠마사지 자격증도 땄는데 기회가 잘 맞아떨어졌던 거지요.”

이곳에 있는 약재는 어성초 등 몇 가지만 의령에서 나오고, 전국각지에서 가져온다. 원산지 가격 정량 연락처 등 제대로 표기해서 실명제로 팔고 있다.

“산청 함양 등 내가 필요한 것만 구해옵니다. 우리 집은 충남 금산 홍삼을 많이 취급하지요. 그곳은 대구 약령시장 못지 않습니다. 쑥, 새순, 미나리 등은 건조기에서 건조만 잘하면 좋은 차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운 게 있으니 많이 응용하는 편이지요.”

남기등 약초시장내 시장농산 아재

남기등 아재는 고령 고객이 많은 편이라 허리 무릎 등 관절염에 효과적인 한방차나 약재를 꾸준히 먹기를 권유한다고 했다.

“약초시장이 인근 지역에도 있지만 의령에서도 양심껏 잘하면 누가 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입니다.” 세 번째 일요일은 쉬지만 집이 바로 코앞이라 전화만 하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8. 덕실띠기(67) 아지매

“이름은 말라꼬예.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심미더. 고마 덕실띠기라고 하이소.”

시장 중앙로 한 점포 옆에 펼쳐놓은 좌판에는 질금, 호박·박오가리, 곶감, 무시래기, 취나물·고구마 말린 것 등 집에서 직접 장만한 것들뿐이다. 겨울에는 팔 게 없을 것 같은데 사시사철 팔 게 있어 장날마다 나온다고 한다.

“시금치, 상추는 우리 밭에서 솎아왔어예. 마이 팔라꼬 안 하고 쪼매씩 팔면 되니까. 오늘은 장날인데 비가 오니 좀 안좋다예.”

덕실띠기(67) 아지매

9. 김용국(56) 아재

“시장 상인들도 다 압니다. 내가 나고 자라고 평생 딴 데 살러 간 적도 없는데. ‘의령읍지킴이’라고 해도 되지예.”

김용국 아재는 한전 직원이다. 일요일이라 등산 간 지인들과 화정식당에서 만나 찐만두며 국물을 가운데 두고 간단하게 한 잔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학교 때부터 다녔어예.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습니더. 시대가 많이 변해서 상인들도 우찌 장사해야 되는지 잘 압니더. 옛날부터 그랬지만 의령장에는 바가지 상인이 없고 상인들도 굉장히 친절합니더.” 

김용국(56)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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