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명 :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학명 : Anas crecca Linnaeus
Anas poecilorhyncha zonorhyncha Swinhoe
Ardea cinerea jouyi Clark

겨울이 되면 해마다 뻔질나게 주남저수지를 드나들었는데 올해에는 연 때문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몇 년 전부터 주남저수지 안에 나기 시작한 연은 해가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더니 급기야 이제는 새들이 주로 생활했던 부분까지 침범하였다.

매년 11월 말 재두루미가 주남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새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하루 종일 저수지 둑방을 지키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하는데 올해는 1월에도 그런 풍경을 보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둑방에서 찍을 수 있는 새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있더라도 마른 연 줄기 때문에 그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수지 안에 있는 연은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했었는데 아직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다.

흰뺨검둥오리./안수정

우포도 연 때문에 어느 해인가 물을 다 빼고 제거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완전히 뽑아내지 못하여 실패한 안타까운 예로 남았다. 이 경우를 거울 삼아 주남은 제대로 된 연 제거 작업을 해 주길 바라는데 언제 되려나 모르겠다. 가뜩이나 해마다 주남에 새가 줄어들고 있는데 올해엔 연마저 저수지를 점령해 새가 살기 좋은 수위를 빼앗아 버렸다.

혹시 1월에는 연이 다 사라지려나 싶어 다시 주남을 찾았지만 저 멀리 연 뒤로 큰고니와 기러기 몇 마리가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둑방 바로 앞에서 노랑부리저어새는 부리를 휘~휘 휘젓고 다니고 큰고니, 청둥오리, 물닭, 쇠오리는 연신 자맥질을 하며 왜가리와 쇠백로 중대백로들도 먹이 사냥을 위해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하는데 이젠 아무도 없다. 정말이지 새들도 사람도 아무도 없어 대포동(새 찍는 커다란 렌즈를 일명 대포라고 부르는데 그 대포가 많이 서 있는 장소를 대포동이라 부른다)이라 이름 붙인 장소마저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다. 혹시나 싶어 전망대에서 낙조대까지 걸어가 보아도 새가 없고, 또 혹시나 싶어 주남 반대편 석산 마을에도 가봤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새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왜가리./안수정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파트 옆으로 지나는 하천에 쇠오리가 옹기종기 모여 자맥질을 하고 있다. 아주 가까이에서 도망도 가지 않고 먹이 잡는데 열중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니 왼쪽으로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럴 경우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매우 고민되는데 경험상 이럴 때는 찍어야 후회가 안되므로 주차장으로 가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왔다. 그 사이 독거노인 왜가리가 합류하여 있었고 조금 있으니 중대백로도 사뿐히 날아든다. 잠시 후에는 전봇대에 모여 있던 비둘기들이 물을 먹으러 떼를 이뤄 하천으로 내려온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쇠오리./안수정
쇠오리./안수정

나는 그동안 왜 주남에 연연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라더니…. 동네 하천에도 참 많은 새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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