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는 기관 '이석' 그 속에 나이테 무늬

멸치(蔑致) 이름 유래는 몇 가지 있다. 자산어보에서는 '업신여길 멸(蔑)'자를 써서 '멸어'라 했다. '물 밖으로 나오면 급한 성질 때문에 금방 죽는다'고 하여 '꺼질 멸(滅)'을 쓰기도 했다. 반면 작지만 질긴 생명력에 물고기를 대표한다 하여 물의 옛말인 '미리'가 '며리' '멸'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멸치 수명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다. 청어목 멸칫과로 플랑크톤·새우류 유생 같은 것을 먹고 최대 15cm까지 자란다.

봄·여름에 연안에 있다가 가을에 남쪽 먼바다로 이동해 겨울을 보낸다. 산란은 봄·가을 두 번인데, 5월 산란 전 알을 가졌을 때 살과 뼈가 가장 부드러워 맛도 좋다고 한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작은 순으로 세멸치(지리)·자멸치(가이리)·소멸치(고바)·대멸치(주바)로 나눈다. 작은 것은 볶음용, 큰 것은 육수·젓갈용으로 사용된다. 여기에는 하나의 일화가 덧붙는다. 어느 해양수산부장관이 와서는 "큰놈만 잡으면 되지, 작은놈까지 왜 잡나"라고 했다가 어민들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공멸치' 혹은 '참멸치'라 불리는 것이 있는데, 이는 별도 종이 아니라 은빛 비늘을 유지한 질 좋은 멸치를 말한다. 이러한 것들만 골라내면 최상품이 되고 가격도 높다.

멸치 머리에는 몸 균형을 잡아주는 이석이라는 것이 있는데, 안을 보면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된 녀석인지 그 나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난류성인 멸치는 수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온이 낮으면 검은빛이 많이 감돈다. 적당한 수온에서는 맑은 은빛을 자랑하고 탄탄한 지방을 유지한다. 따라서 서해·동해보다는 남해가 더 알맞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철 동해 쪽에 많은 눈이 내리거나, 봄철 동풍이 세면 수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멸치잡이가 재미없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예년보다 멸치 구경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곳 어민들은 올해 더 나은 어획을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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