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생선이냐 맨날 놀리지만, 바다가 행운의 선물
어쩌다가 멸치는
고작 바다에서 태어났는지
대지에서 자랐으면
철마다 씨를 뿌리고
밤낮으로 보듬어 키웠을 것을
가지에 열렸으면
한 알 한 알 곱게 싸서
귀한 상에 올렸을 것을
깊은 숲 소나무 아래나
가파른 계곡 가장자리에 피었으면
뭇 사람의 경배를 받았을 것을
하필 바다에서 태어나
생선이니 아니니
모멸을 겪는 것인지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은빛까지 삼킬 수는 없는 법
감출 수는 없는 법
그리하여
모멸이 입멸入滅이 되었구나
불멸不滅이 되었구나!
권범철 기자
kwonbch@idomin.com